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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Jan 02. 2024

2023년이 나는 제일 안정감 있었어.

역시 모든 일은 3년은 버티고!

2023년 12월 31일.

신랑과 와인과 와인 안주를 준비하고 보신각 타종 실시간 중계를 켜두고 앉았다.


"인도네시아 생활 시작하면서, 2023년 올해가 제일 안정적이고 제일 좋았던 거 같아. 이제 좀 적응하니깐, 곧 가야하네. 떠나기 전부터 벌써 아쉬워. 2021년에 왔을 때는 첫 동남아 생활 시작하느라고 힘들었고, 2022년에는 아이들 학교 전학 준비와, 새 학교에 적응하느냐고 힘들었거든. 2023년에는 내 루틴도 찾고, 나한테 맞는 운동도 찾아서 하고, 주변 인관관계도 좋았어. 이제 좀 이곳을 알고 적응한 거 같은데 이제 내년이 마지막 해라는 것이 아쉬워. 그래도 가야겠지?"


와인과, 준비한 안주를 먹으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왜 사업도 3년만 버티라고 하잖아. 희로애락 다 겪은 뒤 3년 차쯤은 돼야, 이제 이 일에 내가 적응 좀 했구나!' 하니까. 그 3년 반 버티라는 게 주재원 생활에도 해당하는 것 같아."


정말 그랬다. 2023년이 이곳에 온 뒤 제일 좋았다. 주변 엄마들과 관계도 어느 정도 안정감 있었고, 내 내면도 안정적이었다. 한국이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친정엄마 '김치' 맛도 어느 정도 맛을 구현해서 김치에 대한 아쉬움도 없던 해였다. 그리고 잘하고 싶었던 골프도 2023년에 처음으로 백 깨를 해서 95타 점수도 만들었다. 어디가 제일 맛있는 돼지고기를 파는지, 어느 정육점에 가면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고를 수 있는지도 생겼다. 인도네시아 국내 여행을 가서 인도네시아어로 내가 원하는 바도 요구하고, 영어로  항의도 기죽지 않고 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는데 이제 곧 다시 한국에 가서 다시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


적도의 나라 인도네시아. 한국에 돌가면 그리울 이곳의 일몰, 일출.



이미 나는 한국에 가면 내가 어떤 것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할지 눈에 선하다. 이곳에 음식, 장소, 여유, 여행, 사람들 모든 것이 그리울 것 같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이곳에 어렵고 힘들었던 것은 기억이 희미해지고 좋은 기억만 선명해서 '아 다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 뻔하다. 그때 왜 그렇게 즐기지 못했을까,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면서 뭔가 더 하지 못한 아쉬움만 한국에서 절절 읊을 것 같다.


돌아가서 하나라도 덜 아쉬워하고 싶어서, 2024년 달력을 보며 아이들 방학 일정을 체크하고 여행 일정을 잡는다. 가장 긴 방학인 여름방학에 방문할 한국일 정도 체크한다. 2024년만큼 한국이 크게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처음이다. 곧 짐 싸서 정리해서 12월 말쯤 혹은 2025년 1월 초쯤 한국으로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한국에 가서 아이들이 한국 초등학교에  한 달 정도 한번 다녀왔으면 한다. 그 경험이 아이들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주재원 교육받을 때 강사가 한국 가기 전 돌아가기 전에 하면 좋다고 교육받았다고 하니….


2024년은 유독 상반기에 연휴가 많다. 연휴를 끼고 매달 일주일정도 아이들 학교 방학이 있다. 그렇게 상반기 5개월이 지나면 6월 초부터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다. 한국에 다녀오고 약 5개월간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면 나의 주재원 와이프 생활도 끝이 난다.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곳, 나와 아이들에게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곳 일 것 같다.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빨리 시간이 흐를 것 같다. 이제 1년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게 우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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