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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Apr 30. 2024

열여섯 밤의 사치마-다시 만났다.

*열여섯 밤의 주방을 읽지 않은 분이라면 스포가 될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취저'였던 작품 중 하나가 마오우의 '열여섯 밤의 주방'이다. 작가는 상하이 출신이며 일본에서 유학 중이라고 한다. SNS에서 화제가 됐던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가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주인공 맹파는 막 생을 마친 망자를 위해 먹고 싶은 음식을 차려주고, 각각의 사연이 16건의 에피소드를 이룬다. 


첫번째 주인공은 왕년에 가수 겸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한 노파다. 그녀는 비밀리에 매니저와 결혼식을 올렸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말 그대로 인생 나락을 겪게 됐다. 고된 일을 하며 나머지 생을 '살아냈던' 노파는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자주 먹었던 청대콩국수를 주문한다. 그런데 이때, 자신을 데려온 흑무상(중국의 저승사자)이 과거 자신의 삶을 망친 장본인이었음을 알게 되고 경악했다. 


흑무상의 전신인 남자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큰 낙이 없는 삶을 살다가 한번의 실수로 옥살이를 겪는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그에게 죄수들이 몰래 보던 아이돌 잡지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의 최애는 바로 망자가 된 노파였고, 젊은 시절 그녀가 사치마를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후에는 오로지 사치마만을 찾는다. 


출소 후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자, 어느날 그렇게 동경하던 그녀가 바로 그 식당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진 듯한 기분에 남자는 결혼 사실을 파파라치에게 폭로했다. 그 결과 정상에 있던 그녀는 빠르게 추락했고, 매니저였던 남편도 아내의 안위를 위해 이별을 택한다. 죽음을 맞고 보니 자신의 인생을 망친 남자가 흑무상이 돼 나타나 있었다. 과연 노파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소설을 읽다 보면 낯선 음식을 종종 접하게 마련인데, 당시 나는 이미 사치마가 어떤 음식인지 알고 있었다. 제일 처음 맛본 북경에서였고, 이후에도 명동의 월병 전문점 도향촌에서 '부용고'라고 불리던 과자를 종종 사다먹곤 했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사치마는 만주족의 전통 과자라고 한다. 


일단 비주얼은 요렇게 생겼다. 딱 강정같이 생겼지만 의외로 식감이 부드럽고 파삭하게 입안에서 부서진다. 과하지 않은 적절한 단맛에다 달걀이 주는 고소함이 자꾸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한번씩 명동에 들를 때마다 부용고를 꼭 찾았는데...2대 사장님으로 바뀌면서 과자가 딱 3종으로 개편된거다....ㅠㅠ 너무해너무해너무해........ "튀긴 과자는 빨리 변질되는데다 주문량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하지만, 색다른 중국과자를 맛보는 즐거움을 빼앗긴거 같아 너무나도 아쉽다. 


그런데 최근 이마트 노브랜드에서 사치마를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향촌에 일부러 방문해 사온 과자를 조금씩 아껴 먹던 그 맛과는 다르겠지만, 아무튼 다시 돌아와주니 반갑고 자주 먹어줘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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