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리스로 전시회를 열 그날을 꿈꾸며,
예전에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할 때부터 좋아했던 리스(Wreath)에 대한 애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무로 엮어낸 동그란 틀에 계절에 어울리는 소재와 색감의 재료를 골라 하나씩 묶어 완성해나가는 리스는, 우리의 공간에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따로 관리해 줄 필요도 없어 식물 키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께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벽에 걸린 리스는 어느새 공간에 스며들어 오가는 동안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해 주는데, 가만히 그 형태와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평온한 감정을 전해준다.
(리스가 '행운'을 가져다주고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이곳저곳 리스가 걸려있는 나의 공간에서 가만히 앉아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이 금세 차분해진다.)
이렇게 리스를 좋아하는 나는, 정말 다양하고 멋진 리스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굴뚝같다. 리스에 정말 진심이니까!
하지만 르셀레네를 운영하면서 줄곧 '오래 볼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들거나 마르면서 형태가 조금씩 변해가는 생화 소재의 리스는 제작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잎이 드라이가 되면서 그에 걸맞게 멋스러워지는 리스도 있다. 그러나 생화 리스를 택배로 보내게 되면 내 손을 떠난 리스가 어떤 상태로 드라이가 되는지 확인이 어렵고, 고객분들의 입장에서도 예상했던 디자인이랑 상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판단을 하여 시들지 않는 '프리저브드 소재 (Preserved foliage: 생화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시키기 위해 특수 처리를 하여, 1000일 넘게 생화일 때 모습과 질감, 때로는 항기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들로만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막간의 TIP_만약 생화 리스를 직접 만들었거나 구매했을 경우: 중력 방향으로 쳐지게 드라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일주일 정도는 평평한 곳에서 눕혀 살짝 말려준 뒤에 걸어두는 것이 좋다! 잎들이 중력 방향으로 쳐지게끔 드라이되는 게 좋다면 그대로 걸어두어도 좋다. )
그래서 리스를 만들 때에는 '프리저브드 소재'로만 제작을 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미모사 리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프리저브드, 자연물로 제작하고 있다.) 프리저브드도 자연물이기 때문에 사 계절 언제나 수급되는 소재들을 찾거나, 리스에 어울리는 질감/색감을 고르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워졌다. 모든 생화 소재들이 프리저브드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고, 예쁜 소재를 발견해도 수급이 안 되면 더 이상 제작이 불가하기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 것이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사진과 가장 비슷하게 제작해 보내기 위해 소재 변경은 지양하고 있다.)
또한 생화일 때의 모습과 질감이 그대로 1000일 넘게 유지되기에, 당연히 생화 소재와 가격 차이도 꽤 존재한다.
그래도 요즘엔 프리저브드 소재의 가치를 알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계셔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런 감사한 분들께 더 멋진 디자인의 리스를 선사하고 싶은 요즘, 기존에 많이 사용했던 소재들과는 조금 다른 질감들의 종류를 구비해두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모여가는 새로운 소재들을 보면서 어떤 디자인의 리스가 탄생할지 두근두근해하는 날을 보내고 있는데, 부디 나의 손이 멋진 리스를 제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갑자기 고백하건대, 나는 리스 장인(!)이 되고 싶다.
리스(wreath) 하면 '르셀레네'가 생각날 수 있도록, 내가 추구하는 바와 느낌들을 리스 안에 마음껏 표출해 보고 싶다. 지금까지 제작했던 리스들을 보면 조금은 차분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들이 많은데, 조금 더 과감하고 멋스럽게 연출하여 '리스 장인'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것이다! 작가분들이 그림 또는 조형물 등으로 전시회를 여는 것처럼, 나도 언젠가 멋있는 리스들로 공간을 가득 채워 전시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꿈을 꾸게 되는 순간이다. 지금도 리스를 만들 때 정성을 쏟아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 새로 디자인할 리스 하나하나에는 내 마음과 감정 그리고 색채를 가득 녹여 완성해 보아야겠다. 너무 쑥스러워 공개하기 어려우면, 작업노트에라도 따로 적어놔야겠다. 언젠가 나의 전시회를 열게 된다면 관객분들께 내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계절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리스. 만약 내가 60대 그리고 70대가 되어서까지 리스를 만들고 있다면 (그때가 되면 감히 나 스스로를 리스 장인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때는 계절뿐만 아니라 세월까지 함께 녹여내는 리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세월의 흐름에 변해가는 내 리스의 모습들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오늘, 새로 온 소재들로 멋있는 리스를 만들러 가 봐야겠다.
< Le Selene, hyein >
< 르셀레네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