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하기 붙여넣기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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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마음에도 ‘복사하기’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잠깐 반짝였던 용기, 한밤중에 스쳐 지나간 좋은 생각, 누군가에게 들었던 따뜻한 말 한 조각 같은 것들. 그때 그 순간엔 분명히 나를 단단하게 해주었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흔적 없이 희미해져 버린다. 차라리 복사해서 내 삶 여기저기 붙여넣어 두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작 ‘복사하기 붙여넣기’로 해결되지 않는 게 마음의 일이다. 같은 말을 들어도, 같은 장면을 보아도, 매번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흔들리는 게 사람이라서. 어제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말이 오늘의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그저 그런 일상이 어느 날엔 드문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가끔 아주 작은 마음 한 칸을 따로 만들어 둔다. 이름을 붙이자면, ‘수동 저장함’ 같은 것. 그날 특별히 고마웠던 표정, 나를 웃게 했던 한 문장, 아무 이유 없이 좋았던 저녁 공기 같은 것들을 조용히 옮겨 적어두는 곳이다. 복사해서 붙여넣는 건 아니지만, 천천히 다시 써보며 기억을 한 번 더 머금는 일. 그 과정이 이상하게 나를 지탱해 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서툴게, 그러나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저장한다. 어떤 기억은 흐릿하게, 어떤 감정은 진하게. 절대 같은 하루는 다시 붙여넣을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날의 감정이 더 귀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복사하기 붙여넣기’가 없는 마음이라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르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 다름이 쌓여, 언젠가 돌아봤을 때 나라는 사람의 문장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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