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Selene #18: by Florist Hyein]
며칠 전,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아담하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단아한 친구에게
참 잘 어울렸던 둥그런 줄리엣 부케.
오묘한 피치 빛 오렌지색의 부케에는
설렘, 아름다움, 따뜻함..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이 섞여있는 듯 보였다.
그러고 보면 서로를 빛내게 해 주는 신부와 부케는,
결혼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어버린 듯싶다.
부케를 들지않은 신부를 상상이나 해 볼 수 있을까?
아마 부케가 없다면 들판에서 꺾은
야생화라도 들고 식장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괜스레 해 본다.
결혼을 하는 신부의 손에 꼭 들려있는 부케
그렇다면 신부가 부케를 들게 된 유래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고대 이집트 시대
부케는 고대 왕들의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
당시에는 꽃이 아닌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곡물이 부케를 대신했는데,
특히 다산을 기원하는 ‘쉬프’라는 곡물을 사용해 부케를 제작했다.
흑사병의 창궐
이후 14세기가 되고 유럽전역에 흑사병이 창궐하자
흑사병 예방을 위하여 약초 다발을 조그맣게 옷에 묶어 달고 다녔다.
전염병이 창궐한 중에도 결혼식은 올려야 했기에,
당시 신부들은 약초 다발을 손에 들고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 후,
전염병이 진압되고 중세에 접어들면서 부케는 꽃다발로 바뀌었는데,
결혼식에서 신랑이 들에서 꺾어 만든 꽃다발을
사랑의 표시로 신부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들에서 나는 향기가 신부를 질병, 악령들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들꽃 다발을 받은 신부는,
프러포즈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꽃 한 송이를 빼
신랑의 양복 깃에 꽂아 준 것이 오늘날 ‘부토니아’가 되었다.
생존을 위해 질병을 막기 위해 들게 되었던
약초 다발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신부를 빛내주고
신부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이 되었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떨리는 신부의 손을 꼭 쥐여주는 신랑이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할 평생의 동반자라면,
신부가 꼭 쥐고 있는 부케는
결혼식 당일, 신부의 설렘과 떨림을 함께 나누는
제2의 작은 동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신부대기실에 앉아 부케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던 친구의 새 시작에,
그녀의 부케였던 줄리엣 장미처럼
설렘과 향기로움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부가 꼭 쥐고 있는 아름다운 부케는
둘이 함께 만들어가는 앞으로의 나날들을 보여주는
청사진이 되길 바라본다.
[ Flower X Culture ]
Selene Florist. Hyein
2018.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