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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20% 아래로 내려가면
마음이 먼저 불안해진다.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데도,
곧 꺼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충전기를 챙겼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콘센트가 보이면 안심부터 한다.
사실은 휴대폰보다 내가 더 방전되어 있는데.
요즘은 쉬고 있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계속 무언가를 소모하고 있는 느낌. 그래서 더 빨리, 더 자주 불안해진다.
방전 포비아는 완전히 꺼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다 꺼지기 전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까 봐 생긴다.
오늘은 그냥 저전력 모드로 살아보기로 했다.
알림을 줄이고, 해야 할 말을 미루고,
괜찮은 척도 잠시 꺼두는 쪽으로.
배터리는 다시 충전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그러니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