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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단상: 아몬드는 정서에도 좋았다

- 아몬드(손원평 저) 책을 읽고- 


헤벨은 견과류가 몸에 좋다고 해서 아몬드를 즐겨먹는 편이다. 아몬드를 먹고 나면  입이 텁텁해서 한 번에 다량은 먹지 못한다. 하루에 5개 이내 먹고 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몬드를 좋아하는 헤벨에게 주인공 시점인 아몬드(손원평 저) 라는 책을 친구가 권해서 몇 달 전에 읽게 되었다. 

아몬드. 저자: 손원평, 출판 창비, 발매: 2022.5.13.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장애 종류는 다른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는 헤벨에게 친구가 ”감정 표현 불능증“이 뭐냐는 질문에 ” 그런 다른 능력을 가진 (differently-abled) 사람 혹은 장애가 있나?“ 되물은 적이 있다. 친구가 읽은 책 중에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손에 잡게 된 책이 ‘아몬드’였다. 


   아몬드 책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장애 혹은 다른 능력을 가진 (differently-abled) 것은 ' 감정 표현 불능증'이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자극을 받아들이고 인간이 공포를 느끼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것인데 주인공은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고,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라는 단어는 주인공에게는 의미가 없다.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공포심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어머니는 아몬드를 먹으면 편도체가 커져서 감정의 물꼬가 터질 줄 알고 다양한 종류의 아몬드를 먹인다.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자폐 학생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사회성 결함, 언어 및 의사소통 결함, 변화에 대한 거부 혹은 동일한 것에 대한 고집의 특성들 중에서 사회성 결함의 핵심인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하고, 수동적이며, 지나치게 예의 바른 특징들을 주인공은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다른 차원의 능력이나 장애는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였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인 특징을 없애기 위해 아몬드 주인공 엄마가 가르치는 감정 공부, 의사소통 방법은 장애를 가진 부모들의 심정을 심도 있게 표현하고 있었다. 


   주인공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묻지마 살인의 희생양이 된 뒤 어머니는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며, 할머니는 주인공 곁을 떠나 궁극적으로 혼자 남은 열입곱살 주인공의 삶에서 위로가 되는 것들은 헌책방에 쌓인 무수한 책 들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친구인 심 박사가 주인공의 보호자가 된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주인공은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집단생활에서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엄마의 말이 증명이라도 된 듯하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잘못한 것 없이 교실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한다는 소위 정상인의 학부모님들의 민원 감히 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유 없이 괴물이 되어버린 주인공에게 윤권호라는 교수가 찾아와서 자신의 부인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데 부부의 잃어버린 아들 역할을 해달라고 한다. 죽어가는 부인에게 잃어버린 아들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윤 교수는 아몬드를 찾아왔고 주인공은 윤 교수의 부탁을 들어준다. 윤 교수는 부인이 잃어버린 어린 아들을 어느 보호시설에서 윤 교수는 찾게 된다. 곤이라는 친구이다. 

    윤 교수의 잃어버린 아들 곤이는 보호시설이라는 힘든 환경 탓인지, 자신이 버려진 것에 대한 절망 때문이었는지 돌아가신 어머니를 직접 뵙지 못한 죄책감이었는지 자신을 인생의 잡동사니로 생각하는 곤이는 주인공보다 더 괴물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주인공을 때리기도 하고, 아프게도 하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패악질을 하고, 아이들에게 물건을 던지는 곤이를 주인공은 좋은 아이라고 말한다. 


   집을 나간 곤이를 찾아다니는 주인공. 범죄를 일삼는 보호시설 속에서 만난 형들과 살아가는 곤이를 왜 찾으러 다니냐는 친구의 질문에 ” 그앤 내 친구니까“이라 답한다. 곤이의 소년원 선배 철사형에게 곤이를 빼내기 위해 주인공은  철사형이라는 사람이 찌르는 칼이 주인공의 가슴을 통과하면서  곤이라는 친구에게 "네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네가 날개를 찢은 나비나 모르고 밟은 벌레들에게도 “ 


   곤이의 진정 어린 후회의 눈물이 주인공에게 떨어지면서 주인공이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라는 것이 몸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터져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게 슬픔인지, 기쁨인지, 외로움인지, 아픔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 환희였는지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 아몬드' 책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을 가르쳤던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몬드 주인공같이 정상 범주에 벗어난 사람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불편한 시선들은 다른 능력을 가진 (differently-abled) (장애인)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느껴야 하는 고통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남순 교수님이 언급하셨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사회는 여러 가지 종류의 ‘병이 있다. 한국 사회가 지닌 심각한 병중 하나는 획일화된 존재방식의 절대화, 그 획일성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갖가지 비난과 사회적 추파를 서슴지 않는 폭력이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획일화의 폭력성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 개별인의 다양한 존재방식은 존중받지 못하게 된다고 하셨다. 


   아몬드의 주인공이 가지는 다른 능력을 가진 (differently-abled) 자로 일반인들과 살아가는 데는 개인적으로 힘든 싸움을 해나가는 법을 스스로 알게 되어가며, 사람들이 주인공이 친구로 생각하는 곤이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곤이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곤이에 대해 떠들어대는 장면에서도 묵묵히 곤이를 대신해 자리를 지키는 아몬드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사람들은 남 얘기를 할 때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자주 잊어버린다. 말하는 사람은 작게 말한다고 생각해도, 그 말들은 대부분 여과 없이 다른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밥을 먹는 내내 곤이에 대한 이야기가 공중에 떠다녔다. 장례 이틀째가 돼서야 나타난 이유는 그 애가 오기를 거부해서였다는 등, 시설에서 나오자마자 사고를 쳤다는 등, 전학을 시키는데 돈이 얼마가 들었다는 등, 아들 역할을 한 아이가 따로 있다는 등, 여러 말들이 어지럽게 오갔다. 나는 구석에서 사람들을 등지고 앉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잘은 몰랐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몬드의 주인공처럼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으면 사람과의 관계 짓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세상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 다양한 감정 카드를 붙이면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충만한 감정을 가진 우리들은 세상의 날카로운 무기인 질투 어린 말투, 시선, 가시처럼 아픔을 주는 별거 아닌 사람들이 표정이나 말들로부터 감정을 무디게 하는 연습을 해서 감정 근육을 키우고 있다. 


     아몬드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괴물인가? 아니면 감정이 있으면서도 감정 근육을 키워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마음이 굳어져 가는 내가 괴물인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몬드가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글이 나의 마음으로 들어왔다.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을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위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부딪혀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네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 


    인생의 여러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끼면서 

삶은 이야기라는 말처럼 내 삶을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겸손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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