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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보〉를 보았다.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아침부터 마음을 벼르며 길을 나섰다. 세 시간이라는 어마무시한 러닝타임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부터 다리까지 온몸이 쑤셔오는 육체적인 이유도 있었고, 도파민에 익숙해진 나의 나약한 집중력이 끝까지 버텨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기대가 이 모든 걱정을 이겨낼 거라 믿으며 스크린에 시선을 맡겼다.
가부키 문화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나였지만, 의외로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영화를 본다기보다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에 가까웠다. 긴 러닝타임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상황과 갈등에 점점 깊이 빠져들며, 어느새 나는 그의 한 생애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스며든 가부키 공연 장면들은 공연장을 찾은 듯한 감각까지 안겨주었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상세한 줄거리로 정리하기보다는, 마음속에 잔잔히 남은 장면과 이미지들로 갈무리해두고 싶다. 평생 닿을 수 없고, 끝내 온전히 가질 수 없는 반짝임을 좇아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 생의 전부를 걸 수밖에 없었던 선택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주어진 삶이 가슴 깊숙이 절절하게 파고들었다.
끝내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었지만, 거부할 수도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생을 불태운 사람들의 이야기. 그 처절한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