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Mom's New Friend
"엄마, 오늘 뭐 할 거야?”
“연습하러 가야 돼. 매일매일 연습하는 게 중요한데, 진아하고 싶은 거 있으면 안 가도 되고.”
엘에이에 살면서 엄만 외로움을 탔었던 게 분명하다. 신분을 유지하기 위함과 동생과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아빠의 원함을 들어주기 위해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동생이 이십 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시점이 돼버린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동생에게선 본인의 개인적인 생활과 공간이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만 했다. 그 결과 엄마와 같이 단 둘이 살면서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문제의 시발점은 엄마의 나태함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동생은 얘기하곤 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처럼 등을 구부린 채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는데 동생은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불도 켜지 않은 어두 컴컴한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엄마를 보면서 몇 생각들이 동생의 뇌리 안을 지나쳤다고 했다.
집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하나. 엄마와 얘기를 더 해야 하나. 그럼 거실은 밝아지려나. 아빠 대신 아빠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동생을 괴롭혔다고 한다.
사실 엄만 자연 자체가 밝히고 그 스스로 어두워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앉아서 조용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머리가 복잡해질 땐, 눈을 감고 고요 속에 머문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나도 한때 동생처럼 생각하곤 했다. 그런 모습이 나나 동생에겐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 영향에 이어 우리로 하여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엄마가 이런 시간--조용하고 한 곳에 머무르는--을 가진지는 오래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 시간이 엄마에게는 선물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미국에 있기로 한 시점부터, 처음엔 우리 둘을 뒷바라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얼마 안 가선 사업을 해야만 했기도 했다. 그런 무거움으로 체중이 10킬로그램이나 빠지게 되었던 적도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제야 조금의 걱정은 덜고 쉼을 가지고 있는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동생도 그런 시간을 겪고 있던 와중, 엄만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골프는 아빠가 먼저 시작했는데 약 15년 전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운동의 재미를 안 아빠는 엄마에게 배워보라고 수차례 권유했었다. 집에서의 중요한 결정은 가만히 지켜보면 엄마가 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의 서열은 아빠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주 분명한 우리 집이다. 그러나 엄마는 아빠의 제안을 매번 단호히 거절했다. 이 세상에 그렇게도 재미없는 운동을 자기는 하지 않겠다고 시위하고 버텼다.
그러다 시간이 흘렀고 엄마는 동생과의 충돌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시점. 구부리고 앉아 생각을 해보다가 늙어가는 아빠가 혼자 필드에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생각이 드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골프를 하기로 다짐했다는 엄마. 지금은 프로의 정신을 가지고 맹연습 중이다.
골프에 입문한 지 약 1년쯤 되었을까 (중간에 잔병으로 한 6개월 정도는 채를 잡지 못했지만). 엄마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으려나 궁금증이 생긴다. 온 김에 직접 봐야겠다. 피곤하지만 잠을 잔다는 것은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나 낭비가 되겠지?
캘리포니아로 도착해서의 나의 20일간의 여정은 엄마의 골프 연습에 따라가는 것으로 그렇게 시작되겠다.
<엄마에 관하여> 메거진은 "[1] 20일의 여름 여행, 엄마에게로"부터 시작되는 시리즈 글의 모음입니다. 1편부터 읽어주시면 글의 흐름과 이해해 도움이 되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