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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in Jeung Jun 12. 2024

콜라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다

내 나이 정도 되면 유치원 다닐 때의 일은 잘 기억 못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있는데 바로 코카콜라 공장 견학이었다. 7살 유딩은 각종 재료를 섞고, 거품을 내고 포장되는 전 과정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떴었다. 그런데 왠걸....콜라액 만드는 과정은 1도 보지 못했고 컨베이어 벨트 위 늘어선 병에 음료가 채워지는 모습만 주구장창 구경한 것이다. 코카콜라사의 신비주의 전략 때문이라는 걸 몰랐던 당시의 나는 김빠진 콜라마냥 허망했던 기억을 지금까지도 안고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 정크푸드의 대표주자 이미지가 강한 콜라지만 의외로 그 시작은 '약'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한약방에서 여름철이면 만들어 파는 제호탕 같은 위치였던 것 같다. 글고보니 유럽인들이 즐기는 다양한 리큐르도 처음에는 약용으로 쓰였다고. 원래 레시피에는 와인이 들어가지만 금주법 이후 알코올 성분을 빼고 다시 출시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콜라는 술을 대신할 수 있는 기호품으로 사랑받기 시작한다. (밀주를 눈속임하는 역할도 했다는건 안비밀...)  


주성분이었던 코카인은 마약으로 알려지면서 제외됐고, 카페인이 든 콜라 열매를 비롯해 카라멜, 인산 등 여러 재료를 배합한다고 하는데 그 비법은 애틀랜타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 레시피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2~3명에 불과하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다양한만큼 오늘날에는 굳이 '오리지널' 코카콜라 맛을 찾는 대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틈새'콜라를 즐기는 마니아들도 많다. 


코카콜라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병 모양은 디자이너가 막상 콜라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어감이 대충 비슷한 코코아 열매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당시 유행하던 치마 모양에서 착안했다는  썰도 있는데 아래 사진에 나오는 호블 스커트는 20세기 초반 몸매 라인을 강조하는 패션으로 유행했지만 발목 부분이 좁아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 혹자는 호블 스커트를 가리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옷...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강력한 경쟁자인 펩시 외에도 콜라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다. 가령 사탕수수가 풍부한 멕시코에서는 비정제 설탕을 이용한 콜라를 즐겨 마신다. 같은 남미의 페루의 국민콜라는 노란 빛깔의 잉카 콜라다. 미국식 문화에 대한 반감이 있는만큼 잉카 제국을 상징하는 태양을 오마주했다고 한다. 의외로 콜라 소비량이 엄청나다는 중동 지역 사람들은 코카와 펩시 모두 유대계 자본이라는 이유로 현지 기술로 생산된 메카콜라를 마신다.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콜라를 찾는 것인데, 그 결과 비만과 충치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좀 특이한 콜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제품이 일본 산토리에서 위탁 생산되는 펩시콜라다. 시즌 한정으로 나오는 벚꽃 콜라, 수박 콜라 외에 팥 콜라, 시소 콜라, 오이 콜라 등 별별 괴조합들이 총출동한다. 덕후들이 많은 일본인만큼 이렇게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제품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제조하는 크래프트 콜라까지 나왔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콕 챌린지로 달고나 커피를 유행시켰듯 일본인들은 시간과 돈이 드는 수제 콜라에 열광했다고 한다.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직구를 시도했으나 엄청난 가격에 ㄷㄷㄷ... 다행히 제주에서도 수제콜라를 판매한다니 한번쯤 맛을 보려 한다.



한때 백화점 등에서 판매됐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제품으로 영국산이라는 펜티맨(이름이 좀 웃긴데 철자가 다름. fentimans) 큐리오소티 콜라가 있다. 유기농, 비건 제품이라는데 딱히 그런걸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지만 한번 맛을 보니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허브향으로 추측되는 독특한 향이 취향저격이었다. 2~3일에 한번씩은 사다먹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수입사와 계약종료로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ㅠㅠ 해외직구라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역시 가격이 발목을 잡는구나....내가 만들어 마시는 나만의 콜라를 조만간 시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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