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영원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

by 풀실

우리가 살면서 참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의 경우에는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 마음속으로, 그리고 입 밖으로 참 많이 되뇌었던 것 같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시에는 이것들이 정말 지나갈 거라고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힘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저 나를 위한 하나의 주문인 냥 외웠던 듯싶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지나가긴 지나갔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에는, 눈앞에 닥쳐있는 힘든 것들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그마한 언덕에도 쉽게 좌절하고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침체되어 있었다. 지금은 다르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아니다. ‘그렇다.’라는 대답을 멋지게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어려운 일 앞에 힘들어하고, 알 수 없는 내일을 걱정하고, 가끔은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되어 간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지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넋을 놓고 외우는 주문이 아닌, 그간의 쌓여온 자그마한 삶의 경험으로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영원하지 않을 것 앞에서 마음속에 작게나마 여유를 가지고 인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지나갈지는 모른다. 어느 정도의 깊이로 자국을 남기고 지나갈지는 모른다. 어떠한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기게 될지는 모른다. 그 길 위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지 모른다. 모른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받아들이며, 인내하며 통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속히 지나가길 바라며, 이 길들이 결국엔 나를 최선을 곳으로 인도해 주길 바라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은 채,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슬프고 아픈 것만을 ‘모든 일’이라 생각한다. 기쁘고 즐거운 시간 속에서는 이를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그러기 싫은 것일 수도. 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기쁨과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 생각한다. 삶이 얼마나 힘든데, 이러한 시간들에서조차 지나갈 미래를 걱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 오히려 행복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를 향해 환히 웃는 아이의 미소가, 자식이 좋아하는 반찬을 종종 해서 보내주시는 엄마의 손길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시간들이, 삶의 긴 여정 위 하나의 점 또는 일부분의 선으로 남는, 유한한 것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그저 지나쳐 보낼 수 없게 되었다.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간절하게 ‘고맙다, 사랑한다. 이 시간에 나와 함께 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지나가면 전할 수 없는 마음이기 때문에.



몇 년 전, 너무 힘들었던 시기에 “‘마지막’이라는 말은 편안함을 가져다준다.”라고 일기장에 적었던 적이 있다. 무엇을 안다고 그때 그런 글을 남겼는지. 오늘은 여기에 한 줄 더 추가하고 싶다. “‘마지막’이란 말은 힘들 때 인내할 수 있게 하고, 행복할 때 오늘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한다.” 주어진 것들의 유한함, 그리고 마지막을 생각하며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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