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너만 잘 나오면 돼!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40

by 마마튤립

아기를 낳기 일주일 전, 나는 무거운 배를 이끌고 남편과 함께 셀프 스튜디오에 가서 만삭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후로부터 꼬박 일 년이 되기 일주일 전인 오늘, 남편과 나 그리고 아기가 함께 다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일 년 전에는 배가 불뚝 나온 채로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새 그 아기가 세상으로 태어나, 꽤나 존재감 있는 크기로 성장해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왔다니! 문득 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토끼 인형과 초음파 사진을 소품으로 챙겨갔지만 오늘은 그 초음파사진 속 아기, 그때 들고 간 그 토끼인형을 혀로 탐색하며 노는 그 아기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다. 우리는 그때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고 말이다.



낯선 환경에 가면 가끔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이기에, 남편은 아기를 안고

'아기야- 여기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왔던 곳이야! 그때 찰칵찰칵 소리 뱃속에서 들었지~? 오늘은 우리 같이 사진 찍자!' 하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덕인지, 아기는 다행히 울지 않고 사진 촬영에 협조를 나름 잘해주었다.


찰칵-찰칵-

처음엔 깜빡이는 플래시가 눈이 부신지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가, 제법 프로처럼 그래도 잘 참여해 주었다.

결과물을 보니 아기가 문제가 아니었는데..! 아기는 참 귀엽고 생동감 있게 잘 나오고 있었는데..!

문제는 바로 나와 남편에게 있었다.


사진이 잘 찍히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둘 다 대개 카메라가 아닌 모니터를 보고 있는 바람에, 정상적인 사진을 찾기가 거의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급이었다. 때문에 아기와 내가 잘 나오면 남편이 이상하고- 남편과 아기가 잘 나오면 내가 이상하고- 우리가 괜찮으면 아기가 귀찮은 듯 몸을 뒤틀고 있고-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완성본을 확인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니, 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그래도 아기의 귀여운 독사진을 건졌으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예전에는 나와 남편이 잘 나와야 완벽한 사진이었는데, 이제 아기만 잘 나온 사진을 골라 과감하게 나와 남편의 부분은 잘라내기를 한다. 우리만 잘 나오는 건 전혀 소용이 없다. 오로지 우리 아기! 아기가 잘 나오면 그걸로 충분히 기쁘다.

(이런 감정은, 내가 비로소 엄마가 되고 나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라 가끔 참 신기하다. 나도 사진 찍는 걸 꽤 좋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다양한 색색의 기억구슬이 내 안에도 있다면, 요즘 나의 기억구슬에는 온통 아기와의 행복했던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장기기억 저장소가 가득 찰 정도로 벅차오르는 행복이 잦은 요즘-

오늘은 아기와 함께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새로운 구슬이 생성되어, 장기기억 저장소로 데구르르르 굴러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겠구나 싶은, 그런 알록달록한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마흔 번째 날이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기의 식기와 젖병- 그리고 급하게 나가느라 치우지 못한 아기의 내복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 집 거실 한편에는 아기의 장난감과 책들이 있고, 주방에는 우리의 식기 못지않게 꽤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아기 용품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둘만 있던 집에 어느새 이렇게 귀여운 아기의 흔적들로 가득해진 걸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비록 아직 청소가 덜 되어 집이 지저분했지만 말이다.


분명 아기가 없던 세월이 우리에게는 훨-씬 긴데, 아기가 없던 시절을 아무리 생각해내려 해도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기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워보려 해도, 아무리 지워지지 않는다. 23살에 만난 우리이기에 추억이 정말 한가득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짧은 약 1년이라는 아기와의 시간이 그 수많은 시간들을 모두 덮어버렸다.


그만큼 아기는 우리에게 이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마치 공기같이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언제나 필요로 하고 없으면 절대 살 수 없는 그런.


우리 둘이 함께 할 때보다 집안이 조금 더 정신없어졌어도, 그래도 좋다.


글을 마무리하고, 집안을 조금 정리한 뒤 아기가 잠들어있는 방으로 들어가 잠자는 귀여운 아기를 들여다보다 잠에 들어야지.


아 참,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 밤이라서 정말 정말 더 좋다! 오예!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는 매일 연재됩니다.
#1화~39화는 아래 브런치북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프롤로그~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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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10~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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