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대만여행 때 놓치고 못 먹은 메뉴가 있었다. 바로 풍등으로 유명한 스펀의 명물 닭날개 볶음밥. 오래전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알찬 날개짓'이란 메뉴와도 살짝 비슷하다. (그건 밥이 아니라 날치알을 채운 술안주) 또 일본에는 닭날개 속에 다진 고기와 채소를 넣은 '교자'가 있다고 한다.
어쨌든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마트에서 재료를 사왔다. 그런데...!!! 마트표 닭고기 윙은 위 사진처럼 아래위를 깨끗이 잘라낸 것 밖에 없었다. 즉, 뼈를 발라내고 나면 위아래가 다 뚫려서 속에 무언가를 채워 넣기는 어려웠던 것. 어찌어찌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된 모양이 아니라는 생각에 일단은 레시피를 변경, 아래 메뉴를 만들었다.
바로 버팔로윙이다. 간장조림은 예전에 한두번 해먹어 본 적이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밑간한 닭날개를 노릇하게 굽는다. 여기에 버터와 핫소스를 대략 1:1 비율로 녹인 양념에 버무려주면 된다. 다만 집에 있던 핫소스는 빛깔이 선명하지 않아서 파프리카 가루를 추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꽤나 먹음직스럽다. 고소한 버터와 핫소스의 시큼한 맛이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다음에는 '치킨무' 역할을 한다는 샐러리와 블루치즈소스도 만들어 보고 싶다.
이번에는 2차 시도를 위해 인터넷으로 이렇게 생긴 통날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만들려고 보니 볶음밥보다는 찰밥이 왠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마+건표고 육수에 찹쌀을 담가 불린다. 잘게 다진 표고, 당근(그밖에 좋아하는 야채로 대체 가능)을 섞어서 미리 뼈를 발골해둔 닭날개 속에 채운다. 그리고 찜기에 쿠킹시트를 깔고 약 10~15분간 쪄준다. 불린 쌀이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간장+술 양념을 살짝 발라 그릴이나 오븐(에어프라이어도 가능)에 익히면 된다.
완성되면 이런 모습이다. 찹쌀밥에 닭고기의 감칠맛이 스며들어 자꾸 먹고 싶어지는 별미가 됐다. 통통한 비주얼이 손님 접대에도 그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보니 자주 만들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한번은 시도해볼 법 한 메뉴였다. (남은 찹쌀은 윗날개살을 다져 넣고 영양밥으로 만듬..) 위의 버팔로윙도 그렇고 맥주 안주로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