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May 20. 2024

위그든 씨네 사탕가게 리스트

교과서에 실린 외국 동화 중 특히 유명한 작품을 꼽자면 중학교 1학년 국어책에 나오는 '이해의 선물'이 있다. 폴 빌라드가 쓴 이 단편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군침 도는 사탕 묘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아마도 작품 속 가게는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

이쪽엔 박하 향기가 나는 납작한 박하 사탕이 있었다. 그리고 쟁반에는 조그만 초콜릿 알사탕, 그 뒤에 있는 상자에는 입에 넣으면 흐뭇하게 뺨이 불룩해지는 굵직굵직한 눈깔사탕이 있었다.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을 위그든 씨는 조그마한 주걱으로 떠서 팔았는데, 두 주걱에 1센트였다. 물론 감초 과자도 있었다. 그것을 베어문 채로 입 안에서 녹여 먹으면, 꽤 오래 우물거리며 먹을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장면에는 적절한 현지화가 가해졌다. 몇몇 사탕들은 한국에서 보기 힘들거나 낯선 이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문을 그대로 옮긴 버전은 다음과 같다. 


이쪽엔 박하 향기가 나는 납작한 박하 사탕(spearmint leaves)이 있었다. 저쪽엔 아주 커다란 검드롭스(gumdrops)가 있었는데, 깨물기 좋게 말랑말랑하면서 수정 같은 설탕 알갱이로 오돌도톨하게 뒤덮혀 있었다. 공단 쿠션(satin cushions), 그 셔벳으로 속을 채운 작고 단단한 사각형 사탕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쟁반에는 조그만 젤리베이비(jelly babies), 그 뒤에 있는 상자에는 굵직굵직한 곱스토퍼(gobstopper)가 있었다. 이 사탕은 입에 넣으면 흐뭇하게 뺨이 불룩해지는데다, 입 안에서 너무 많이 굴리거나 색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려고 입 밖으로 너무 자주 내지만 않으면 적어도 한 시간 넘게 빨아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을 위그든 씨는 조그마한 주걱으로 떠서 팔았는데, 두 주걱에 1센트였다. 물론 감초 과자도 있었다. 그것 역시 베어문 채로 입 안에서 녹여 먹으면, 꽤 오래 우물거리며 먹을 수 있었다.


또 다시 쓸데없는 데 힘빼는 버릇이 도진 나는 이 사탕들이 어떤 것인지 검색해봤다. 

박하사탕이야 한국에서도 흔하디흔한 것이지만 이 '납작한 박하 사탕'은 녹색에 이파리 모양까지 실제 민트 잎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스피어민트라고 하니 왠지 화한 맛이 강하고 그닥 달지는 않았던 롯데껌 스피아민트가 연상된다. 작품의 배경이 20세기 초반인지라 등장하는 사탕들도 현재 미국에서는 '올드한' 것들이라고 한다. (미국식 옥춘당?)

말랑말랑하고 설탕을 입힌 검드롭스. 소프트 캔디야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검드롭스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탕은 없는 것 같다. 새콤달콤이 그나마 비슷하려나...?

가위로 잘라낸 듯한 단면이 마치 고기집 가면 볼 수 있는 투박한 박하사탕을 연상시킨다. 공단 쿠션이라는 이름처럼 반들반들한 모양이 시선을 끄는데 안에는 충전물을 채워 넣는다고 한다. 

얘는 말 그대로 구미젤리..인데 곰이 아니라 사람 모양을 했다...ㄷㄷㄷ 

굵직한 곱스토퍼. 흔히 눈깔사탕, 십리사탕이라고 불리는 큼직하고 단단한 사탕이다. 주전부리가 마땅히 없던 시절 입안에 오래 넣고 먹을 수 있는 눈깔사탕은 이른바 '가성비' 간식이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찾아본 곱스토퍼는 겉면에 반짝거리는 코팅이 입혀진 것이 옛날식 눈깔사탕과는 다른 느낌이다. 엠앤엠즈 겉을 포장한 설탕옷인가? 나중에 미국 사는 조카에게 자문을 구해볼 생각... 

설탕을 입힌 땅콩은 누가 봐도 쌍팔년도 무렵 유행하던 간식 '커피나'처럼 생겼다. 커피는 들어가지 않아 맛은 좀 다르다. 캬라멜콘과 땅콩에 들어간 그 땅콩이랑 비슷한 맛. 


감초 추출물이 들어간 감초 사탕이다. 사진처럼 막대 모양, 혹은 돌돌 말린 테이프처럼 생겼다. 사탕보다는 조금 부드럽고 캬라멜보다는 딱딱한 식감이다. 한마디로 이에 잘 붙는단 소리 ㅠㅠ 이 감초사탕도 종류가 나름 다양하다. 외국인들이 괴식으로 여긴다는 핀란드의 살미아키는 겉에 소금을 입혀 극강의 짠맛을 낸다. (1박2일에서 벌칙 아이템으로도 나왔음...) 대부분은 목캔디처럼 화한 맛인데 미국에서 주로 팔리는 종류는 감초 특유의 향 대신 단맛이 강한 편. 나는 재작년 첫 유럽여행을 갔다가 이탈리아에서 파는 감초사탕 골리아를 맛보고는 말 그대로 꽂혀 버렸다..... 골리아에 한번 맛들이니 위의 테이프 같은 감초사탕은 영 제맛이 아닌거임. 아무튼 종종 해외직구로 사다 먹는데 성악가 파바로티가 즐겨 먹었다 하고 국내에도 엄정화 캔디로 알려졌다. 워낙 호불호 강한 맛이라 한국에 수입이 될지 여부는 모름...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때 인터넷 밈으로 위그든 씨가 한국에 사탕가게를 열었다면 거지근성 부모들 때문에 폐업각이라는 짤이 돌았다. (feat. 우리앤 왜 동심 안지켜주세요???) 그런데 주인공의 엄마는 돈의 출처를 묻지 않고 이후엔 사탕 살 용돈을 챙겨 줬다고 언급돼 있다. 아마도 엄마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저희 애가 폐 끼쳤습니다"라며 위그든 씨에게 사탕 값을 치렀던 것이 아닐까. 자식이 개념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엄마의 맛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