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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Oct 03. 2016

[10] 그녀의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10] Her Mother's Last Minute

엄마의 구릿빛 발목 색깔이 순간 2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엄마를 보며 피부가 하얗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할머니는 항상 우유색이었다.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할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하얬다. 살결은 소복 쌓이는 눈처럼 보드라웠고 흰 빛이 났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미세한 차이일지라도 다른 특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둘은 제법 많이 달랐다. 할머니의 등은 늘 조금 굽혀 있었고 몸집은 왜소했다. 말수가 적으셨고 말을 하실 때엔 소곤소곤 수줍은 소녀처럼 얘기하곤 했다. 물론 엄마에게도 할머니가 가졌던 소녀감성이 있지만 내가 본 할머니에겐 없던 모험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고 승부욕이 있어 전투적인 부분도 있다. 


2년 전 여름,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나오자마자 병실에 누워있던 할머니를 뵈러 갔다. 그 당시에도 엄만 신분 유지로 미국에 있어야 했었다. 그리고 이모랑 함께 할머니 병실을 찾았던 날이 마지막일 줄, 나도 엄마도 미처 몰랐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할머니의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엄만 본인 대신 내가 한국에 가서 할머니를 뵈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 날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손은 부드러웠다. 살결이 고왔고 뽀얬다. 



오전 11시가 되자마자 이모와 난 슬리퍼로 갈아 신었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20분 면회시간이 야속하듯, 

이모는 들어와서는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곧장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고선,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일 년 만에 찾아뵙는 것인데 어제 본 손녀처럼 나를 바라보시며 그렇게 정겹게 편하게 환히 웃으셨다. 나를 착한 사람으로 만드시는 건 여전했다. 


다리를 주무르는 이모를 따라 나는 할머니의 왼손을 잡았고 할머니의 손은 그렇게 부드러웠다. 살결이 고왔고 뽀얀 것이 아기 피부 같았다. 그런데 포동포동한 아기 피부가 아니었다. 살은 늘어져 있었고 할머니께선 힘이 없으시단다. 조금 어지러우신단다. 병원실 밥이 맛이 없단다.


할머니, 맛없어도 드셔야 돼요. 다 드셔야 돼요.


보통 같으면, 예전 같으면, 정겹게 편하게 환히 웃으시면서 네 말 알겠다 하실 텐데, 그 날 금요일 오전 면회시간 때의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으셨다. 


면회시간이 끝나가고 나는 할머니께 또 오겠다고 하며 잡던 손을 매트리스 위로 놓았다. 할머니를 바라보니, 대답도 고개 끄덕임도 없었지만 나는 들은 셈 치기로 하고 한번 더 당부하며 병실을 나왔다. 다음 주 월요일이 좋을지 화요일이 좋을지 조금 고민을 해 보았는데 영 작별인사가 시원찮았다. 터무니없는 인사여서 화요일보단 하루 이른 월요일에 와야겠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월요일도 화요일도 아닌 바로 다음 날 밤 11시, 나는 할머니를 다시 찾아뵐 수가 있었다. 면회시간 맞춰 갈 필요도 없게 되었고 20분이라는 제한시간도 이젠 없게 되었다. 


내 앞에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왼쪽을 바라보고 계시는 이쁜 내 외할머니의 상 사진이었다. 병실 문으로 향하는 나를 표정 없이 말없이 바라보던 그 순간부터 이 땅에서는 영원히 내 어느 말에도 대답하지 않으실 할머니. 


할머니. 


삼일장을 치렀다. 편히 할아버지와 함께 슬픔 없는 천국에서, 예수님 곁에서, 행복하게 평안하게 계시기를 바라고 바래요. 그리고 믿어요. 


이쁜 우리 할머니,

오늘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엄마에 관하여> 메거진은 "[1] 20일의 여름 여행, 엄마에게로"부터 시작되는 시리즈 글의 모음입니다. 1편부터 읽어주시면 글의 흐름과 이해해 도움이 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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