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lah Dec 10. 2016

[13] 동생과 엄마 사이

[13] A Distance between Luke and Mother


이틀의 길고 깊은 수면을 가진 이후,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온 지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동생 루크를 만나는 날이다. 루크는 엘에이에 있고 엄마와 내가 있는 곳은 남동쪽 방향으로 차로 40분 가야 하는 곳에 있다. 두 장소의 거리와 동생의 학교 일정이 우리 둘을 며칠에 걸려 보게 했다. 캘리로 오자마자, 동생에게 학교 수업이 끝나면 운전해서 엄마와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려 했지만, 엄만 심하게 날 말렸다.



“학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 라며.



그는 내년에 졸업할 계획이다. 2년 전부터 그 해에 졸업을 할 생각이었던 그는, 이번엔 정말로 졸업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희망하는 바, 기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4년 과정인 학교에 8년 이상 있는다는 것은 그리 재밌어 보이진 않는다. 사실, 그가 다니고 있는 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그에게 있어 3번째 대학교다. 내 동생은 그동안 학업적으로, 육체적으로, 심리적과 영적인 부분들을 포함한 많은 역경들과 결투해 왔다.



부모님에게 있어서, 그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고 하나, 그는 어릴 적부터 특히 엄마의 관심과 그에게 사용되는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해왔었다. 그래서인지 나이 스물여섯인 루크는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거실, 화장실, 부엌, 즉 거의 모든 것을 엄마와 공유하면서 지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나 대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미국 사회에서 동생의 끝나지 않는 대학생활과 그와 함께 동시에 독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루크에겐 또 다른 힘듦으로 다가왔었다. 본인 스스로에게,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던 와중 지난 5월, 엄마가 그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 40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동생은 마침내 기뻐했다. 그러나 짚고 가야 할 하나의 사실은 우리 넷 중에서 그 둘이 여전히 제일 근방인 곳에 살고 있다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너무 자주 본다면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루크는 몇 년 전부터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왔었다. 엄마의 지나친 돌봄이 때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어렸을 적 엄마의 많은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동생은 더 이상 그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설 때가 되었던 것인데 지나온 과거의 습성으로 인해 엄만 동생의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사랑하는 방식과 동생이 사랑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엄만 어떻게든 동생이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고, 동생은 공부 이외에 본인이 처해 있는 환경과 상황, 그리고 내면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 등에 대해 엄마가 알아주고 이해해 주길 원했다. 서로에게서 필요로 하고 요구되는 부분들이 달랐기에 그 둘은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마찰을 빚어왔었다.



엄만 그의 학교 스케줄을 꿰뚫고 있었다. 수업 일정이 매일 달랐는데, 그 다른 매일에 몇 시에 일어나야 학교를 갈 수 있는지와 수업 이후에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몇 시에 집에 들어올 거라는 정도. 어떤 과목을 어려워하고, 어떤 과목의 교수가 점수에 까다로운지. 그의 친구들의 이름과 그들이 각각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본인의 패턴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엄마였고 루크는 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은, 그의 하루 일정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엄마에게 그 누구보다도 수다스럽게 말했던 자가 정작 루크 당사자이고, 엄마는 그것들을 너무나도 잘 기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동생과 떨어져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들이 그토록 소원하는 것이라는데...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본인이 나이가 들면서, 아들과 빚는 마찰에 대응하는 힘을 잃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엄마는 그렇게 이사를 했다. 그리고 루크와 떨어져 살면서 엄마에게서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그중 제일 큰 하나는, 걱정을 입에 달고 살던 엄마의 심장이 아기 손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7월 말 내가 캘리포니아로 넘어가기 전 전화 너머로의 엄마의 목소리는 매우 밝아져 있었는데 엄마가 해왔던 걱정이라는 생각이 본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논리를 깨달은 듯했다. 여태 동안 엄마의 여동생 등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은 엄마에게 늘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위로를 해왔다. 루크가 언젠간 졸업을 할 것이고, 다만 다른 또래 이들보다는 느리게 갈 뿐이라고. 그런 말의 씨앗이 어느새 엄마의 생각과 마음속에 자리 잡아 새싹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녀는 루크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만 그녀가 꽉 붙잡고 있던 걱정의 밧줄을 스르르 놓고 말았다. 그녀는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있어 6개월 만에 동생을 만나는 날인 특별한 오늘, 엄만 문득 오늘이 어떠한 날인지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도달한 것이다.



엄마 서둘러야 해. 루크를 픽업하고 라치몬트 벙갈로우(LarchmontBungalow)로 가자. 내가 엘에이에서 제일 좋아했던 거기로. 얼르은!






<엄마에 관하여> 메거진은 "[1] 20일의 여름 여행, 엄마에게로"부터 시작되는 시리즈 글의 모음입니다. 1편부터 읽어주시면 글의 흐름과 이해해 도움이 되실 거예요 :) 

매거진의 이전글 [12] 지금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