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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공격하는 유해한 세균들로부터 차단된 공간. 얼핏 생각해보면 무균실에서의 생활은 위험도, 갈등도 불필요한 평화로만 가득할 것 같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토록,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는 자잘한 병치레를 하며 커 왔다. 어떤 자극에도 무력하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연약한 아기시절, 자지러지게 울고 앓고 열병을 앓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한참을 아프고 나면 또 몸도 마음도 조금씩은 자라나고 단단해지고. 무수한 아픔의 과정을 겪어내며 몸과 마음의 항체와 맷집을 키워 온 것이다.
어디에서도 완벽한 방공호는 없다. 무균실처럼 나를 공격해 올 수 없는 곳을 찾아 들어가 웅크리고 있어서는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더 거친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다.
그리하여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무균실 밖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프고, 다치고, 앓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과정들을 겪어내고 난 후의 나는 또 한뼘 자라있을테니까.
어떤 공격에도 덤덤히 이겨내고 맞서싸울 맷집을 키워나갈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