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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케이크의 현대사

by Sejin Jeung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과 맞물리면서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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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케이크. 옆나라 일본은 제과제빵이 일찍부터 발달한 영향으로 흰 눈을 연상시키는 생크림에 빨간 딸기로 장식한 '쇼트케이크'가 흔히 등장한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의 파티셰 오노는 프랑스 전통 웨딩케이크인 부시 드 노엘을 준비하는데 하나는 마롱 크림과 양주로 어른스러운 맛을 낸 것, 또 하나는 생크림과 딸기만으로 구성된 쇼트케이크 같은 느낌이다.


마롱 크림이 버터 베이스라는 말에 타치바나는 어릴적 맛없는 케이크를 떠올리며 진저리치지만, 사실 그당시 버터크림은 제대로 만든 제품이 아니었다.


값비싼 버터를 아끼기 위해 마가린이나 쇼트닝이 주로 쓰였고 이 때문에 입안에 남는 식감이 양초마냥 좋지 않았던 것. 버터의 풍미와 양주가 조화를 이루는데 타치바나는 비싼 술이 아깝다며 내심 아쉬워한다.


제누아즈 시트에 생크림을 바르고 딸기를 얹은 쇼트케이크는 일본인들의 취향이 가미된 제품이다. 원래는 비스킷에 가까운 쇼트브레드 대신 제누아즈를 사용해 훨씬 부드러운 케이크가 됐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인공적인 단맛에 느끼하기까지 한 케이크를 멀리하다가 우연히 맛본 생크림 케이크에 신세계를 경험했다. 80년대 후반이 배경인 '제빵왕 김탁구'에도 생크림 케이크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 오류가 상당히 있다.


이영아에게 주원이 생크림 노하우를 설명하는데, "동물성 유지만 쓰면 느끼해져 한국인 입에 안맞는다"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건 제작지원을 했던 파리바게트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되는데, 식물성 크림을 섞은 이유는 단가가 싸고 데코레이션이 편해서다.


동물성 생크림은 케이크를 장식할 때 푹 퍼지기 쉬운 반면, 식물성은 모양 유지가 한결 쉽다. 다만 그만큼 맛이 떨어지는 게 문제.....(마지막화에서 이영아가 대다수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던 까망베르로 케이크를 만든건 덤)


막상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때 투박한 모습의 슈톨렌이나 파나토네, 플럼 푸딩을 주로 먹는다. 다만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듬뿍 넣고 럼주와 버터 등으로 고급진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반면 한국의 호텔 케이크는 점점 비싸졌고 사전예약이 필수가 됐다. 올해 신라호텔에서는 블랙과 화이트 트러플로 50만원짜리 케이크를 선보였다는데 Savory에 주로 쓰이고 호불호 갈리는 강한 향의 트러플이 케이크와 어울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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