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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Aug 26. 2020

[21] 사회적 거리두기, 뒤집어진 의자

Social Distancing, Chairs Upside Down


어제도 돈가스를 먹었는데, 오늘은 스타벅스에 와서 포크커틀렛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저녁으로 먹는 거라, 진열장에 남아있는 몇 개의 식사류, 베이커리류에서는 선택한 이 샌드위치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좌석 간의 2m 거리 확보를 위해, 빼놓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구석 곳곳에 힘없이 쌓여있다.

 

오후 6시를 넘기고 있는 애매한 저녁 시간이라서 그런지, 오늘 북상할 태풍의 소식 때문인지, 아니면 다시 시작되는 코로나 유행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120석 정도 준비되어 있는 이 공간에 좌석은 90% 이상 비어 있다. 기사에는 의료진들의 휴진 내용, 오늘 추가된 300명 신규 확진자, 폰에는 확진자의 경로가 확인되면서 그 또는 그녀가 거쳐갔던 장소를 방문했다면 진료소에 들려 달라는 경보 알림.


너무나도 많은 코로나 이야기로, 내 앞에 놓여 있는 반가운 이 백색의 화면을 그 내용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9600km 떨어져 있는 엄마와의 통화에서도 코로나 이야기를 메인으로 자리 잡게 두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 뿐, 엄마는 코로나로 걱정이 많다. 자영업을 하는 우리 가족에 대해 걱정이 안 될 순 없으리.


엄마로부터 전화 너머로 이 걱정 저 걱정 얘기를 흘려듣는다. 그러다가 엄마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평소보다 굵은 톤으로 문장을 내뱉는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래도 칼을 뽑았다면,
젊었을 때 성공을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니.



늘 걱정이 낳은 말들만 하는 엄마인 줄 알았는데, 오늘의 나의 엄마는 웬 결의에 차 있는 잔다르크 같다.


나는 여기 내 현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모아서 엄마에게 전달하곤 하는데, 조금 전 엄마에게 내 팔에 관해 일어난 이야기에 대해 들려주었다.


며칠 전 동생이 내 팔을 유심히 보더니, 팔이 굵어진 것 같다고 했다. “살쪄서 그런가 보지 뭐,” 하고 넘어갔는데, 동생이 계속 보더니 이내 걸어와서는 팔을 쿡쿡 찔러봤다. “아니, 이거 근육인 것 같은데?” 근육이라는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져서 한 번 팔을 들어 힘을 주며 구부려 봤는데, 울퉁불퉁한 자갈밭에 약간 솟아오른 통통한 언덕이 만들어졌다. “이게 뭐야!” 보기 썩 좋은 모양은 아닌 근육이 생겨 있었다. 3~4개 트레이를 쌓아 들고 1,2층 매장을 매일 같이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팔의 위 부분으로만 생긴 근육이었다. 동생과 나는 시끌시끌하게 웃으며 넘어갔지만, 나의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미관으로서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엄마는 내 팔 대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딸에게 팔에 없어도 되는 근육이 생겼다고 마음이 아프다 했다. 한숨 두숨을 내쉬더니 그래도 젊었을 때 성공을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100에 80은 걱정된 이야기를 하는 엄마에게서, 결의에 차서 성공에 대해 말을 하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생각하며 순간 웃음이 났다. 하지만 인생 선배, 사업 선배에게서 듣는 메시지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던 엄마. 10년 뒤, 미국에서는 대입 준비 학원을 운영했던 엄마. 두 사업 모두 결국에는 다른 두 이유로 문을 닫게 되었지만, 엄마는 본인의 사업을 성공이라 불렀다. 그때 그 시절, 엄마가 처해 있던 상황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 나한테 성공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 그렇게 함이 나를 돕는 일임을 알기에.


칼을 한 번 뽑았다면 승리를 잡아 보는 것.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투의 끝을 승리로 맞이하는 것.


제 역할을 못하고 테이블 위에 뒤집혀 쌓여 있는 의자들이여,

다시 뒤집히자!


엄마에게서 받은 생소하지만 뜨끈뜨끈한 도전, 그래서 귀한 이 도전은 꼭 성공시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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