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Selene #17: by Editor Brand J]
직장인의 점심에도
코스가 있다.
밥-커피
밥을 먹고 나면 몇 프로 부족한 무언가를 커피가 채워주는 건지,
그냥 사무실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아쉬워서인지,
커피집으로 향한다.
그중에 누군가 커피를 쏜다고 하면
나는 늘 난감하다.
나는 ‘카페인 민감자’이기 때문이다.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커피집의 주문 단골 메뉴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런데, 혼자만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시키기가 무엇해서
거절을 한 적도 몇 번 있었고, 때로는 똑같이 ‘커피’를 주문했다가
새벽을 뜬 눈으로 보낸 적도 몇 번 있었다.
처음에는 커피를 못 마시는 걸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도 번거롭고
못 마신다고 하면 아직 ‘쓴맛을 모르는 어른’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까 머뭇했는데,
이제는 정확하게 나의 상태와 취향을 이야기한다.
사실 처음 말 꺼내는 것이 어렵지
그 이후부터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챙겨주는 배려를 보여준다.
커피가 아니라면 무엇이 있을까?
커피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다 보니 좋아하게 된 것이 바로 차(茶)다.
오늘은 차(茶)도 커피만큼이나 요즘 말로 힙할 수 있고
새로운 문화의 주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줄 브랜드다.
페이퍼앤티는 베를린의 서쪽, 샤를로텐부르크 지역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가장 ‘부티크’한 거리에 가게가 있다.
최근 베를린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후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티숍이다.
페이퍼앤티는 ‘You Drink coffee I drink tea my dear’를
그들의 메인 메시지로 발신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티 숍의 오너인
‘옌스 데 그루이터(Jens de Gruyter)는 차 수입상이었던
삼촌을 통해 차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면서
유럽에서는 만날 수 없는 중국, 타이완, 일본, 한국 등의 차를
페이퍼앤티로서 전달하게 되었다.
중국, 일본, 한국, 타이완, 케냐, 네팔 등의 작은 농장에서
수작업으로 재배하는 우수한 차를 공수하며,
숍에서는 차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맛도 볼 수 있다.
그 외에 티 숍에서는 차 시음회, 차 문화 교육 세미나와 같은
‘차 문화 전파’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페이퍼앤티(Paper&Tea, P&T)라는 이름을 반영하듯,
티 숍에서는 티뿐 아니라 에코백, 엽서와 같은
작은 종이 문구류들을 판매하고 있다.
차 파는 가게에서 문구류라니 또 색다른 콜라보레이션이다.
문학을 전공한 오너는 단순히 마시는 것 이상의 차 속에서 피어난
문화와 소통을 그들만의 디자인과 문구류 제품으로 표현하였다.
페이퍼앤티의 ‘언더 딘 린든’의 베이스가 되는 꽃, 엘더플라워
페이퍼앤티의 유기농 허브티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보리수 아래)’
이름은 베를린의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거리를 뜻한다.
보리수 아래라는 이름처럼 도로 중앙에는 보리수나무들이 높게 심어져 있다.
이 차의 베이스가 되는 허브 꽃으로 ‘엘더플라워’가 있다.
‘엘더플라워’는 초여름에 피며, 작고 폭신한 크림을 연상시키는 꽃이다.
그리고 엘더플라워가 가진 과일 못지않은 풍부한 향과 맛으로
오래전부터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되어왔다.
차, 잼, 음료, 술, 아이스크림 등 뿌리부터 열매, 꽃 전부가 식재료로 활용된다.
페이퍼앤티의 ‘언더 딘 린든’은 엘더플라워의 계절이자 지금의 이 계절,
초여름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페이퍼앤티는 분명 기존 ‘차’에 대한 고루하고 올드한 인식을 바꿔줄 브랜드이다.
직장인의 점심 코스 같은 커피처럼,
잎과 꽃의 자연을 모든 감각(미각, 후각, 시각)으로 느낄 수 있는
차(茶)도 더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 Flower X Culture ]
Selene Editor. Brand J
201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