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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Oct 03. 2016

[9] 그녀의 발목

[9] Her Ankles


연습장이 눈부시다.

따가운 햇살에 비춰 잔디는 본래의 초록보다 더 반짝인다.

땅이 넓어서인지 이 곳의 연습장은 가로 세로 하늘로도 넓디넓다.


이번 주는 38도까지 치솟는 더위에

캘리포니아의 특유의 살랑바람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덥다.


태양 아래

안막 아래

모자 쓴 엄마는

몸을 풀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발목을 천천히 빙빙 돌린다.

이내 채를 쥐고 공 하나를 인조잔디에 살포시 올려둔다.


팔은 아래로 곧게 뻗어 채와 직선을 이루고

등도 뻣뻣이 펴있다.

무릎은 살짝 접혀있고

신발은 안정되게 땅과 붙어있다.


엄마는 쥐고 있던 채를

오른편으로 들어 올린다.

그리고는 채를 내리면서 공을 치는데

듣기 좋은 “탁” 소리가 나며


그 순간

엄마의 바지 밑단과

살짝 보이는 흰 발목양말 사이

드러나 있는 10 cm 정도의 발목이

반짝한다.


구릿빛이다.


저 뒤로 공은 날아가고

드리우는 해는 그림자를 일구어

지난 시간 동안 엄마의 스윙의 모습들이 반사된다.


엄마는 해보다 더 진하게

타고 있었다.






<엄마에 관하여> 메거진은 "[1] 20일의 여름 여행, 엄마에게로"부터 시작되는 시리즈 글의 모음입니다. 1편부터 읽어주시면 글의 흐름과 이해해 도움이 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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