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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Jul 30. 2023

[내 책갈피 속 봉봉]영국 서민경제 파탄과 음식

'에이드리언 몰' 시리즈 속 정크푸드

소설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시리즈를 쓴 작가 수 타운센드Sue Townsend는 본인의 고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경제의 어두운 시절과 부실한 식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작품의 배경은 1982년, 이스트 미들랜드 레스터에 사는 소년 에이드리언 몰의 삶은 온통 비틀리고 꼬여 있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에, 엄마는 옆집 아저씨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깡패 같은 동급생은 매일같이 그에게 몇 푼 없는 돈을 뜯어낸다.  


그러나 결코 웃을 수 없는 이 현실에도 에이드리언의 일기가 배꼽을 잡게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대와 문화권이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사춘기만의 감성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한 고민이며 부모와의 갈등, 이성에 막 눈뜨기 시작한 시기의 발칙한 상상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일들이다. 여기에 대처리즘 시대 행해졌던 수많은 반서민적 정책과 작가의 신랄한 풍자를 이해한다면 이 작품을 읽는 재미가 한층 커진다.  


(중략)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인 마스Mars는 국내에서도 스니커즈, 밀키웨이 등의 제품으로 잘 알려졌는데, 마스 초콜릿 바는 누가와 캐러멜, 마시멜로 같은 충전물로 채운, 말 그대로 칼로리 폭탄이다. 에이드리언은 충치가 생기고도 마스 초콜릿 바를 찾다가 여자 친구 판도라에게 핀잔을 듣는다. 더구나 영국에는 마스바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겨먹는 해괴한 레시피까지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져 있다. 


루코제이드Lucozade는 원래 영국의 약사 윌리엄 오웬이 개발한 의료용 음료다. 과거에는 감기 환자들이 주로 마셨다고 하나 요즘은 스포츠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이 음료에는 설탕과 카페인이 다량 함유돼 있어 청소년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 이런 식생활 때문인지 에이드리언은 고작 중학생의 나이에 의치를 하게 됐으며 그의 아버지는 한 술 더 떠 진짜 이가 하나도 없는 상태다.


없는 집 학생이 그나마 기댈 만한 구석이 학교 급식인데 설상가상 학교 급식마저도 엉망이다. 고기나 채소 등 영양가 있는 재료들이 조금씩 빠지고, 대표적 가정식인 요크셔푸딩이나 커스터드, 그레이비 등도 메뉴에서 사라진다. “시위 못하게 기운을 빼려는 모양”이라고 주인공은 투덜대는데 실제로 대처 전 총리는 집권 당시 복지와 공공부문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며 무상 우유 급식을 폐지하며 ‘우유 도둑’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중략)


피시 앤 칩스는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칩스란 얇게 썰어 튀긴 감자칩이 아니라 우리가 ‘프렌치프라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기다랗게 자른 감자를 튀긴 음식을 가리킨다. 생선 튀김에는 거의 대부분 대구를 이용하는데 튀김옷이 두껍다 보니 기름을 잔뜩 흡수해 느끼한 맛이 강하다. 느끼함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영국인들은 피시 앤 칩스에 식초를 듬뿍 뿌려 먹는다. 선술집에서는 여기에 미니 양파나 오이 피클을 곁들이기도 한다. 


영국에서 그나마 먹을 만한 음식을 찾자면 중국이나 인도 요리 등 외국식 메뉴가 대부분이다. 에이드리언은 종종 중국 식당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먹거나 이웃집의 인도계 영국인 싱 씨 집에서 커리와 차파티, 단맛이 강한 밀크티 같은 음식을 얻어먹는다. 임신 중 생활고로 아들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에이드리언의 엄마가 간신히 받아낸 보조금으로 차린 저녁 식사도 사프란 향신료를 얹은 닭고기 커리다. 


지금은 추억이 된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를 기억하시나요?

사춘기 소년의 웃픈 이야기와 다소 해괴한 메뉴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https://buk.io/103.0.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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