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가는 거야! 라며 플렉스!하고 올 거야~ 라며 떠났던 마이오리.
여름날 초저녁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와인을 마시고 싶어서 공간이 오픈되어 있는 레스토랑을 찾다가 머물고 있던 호텔 근처에 위치한 다른 호텔 루프탑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호텔 레스토랑이기도 했고, 플렉스~하는 느낌으로 찾은 곳이라 그곳에 맞는 TPO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말 화려한 패턴이 더해진 원피스를 입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루프탑 레스토랑 입구에서 당당하게 1명이라고 이야기하며 뷰가 보이는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는데 나 혼자 세상 화려하게 입고 있는 것 아닌가.
레스토랑에 손님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의 차림이 너무 캐주얼했다. 남성분들은 시원해 보이는 반바지에 하와이안 셔츠 같은 캐주얼한 차림. 여성분들도 그냥 원피스나 일반 캐주얼한 차림
나만큼 화려하고 블링블링하게 온 사람이 없었다.
뷰가 잘 보이는 레스토랑에 홀로 앉아서 랍스터 파스타를 주문했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랍스터와 랍스터를 해체시키기 위한 도구가 같이 나왔다. 당시 아시안을 보기 힘든 동네였는데 세상 블링블링한 모습으로 홀로 레스토랑에 앉아 랍스터를 쪼개고 있는 내 모습은 레스토랑 직원들에게도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랍스터를 먹을 줄 몰라서 낑낑거리는 나에게 테이블 서버가 다가와서
"hard more hard! madam!"
이라며 좀 더 힘을 쓰라며 옆에 서서 응원해 줬다. 결국에는 랍스터 껍데기를 해체했고 우린 함께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그게 흥미를 끌었을까?
옆테이블에 앉아있던 부모님 뻘의 부부가 말을 걸었다.
"혼자 왔니?"
우리는 약간의 간격을 둔 테이블에 각각 앉아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한 달째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 중이라는 남아공에서 온 부부셨다. 남아공에서 맥도널드지점을 몇 개 운영 중이시라던 부부(집에 빈방이 많다고 초대해주신다하심). 영어가 짧은 나였지만 우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고 나중에는 내가 테이블을 옮겨서 같이 와인 한 병을 나눠마셨다.
와인을 나눠마시며 나는 그들의 금슬을 부러워했다. 그들은 두 번째 결혼이라며 쿨하게 이야기했고 당시 사랑을 찾는 싱글이었던 나는 그들에게 "사랑"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했다. 와인이 한두 잔 들어가면서 외국인으로 영국에서 지내는 내 모습을 한탄하며 사랑에 빠졌지만 미래에 비자로 인해 그와 헤어지면 어떡하냐는 둥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토로했고 그들은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허니,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게 할 거란다"
"그런 걱정은 미리 하는 게 아니야"
사실 그 당시에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시 놀랬지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안다. 정말 그런 걱정따윈 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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