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일출보러 출발!

MT. Batur Jeep tour

다섯 번째 발리. 발리 가서 관광은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주로 리조트에 머물며 쉬었다.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교통체증이 심한 발리에서 관광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우붓시내를 걸어 다니다가 투어프로그램이 많길래, 한번 쭉 둘러보았다. 바투르 산 투어가 내 흥미를 확 끌어당겼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시작하는 투어프로그램을 아이들이 과연 함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흔쾌히 예약을 하지 못했다. 호텔에서 투어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과 후기를 보며, 이번에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았다. 발리 둘째 날, 우붓에서 하이킹을 하다가 괜찮아 보이는 여행사에 들어가 문의 후 우리가 원하는 가격으로 협상을 하고 결정을 하게 되었다.

호텔에 새벽 3시에 투어를 위한 조식 도시락을 요청했다. 대부분 우붓에 있는 호텔들은 새벽 3시에 아침도시락을 싸주니, 혹 바투르 산 투어 예정이신 분은 꼭 요청하시길!.

호텔로 우리를 픽업온 차량을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 JEEP을 타는 곳으로 갔다. 새벽이기도 하고 고도가 높은 산이라 어찌나 추운지 우리 가족은 오들오들 떨었다. 너무 갑자기 결정한 여행이라 우리 가족은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따듯한 것을 골라서 입고 왔지만 역부족 이었다. JEEP을 타는 곳에 정말 질 낮은 담요를 5천 원에 렌트를 하고 있었다. 5천 원에 저 담요를 사도 안 살 것 같이 생겼지만, 저 담요를 렌트하지 않으면 이 여행을 강행한 나에게 남편과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할듯하여 담요를 렌트했고 그 담요가 우리 가족이 이 투어프로그램을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준 1등 공신이었다.

그곳에서 JEEP을 탔다. 안전벨트도 없어 내손과 남편의 손이 유일하게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안전벨트였다. 깜깜한 밤에 조명도 없는 곳이라 어디로 어떻게 올라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다시 30여분 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옆에 낭떠러지가 보일 땐, 이 JEEP차가 구르거나 사고 나면 영락없이 난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빨리 이 JEEP이 정차해 주기를 바랐다.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해를 보는 포인트로 올라가니, 이미 정말 많은 JEEP차들이 주차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탄 JEEP도 주차 후, JEEP 기사에게

"이제 뭐 해?"라고 물으니

"한 시간 동안 해뜨기를 기다려야지"

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들과 담요를 둘둘 말아 서로 넷이 안고, 기사가 준 간식과 호텔에서 준비해 준 아침을 먹었다. 하늘의 별이 내가 손으로 뻗으면 닿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졌다. 조금씩 해가 보이고,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주변 경관이 보였다. 장관이었다. 발리에 올 때마다 바다에만 있어서 이렇게 멋진 산이 있는지 몰랐다. 다들 여기저기서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밤하늘의 별이 내 머리 위에 있다. 저위에 있는 차들은 도대체 몇 시부터 와서 기다린 걸까?

해가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해가 뜨고 나니, 저 멀리 호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많은 JEEP차들이 바투르 산 일출을 보러 올라와 있었다. 알록달록 차량들이 너무 귀엽다.

본인 카메라에 열심히 일출을 담는 우리 집 둘째.

바투르 투어 후, 블랙라바 관광. 이때부터는 추위가 아닌 뜨거운 태양과의 싸움.

투어를 다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오전 11시쯤 되었다. 하루를 새벽 3시부터 시작했더니 피로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것 같은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랑과 나는 이날 찍은 사진을 보고 또보며, 이렇게 멋진 경관을 가족이 모두 함께 했다는 행복감을 나눴다. 아이들에게는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았을까? 했는데, 우리집 첫째는 이 투어를 또 해보고 싶다고 지금도 말한다. 위험은 감내해야 했지만, 오프로드를 오픈카로 달리는 기분은 꽤 신나기는 했기때문이다. 가도 가도 너무 매력적인 발리. 아직 발리 북부는 투어를 하지 못했는데, 자연의 모습이 다채로운 발리가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얻은 가장 큰 혜택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