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는 말이 어려운 사람

by 휴운

*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내밀어 준 손을 덥썩 잡는 것도 어려워 하는 사람. 드러내진 않지만 항상 누군가와의 거리두기를 본능적으로 유지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날씨를 묻고 답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인사임에도 나는 왜이리 ‘밥 먹자’는 말이 어렵게 느껴지는지. 심지어 비교적 가까운 관계에서도 함께 밥먹자는 구체적인 약속이 잡힌 상황에서조차 알 수 없는 긴장 비슷한 것을 한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이 형식상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질 때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언젠가가 될 지 모를 그 ‘밥 약속’을 떠올리며 목에 걸린 알약같은 찜찜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애매하게 진심인 듯 아닌 듯한 애매한 느낌이 들 때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 약간 이상한 것 같기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이, 나에게는 꽤 많은 것을 공유하고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기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리라.


이런 나의 유난스러움을 자책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럴 땐 속편한 해결책이 있다. 바로 운명론에 귀의하는 것.

나와 편하게 마주앉아 웃으며 밥을 먹게 될 운명이고 인연인 사람이라면 언젠가, 어디에선가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삿말의 운명은 결국 그 말을 건넨 사람과 나의 인연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끝내, 가지지 못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