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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Dec 13. 2016

[14] 집 주변의 사람들

[14] A Group of People nearby Home

우리가 도착했으니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루크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이 곳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동생과 함께 살던 바로 그곳이다. 또한 내가 뉴욕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방학이 되면 놀러 왔던 곳이라서 매우 낯익은 장소다.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동생은 전화를 받는다. 그 또한 달라져 있다. 전화를 곧장 받을 뿐 아니라 일찍 일어나 있으며 영상을 보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면서 곧바로 내려오겠다고 한다. 여러 근육질 남자들이 땀을 흘리며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영상을 말하고 있다. 동생과 함께 지낼 때 거실에서 헥헥 소리가 들렸던 적이 있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컴퓨터 스크린을 주시하며 요가매트 위에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던 동생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주차장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동생이 한 팔로 목발을 짚으며 절뚝거리며 내려온다. 농구를 하다가 발목을 접질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며칠 전 본 것 마냥 자연스레 인사한다. 난 루크에게 완전히 나을 때까지는 운동은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전하고 동생은 다정하게 내 말에 동의를 한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엄마도 기분 좋아 보인다. 엘에이에 살면서 내가 젤 좋아했던 브런치 카페로 가기 위해 엄만 차 시동을 켠다. 나와 동생은 오믈렛 하나와 아보카도 캅 샐러드는 무조건 시켜야 한다며 엄마 꺼로 하나만 더 고르면 되겠다고 얘기하면서 차 안의 공기를 어느새 부산스럽게 만든다.



엄마가 유턴을 하며 게이트 앞으로 가니 녹이 슨 게이트가 천천히 열린다. 게이트를 통과하며 나가는데 등은 구부정하고 펑퍼짐한 티셔츠와 낡아 보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텐트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낮은 천막 지붕 아래로 사람이 들어간다. 한 평쯤 되어 보이는 그곳엔 쌓여있는 몇 개의 옷들이 보이고, 선풍기가 있다. 또 다른 남자가 보이고 그는 매트리스 위에 걸터앉아 있다. 텐트 밖엔 자전거 한대가 바퀴를 위로해서 뒤집어진 상태로 놓여있고, 자전거 수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떤 기계 같은 것이 옆에 놓여있다. 하나, 둘셋, 넷. 총 다섯 개의 텐트가 우리 아파트 단지 게이트 밖 갓길에서 사이좋게 자리 잡고 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언제부터 이곳이 홈리스 사람들에게 핫스팟으로 바뀐 거지?



이 곳은 메인 도로로부터 좌회전해서 들어오면 아파트 단지의 게이트로 이어주는 장소다. 아파트와 상점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K-Town(코리아타운)에서 유난히 한적하고, 잘 알려져 있는 곳도 아니며, 사실상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거리도 아닌, 아주 드문 곳 이기는 하다. 그리고, 그늘을 만들 줄 아는 큰 나무들도 몇 자루 심겨 있다. 이런 거리의 요소들이 홈리스들에게 캘리포니아의 여름을 나기에 있어서 매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홈리스 무리가 아파트 단지 밖에 무리를 지어 24시간 생활을 한다면 그것은 좀 위협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아파트 단지 주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끔 할 수도 있고 게이트가 열리면 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를 따라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루크는 이 공간의 노숙자들이 불과 몇 주전만 하더래도 이 정도의 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아파트 측에서 통제할 수 있는 빙법이 없나? 마지막 일 년은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는 동생의 결정이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을 두고 내가 너무 인색한 것일까? 아니면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그들을 보며 어떠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불편한 마음으로 메인도로를 나서지만 동생과의 곧바른 화재 전환으로 인해 집 앞의 사건은 3rd Street위에서 어느새 잊히고 만다.





<엄마에 관하여> 메거진은 "[1] 20일의 여름 여행, 엄마에게로"부터 시작되는 시리즈 글의 모음입니다. 1편부터 읽어주시면 글의 흐름과 이해해 도움이 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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