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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ene Aug 05. 2022

6. 비건을 해야 하는 이유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지난번에 언급한 이탈리아인 친구 루카처럼 태어날 때부터 비건으로 살아와서 그 이유가 ‘Just Because(그냥)’인 사람은 드물다. 비건인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채식 식단을 통해 보다 건강한 방법을 지향하는 것일 수도 있고 동물 복지, 보호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함일 수도 있고 또는 환경에 대한 작은 우려가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힌 경우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사람은 다 자신만의 합당한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꾸리기에 앞서 나열한 이유 밖에도 너무나 다양한 이유와 방식이 존재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다. 영국에 살면서 환경에 대한 우려로 시작한 케이스다. 영국의 ‘친환경’ ‘친동물’ 문화가 나로 하여금 지구와 환경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각성의 역할을 해준 셈이다. 이거 너무 영국을 떠받들어주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이다. 내가 바라본 영국은 대한민국에 비해 뒤처지고 답답한 문화도 많은 반면에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복지에 앞서가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부끄럽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구 환경’이라는 키워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기후과학자들이 경고하는 ‘10년 후의 지구’ 등과 같은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마주해도 경각심은 그 영상을 보는 그때뿐이었음을 고백한다. 쓰라린 과거지만 사실이다. 심지어 그 경각심은 하루도 안 갔고 다음날이 되면 늘 그렇듯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당시에는 미래에 닥칠 큰 위기보다 내 눈앞에 보이는 나의 이익이 더 중요했다. 내가 지금 당장 먹고 있는 이 음식이 맛있으면 됐고 플라스틱 용기로 가득한 음식을 시켜먹어도 그날 내가 행복했다면 그걸로 만족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남편과 영국에 왔다. 


앞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영국에서 살면서 숨 쉬듯이 느끼는 가장 명확한 것은 영국은 환경에 굉장히 기민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은 산업혁명을 이뤄내면서 그 이면엔 심각한 도시 공해를 일으킨 나라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수도 런던은 스모그의 도시, 공해의 주범과 같은 오명이 불가피하게 붙어왔다. 하지만 그 이후로 영국은 환경에 친근해지기 위해 꾸준히 목표를 세워 정책을 세워왔다. 특히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로 줄인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공격적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우리 집 앞에만 해도 몇 발자국만 가면 음식이든 생활필수품이든 내용물을 리필해서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 있고, 마트에 흔하게 있는 비닐은 우리가 아는 ‘검정 봉지’이 아니다. 대부분이 연하고 얇은 재질로 땅속에 묻혀도 단기간에 생분해되는 제품을 사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이었다면 일반 마트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온라인에서 구매해야 하는 천연 세제와 같은 제품 역시 대형마트에 브랜드 별로 모여있다. 그만큼 천연세제가 보편화되어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더불어 가끔 텀블러를 세척해두지 못한 날에 마트에서 산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생수는 ‘리사이클링 가능한’ ‘생분해되는’ ‘비건 플랜들리’ 등이 기재되어 있다.(어느 제품이든 단언컨대 문구 셋 중에 하나는 꼭 쓰여있다) 이밖에도 동네 도서관에만 가도 휴지통은 쓰레기 종류에 맞게 분리하여 배출할 수 있도록 ‘일반 쓰레기’, ‘푸드 웨이스트’ 그리고 ‘재활용’으로 섹션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 


영국에서 유명한 바디용품 브랜드 러쉬는 제품을 다 쓰고 빈 용기를 반납하면 용기에 대한 금액만큼을 돌려준다. 이건 일반 리필 스테이션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영국에서 그저 숨 쉬고 먹고 운동하며 산 게 전부인 내가 영국이 친환경 한 나라라는 걸 자연스레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쯤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 왜 우리가  ‘비. 건. 이 돼. 어. 야. 하. 는. 걸. 까.'다. 

지금까지 영국의 친환경 문화를 주절주절 이야기했지만 그것이 오늘의 주제인 비건이 되는 이유와 무슨 연관 관계가 있는 걸까. 그리고 비건에 친숙한 영국의 친환경 문화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그 이유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Cowspiracy)> 를 보시면 안다.라고 말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왜냐하면 제아무리 내가 이 글에서 비건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단 한 편의 다큐멘터리 시청을 통한 영향이 훨씬 훨씬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카우스피라시>가 주는 순간의 경각심보다도 나의 글이 주는 잔잔한 경각심을 믿으며 그 이유를 설명해보겠다.


비건은 육식을 먹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건강의 이유든 동물복지든 여기서 그 이유를 논하진 않겠다. 그저 비건은 육식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UN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의 배기가스보다 많다고 한다. 그 말은 축산업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자동차, 트럭, 기차, 배, 비행기의 배기가스보다 많으며 소와 다른 가축들이 먹이를 소화시키며 많은 메탄을 만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가축이 내뿜는 메탄은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 더 해롭다. 우리가 아무리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전기차를 구매해도 기후 변화의 원인이 화석 연료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가축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고 있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축산업은 아산화질소의 65퍼센트를 배출한다. 아산화질소는 배기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도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약 300배 더 높다. 세계은행그룹의 두 환경 전문가는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세계적 기준을 적용하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51퍼센트가 축산업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가축을 먹이기 위해 삼림 지대가 파괴되고 소가 호흡하며 메탄을 내뿜기 때문이다. 그리고 축산업에서 소에 사용하는 물은 전 세계 물 소비량의 30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환경을 생각하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리필 스테이션에 가고, 재활용하고, 물을 아껴 쓴다고 해도 소고기 한번 안 먹는 것으로 올인.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환경이 오염되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다. 우리는 이를 ‘지구 온난화  또는 기후변화’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가까운 과거에 영화에서만 볼법한 재앙 수준의 재난을 매스컴으로 많이 목격했다. 2019년 호주에서 난 산불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순식간에 집을 잃었고 수억 마리의 죄 없는 야생동물들이 희생당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산물이란 분석을 내놓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고온 현상과 유례없는 가뭄이 건조한 땅을 만들어 산불로 이어진 비극적인 재난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도 별수 없이 재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2022년 올해 영국의 여름은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다. 뉴스를 찾아보니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온도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영국에 있는 우리 이웃들 역시 집에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영국의 여름은 대게 선선해서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전국에 가정집 에어컨 설치 비율이 5%가 채 안된다고 한다. 런던이 40도를 갱신한 그날, 스코틀랜드에 있던 나 역시 때아닌 폭염에 선풍기가 없는 집에서 찌는 듯한 더위를 온전히 느끼며 잠 못 드는 밤을 지새야 했다. 이제껏 시원한 여름을 살아온 영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비껴갈 순 없었다.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공항 활주로가 휘어 수많은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지연되었고, 더위에 취약한 고령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끔찍한 재난을 이끄는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의 1등 공신(?)이 바로 축산업에부터 비롯된다. 너무나 슬픈 현실이지만 사실이다. 90억 인류는 하루에 2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952만 톤의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15억 마리의 소는 매일 1,700억 리터의 물을 마시고 6,123만 톤의 먹이를 먹는다. 반면에 하루 10억 명가량의 사람들이 굶주려 죽는다. 그런데 인류가 기르는 전 세계 곡식의 50퍼센트를 동물이 먹는다. 그러니 인구에는 죄가 없다. 고기를 먹는 인구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채식을 하면 잡식보다 이산화탄소가 절반이 줄고 화석 연료 사용량은 11분의 1, 물 사용량은 13분의 1, 토지 사용은 18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걸 전부 합치면 채식만으로 하루에 절약할 수 있는 양은 물은 4,164리터 곡식은 20킬로그램, 산림지 2.8제곱미터, 이산화탄소 4.5킬로그램이다.


축산업의 종식은 환경을 깨끗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환경을 위해, 미래를 위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대답은 예스다. 이미 고기를 너무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대답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축산업을 대체할 다양한 산업군도 생겨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인 <비욘드 미트>는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기 위한 고기 대체육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고기가 아닌, 콩이나 버섯 등 식물 베이스 기반으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내기 위해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비욘드 미트로 만든 맥도널드 비건 버거를 먹어본 적이 있다. 맛은 당연히 일반 육고기에 비해 떨어진다. 대체라고 알고 먹으니 괜히 더 별로인 것 같다. 그리고 대체육에 관해선 개인적으로 일반육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육고기를 먹고자 하는 갈망을 줄이는 게 더 빠르고 속 편한 방법이 아닐까.(이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대체육도 결국에는 미래 환경을 위해 나온 대안일 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고, 사용할 자원도 부족하다. 고기 한번 안 먹는 게 뭐가 대수겠는가, 우리 주변엔 그보다도 더 영양가 있고 맛난 훌륭한 채식 식단이 도처에 널렸다. 카우스피라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모두 식물 위주 식단을 하면 소를 죽이지도 먹지도 않아서 소를 사육할 필요가 없다. 먹이가 필요 없으면 먹이를 재배할 필요가 없고, 넓은 땅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되면 죽은 삼림도 다시 생겨날 것이다. 야생동물이 자리를 찾고, 바다도 회복되고 깨끗한 강이 흐르겠다. 그렇게 되면 공기도 좋아져서 우리는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러니 기후 변화의 다른 해결책은 그저 동물을 그만 먹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환경을 위해 비건이 되어야 하고, 친환경과 비건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영국은 그래서 환경에 친근하고, 비건에게도 친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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