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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Oct 13. 2016

[11] 카레 한 접시

[11] Mom's Curry Dish



첫 날을 그렇게 엄마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 곁에서 20일 동안 있는 내내 엄마의 운동에 대해 끊임없이 듣게 되었다. 얼마나 그 운동을 만나서 다행스러운지, 행복한지, 실력이 얼마큼 늘었는지, 필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한국에 가서 나도 골프를 시작해야 하나 라고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나도 감사했다.


며칠 후 화요일이 되던 날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고, 며칠 전부터 나에게 얘기해 주었었다. 어느 골프 클럽이 주최하는 경긴데 매주 화요일 오전에 4명이 팀이 되어서 골프를 친다고 한다. 이 골프 클럽은 한국 여성들만의 모임이고, 120타를 넘는 사람은 등록할 수 없다고 한다. 5번의 경기에 임해서 한 번만 120타를 넘지 않으면 된다고 하는데, 엄만 이날 경기가 엄마에게 5번째 되는 날이었고, 4번 모두 120타 안이라 오늘 어떻게 치든 무조건 합격이라 했다. 이미 합격임이 뻔한데, 엄만 며칠 전부터 경기에 대해 심히 긴장한 상태였다.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열심히 하려다가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5번째 경기가 있던 화요일, 엄만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움직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시차가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라 5시 반에 일어났는데 엄만 이미 풀메이크업에 부엌에서 요리 중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서기 전 함께 밥을 먹겠다고 얘기한 말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기 보단, 혼자보단 둘이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해서였다. 대학시절부터 “혼밥”을 가졌기에 집이든 식당이든 어디든 혼자 먹는 게 익숙한 나이긴 하지만 (그리고 그 당시--물론 지금도--미국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 행위가 튀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이젠 좀 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하다.


엄만 카레를 준비했다. 인도에서 어디를 거닐러도 맡아볼 수 있던 특유의 인도 향보단 덜 진했다. 그러나 엄마의 카레는 내가 어릴 적부터 늘 맛이 있었다. 당근부터 시작하여, 양파, 감자, 고구마, 심지어 사과까지, 채소와 과일의 선 넘기가 당연한 듯, 씹을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엄마는 앉아서 반쯤 감긴 눈으로 크게 한 숟갈, 한 숟갈 먹고 있는 나를 보며 이른 아침에 골프를 치러 가기 전에 나랑 같이 밥을 먹으니 좋다고 했다. 그리곤 빠른 속도로 카레를 흡입하고 일어나 물과 음료수와 소량의 간식을 가방에 넣으며 다녀오겠다고 했다.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며 난 부엌에 남아 남은 카레를 먹었다. 결국엔 혼자서 식사를 마쳐야 했지만, 엄마가 해 준 음식과 엄마가 살고 있는 집에서 먹으니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지난 수년의 시간도 밥을 먹든, 거리를 거닐든, 난 결코 혼자인 적이 없었다.


나를 사랑하여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빚으신 그분을 비롯하여 언제나 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기에. 육안으로 볼 수 없어도, 곁에는 있지 않았어도, 따뜻한 카레 한 접시를 준비할 때처럼, 그 정성은 마음으로 느끼고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엄마에 관하여> 메거진은 "[1] 20일의 여름 여행, 엄마에게로"부터 시작되는 시리즈 글의 모음입니다. 1편부터 읽어주시면 글의 흐름과 이해해 도움이 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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