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
2021년 3월 12일, 연합뉴스 기사에 인터뷰했던 내용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311151300797
본 답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사관학교를 경험했던 1명으로서 2021년 현재 사적으로 밝히는 의견에 불과함을 명확히 인지해주시기 바랍니다.
Q. 군인 신분인 사관생도에게 연애 금지 규정, 더 나아가 3금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적절한 수준에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1. 금연 : 흡연은 국가에서도 권장하지 않으며 본인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생도생활 간 격한 신체활동이 매우 많은데 담배를 피면 스스로만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필 자유를 완전히 제한해서는 안 되죠. 학교 안에서는 제한을 두되 학교 밖에서 사복을 입고 피는 것 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2. 금주 : 음주에 있어선 사회적인 수준으로 푸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금지가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고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훈육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술자리의 기본적인 매너도 모른 채 장교로 임관하면 본인도 조직도, 조직구성원들도 괴로워집니다.
3. 금혼 : 생도생활 간 결혼을 하면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 가정생활에 충실할 수가 없는 교육과정입니다. 제가 생도생활을 하던 때는 “도덕적 한계”를 뜻한다며 성관계 금지를 에둘러서 의미했었습니다. 이성과의 성관계가 발각되면 퇴교를 당하기도 했죠. 그래서 대다수 사관생도들은 20대 초반에 반수도승 생활을 했습니다. 성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집단적으로 금기시하게 한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때는 ‘잘 몰라서’ 충실히 따랐지만 지금은 반인권, 반인간적인 행위라고 봅니다. 사관생도 기간에 혼인신고를 제한하는 것 이외의 과도한 해석과 적용은 사라져야 합니다. 성인이면 성인답게 스스로의 성생활도 조절하며 책임있게 행동하고, 과도한 성생활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생도생활에 집중하면 됩니다. 리더를 기른다면서 정작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없이 인간의 욕망을 금기(터부)시 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한 줄 요약 : 지금 단계에선 금연은 현행 유지, 금주는 유연하게 적용, 금혼 중 혼인신고 제한은 적절/But 그 이상의 확대적용은 유의해야 한다고 봄
Q. 연애나 음주 등 생도에게 엄격한 제한이 따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사관생도 4년'은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기 위한 장교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도의 수련과정입니다. 스스로의 언행을 절제하고 자신의 생리적인 욕구 도한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은 전장 리더십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단체 생활에서 유지해야할 기강과 이를 위해 지켜야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가 보느냐 안 보느냐에 상관없이, 홀로 삼가는 '신독'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명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사관학교의 변치 않는 훈육목표는 전장에서 승리해 국가안보를 지키는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사관생도들이 자신의 의무를 지키며 국가를 위해 명예를 다하는 내면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수단의 하나로서 3금제도를 활용했던 것입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는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관생도 당시 절친한 동기생이 미국 육사에서 교육받고 있었습니다. 그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른 국가의 사관학교 생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지내고 있는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군관후보생들, 일본의 방위대학생들, 미국과 영국 기타 선진국가의 사관생도들은 부단히 공부하고 체력을 기르며 실력을 쌓기 위해 앞 다퉈 집중할 때, 나는 술에 취해 있다면..? (술의 특성 상 중독성이 있고 참 좋잖아요 :) ) 한국은 망국의 지름길로 갈 것 같다는 식은땀이 났습니다. 사관생도들은 국가의 동량이자 국가안보 최후의 보루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관학교는 훈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의 하나로서 3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Q.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생도에게 요구되는 규정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3금 제도와 같은 생활예규의 수정/보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수많은 육사 출신 중 1명으로서의 의견일 뿐이지만, 당연히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3금제도는 많이 변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3년 고성균 학교장님의 지휘 이후 의미있는 변화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금연, 금주 규정도 많이 완화됐으며, 금혼 규정도 과거보다 더 명확해졌습니다.(최근 이야기 나오는 사관생도 간 연애 규정은 3금제도와는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사관생도들은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아집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의 본성에 대해 잘 이해하는 장교가 되어야합니다. 그래서 그 나이 또래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배설물인지 된장인지도 스스로 구분할 줄 알아야 진정한 절제력과 건강한 판단력도 생겨납니다. 훗날 자신의 부대원들과도 공감하며 이야기 나눌 재료들이 많아지면 더 잘 소통할 수 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따르고 싶지도 않고, 전투가 벌어지면 당장 뒷통수에 조준사격하고 싶은 장교가 되어선 안 되겠죠.
그런데 그 무엇도 군인의 본질, 국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를 길러내는 목표에 앞설 수는 없습니다. 군인이라는 업의 본질과 인권이라는 가치가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생도생활 예규, 3금제도 등은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제도의 취지와 목표 등을 구성원 및 사회에도 잘 소통하는 게 핵심입니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불통이 아니라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이기에 군에서도 ‘소통’을 더 잘하면 좋겠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선진강군”을 표방한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리더십을 기르기 원한다면, 통제보다는 자율과 책임에 더 방점을 두는 관점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3금 제도, 사관학교의 각종 예규 등은 일반 사회에서 사관학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제가 사관학교 생도생활 이야기를 담은 책 [나를 외치다!]를 출판한 이유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