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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정 May 22. 2018

왜 마케터는 최고경영자 (CEO)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마케터는 최고경영자 (CEO)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_ 1편  


사회에 나와서 취업을 마케팅 일을 하게 되었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가면,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탐'낸다는 것은 마케터를 떠나서, 다른 부서의 어느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 모두 쉽게 그 꿈은 일치감치 포기한다. 오히려 생존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그런데 마음 한편으론 한번쯤은 이상한 의문을 갖게 된다. 왜 최고경영자들은 마케팅 출신이 별로 없을까? 별로 없는 것이 아니라, 거의 찾아 보기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케터는 CEO가 될 수 없다. 아.. 이건 부푼 꿈을 품고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새싹 마케터의 꿈을 좌절시키는 말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케터 출신의 CEO를 기억하기란 혹은 주위에서 찾아 보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브랜드 기업이라면, 그 어느 브랜드를 콕 찍어봐도 그들의 최고경영자들은 영업, 전략, 혹은 R&D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 나이키를 찍어볼까?  마크 파커 (Mark Parker)? 디자이너 출신이다.

  

마케터들은 원래 CEO가 될 수 없는 운명일까? 아니면 다른 조직의 출신들 보다 머리가 조금 더 모자라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조직 장악력이 약하거나 정치를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잘못 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일까? 처음부터 잘못 되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대학 입학 쯤으로 거슬러 올라 가봐야 한다. 사실 그때도 자기가 뭘 해야 할 지도 모르는 때 아닌가? 어느 학과 들어가든 도찐개찐 머리일 것 같다. 분명 대학의 마케팅 학과에는 성적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에 입사하는 마케터들은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 없는 친구들일까?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내가 경험 한 20여년의 기업 세계에서 마케팅 일은 시장 분석, 고객 분석, 캠페인 기획 등의 일이 많아 낮은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조직에 직원들은 또 얼마나 학력이 좋은가? 경력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많다. 그들 중의 다수는 책도 낸다.  


마케터가 마케팅 자리에서 가장 많이 오르면 CMO가 된다. 그런데, CMO가 CEO가 되는 일은 눈을 닦고 아무리 찾아봐도 찾기가 어렵다. 어느 리포트에는 CMO의 수명은 2.6년이 말도 있다. 언제 해고될 지도 모른다. 심지어 마케팅 솔루션을 만든다는 회사의 CEO들도 마케터들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으로 돈을 버는 어도비, 어도비의 CEO는 제품 리서치 임원으로 입사했다.  마케투라는 회사가 있는데, 여기 CEO는 빅데이터 솔루션 판매 전문가 출신이다.   


왜 마케터는 조직의 수장이 되지 못할까? 그들이 기획한 제품이 세상에 팔리고, 그들의 언어는 매일 20억개이상 모바일 광고로 반짝이고, 그들은 돈을 만들어 내지 않는가? 그들은 또 상은 얼마나 많이 받는가? (돈 주고 받는 상이 매우 많긴 하지만) 왜 마케터가 CEO가 되어야 하지? 그렇다.. 하지만 마케터 출신 CEO가 마케팅 컨설팅 기업이나 에이젼시외에 일반 기업들에서 지나치게 없다면 뭔가 흥미롭지 않은가?  


그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 기업 대표가 된다는 것은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 전 비즈니스 기능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재무에 능해야 한다. 마케터들이 경험하기 힘든 것들만 온통 있다. 마케터들이 조직내에서 비난을 많이 받을 때가 있다. ‘고상한 얘기만 한다’ ‘돈만 쓰고 다닌다’ ‘그들이 아는 시장만 알지, 제품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런 것들이다. 나는 이런 말들에 익숙했다. 그런데 동서양을 불문하고, 내가 많난 수 많은 동료들과 파트너 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케터들이 그리 슬퍼할 만한 일은 아니다. HR이나 총무 팀등 함께 서로 위로할 동지가 있지 않은가? 생산 부서도 있군.. 


하지만 최고 경영자의 자리는 결국 누군가 소수만이 될 수 있고 매우 고독한 자리이다. 최고 경영자는 회사를 살려야 하고 비젼을 주며, 매출을 책임져야 한다. 정보와 돈의 (매출) 흐름을 매일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미 그런 연습을 하고 그 자리에 올라가는 데, 야심을 노리는 마케터들은 다른 비즈니스 기능 (Business Function)을 반드시 경험하고, 다시 마케팅을 하는 게 좋을 지 모른다. 혹은 역으로 마케팅에서 영업 혹은 경영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조금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있다. 포브스의 기사에도 ‘2020년에는 미래의 CEO는 CMO’라는 기사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닥 신뢰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가지 큰 변화가 있다. 그것은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아마 서러움이 많은 마케터들에게 100년에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디지털의 변화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보를 장악하는 자는 세계를 휘어 잡았다. 그리고 돈을 벌어오는 자는 기업이 흔들려도 맨 마지막에 짤렸다. 정보와 돈.. 과거에 정보와 돈은 영업부서와 재무 부서가 잡고 흔들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디지털 혁명은 놀라운 스타트업이 천문학적이 돈을 버는 시대에 왔고, 그들은 그로스해킹 같은 마케팅 기법으로 성공했다. 마케터들은 매우 존중받는 Tribe가 되어 있다.  


일반 글로벌 기업도 과거와는 달리 마케팅 부서가 힘이 강해졌다. 바로 디지털 정보 때문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마케팅은 과거에 맛보지 못한 권력을 조금씩 마케터들에게 안겨 주고 있다. 그리고 마케팅만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CEO가 CMO를 자꾸 찾게 되어 있다. 전쟁터에서도 장군은 필요한 사람을 옆에 둔다. 미래의 CMO는 권력의 자리에 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현재의 CMO들이 약간 더 야심이 강하고, 조직 전체와 융합하는 리더십을 가져갔으면 한다. 그리고 디지털이 새로운 세일즈 머신이라는 것을 보여 주길 바란다.  


CMO가 CEO가 된다? 너무 과한 희망인가? 정말 그럴지 한번 흥미롭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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