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를 헤매며
몽마르뜨 성심당을 두 번 갔었는데, 매번 갈 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올라갔다.
한 번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루트를 통해서 성심당을 정면으로 보면서 올라간 적이 없다.
파리 여행을 할 때 citymap이라는 어플을 사용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이 앱이 구글지도보다 훨씬 상세하고 다양한 경로를 보여줬었다. 그래서 나는 이 어플을 찰떡같이 믿고 내가 있는 위치에서 편한 루트로만 다녔다. 그게 문제였다.
시티맵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는데 관광객이 많은 인기 관광지라고 했는데 사람이 안 보였다. 을씨년스러운 길을 혼자 걸어 올라가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티맵이 거짓말할 일 없다며 묵묵히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듬성듬성 초상화를 그려주는 길거리 화가들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사진에서 보던 몽마르뜨는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몽마르뜨 성심당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렇다 나는 몽마르뜨 언덕 뒷길로 올라가고 있었다.
시티맵이 다양하고 상세한 경로를 보여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다양한 선택지에서 내가 고른 길이 사람들도 없고 고요하고 쓸쓸한 길이였다니.
두 번째로 몽마르뜨 성심당을 찾았을 때는 가족들과 함께였다. 이때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다. 한번 온 적도 있었고, 루트를 잘 못 선택해서 올라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확실하게 관광객다운(?!) 루트를 통해서 갈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묘지에서 길을 헤매게 되었다. 시티맵이 Montmartre Cemetery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준 것이다. '몽마르뜨'를 검색했기 때문이었다. 묘지를 30분가량 헤매었다. 초행길인 가족들은 걷다가 걷다가 지쳐서 넓은 묘지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길을 묻고 싶어서 사람을 찾아 이리저리 걸어 다녔지만 오전시간대의 묘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었다. 이미 지쳐버린 가족들은 안절부절 못 하면서도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다시 성심당을 검색해서 어케저케해서 결국에는 묘지를 빠져나와 널따란 광장을 지나 몽마르뜨 언덕에 무사히 도착했었다.
어플에 검색할 목적지를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어플이 보여준 다양한 경로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 역시 나의 몫이었다.
가는 길을 모르겠더라,
가는 길이 어렵더라,
가는 길이 지치더라,
가는 길이 예쁘지 않더라,
하지만 결국엔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풍경을 바라보는데 그 힘들고, 모르겠던 길에 대한 감상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있었다.
모든 일이 그렇더라,
어디로 갈 것인지만 제대로 설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결국에는 그 끝에 도착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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