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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Jan 30. 2023

미루기가 강점인 사람들의 4가지 특징

능동적으로, 계획적으로 미루기  

미루기도 훌륭한 강점이다. 미루면서도 유능감과 만족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평생 미루기를 실천(?) 해온 사람으로서  미루기는 나 만의 독특한행동방식이고 훌륭한 전략이었다. 마감시간을 얼마 앞두고 조여 오는 긴장감과 줄타기를 하면서 결승선을넘는 짜릿함은 능력과 자신감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잠시 미뤄놓고 숙성(?)의 시간을 거치다보면,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와 방법까지 떠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미루기를 무조건 나쁜 습관으로 보는 것은  부정확한 편견이다. 미루면서도 얼마든지 잘 해낼 수 있고, 미루기 때문에 더 잘할수도 있다. 미루기 때문에 혹독한 댓가를 치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미루면서 일을 한다. 미루기 때문에 발휘되는 강점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루기’ (Procrastination)을 연구해 온 심리학자들은 두 가지 다른 미루기 유형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효율적으로 일을 미루면서, 실패하는 미루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미루기' 를 선택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 능동적인 미루기 유형도 있다. 후자의 경우,미루기는 오히려 과제 집중과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루지 않는 부지런한 이들의성과 수준과도  다르지 않았음을 연구 결과가 증명했다.  


미루기가 강점이 되는 비법, 의도적, 능동적으로 미루기의 4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결과 만족이다. 미루더라도, 마지막에는 움직여서,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을 스스로 정하고 지키는 힘이다. 미루더라도, 그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집요함을 발휘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간 압박 선호이다.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 마감이 코 앞에 닥칠 때, 초치기를 하면서 승부근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주일 걸리는 일을 나는 하룻밤 안에 해내고야 말겠어’라고 하면서 오히려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드는 심리이자 도전적인 과제 앞에서 동기가 활활 타오르는 아이러니를 발휘하는 것이다. 새롭고 강렬한 감각과 경험을 추구하려는 성향, 관습과 규범을 벗어나고 자율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수록  마감시간이 주는 짜릿함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일을 미루기도 한다. 


세 번째, 의도적으로 미루기, 계획적인 미루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타인이 정하는, 외부에서 정해진 일정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서 일정을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자율적인 미루기는 오히려 주도적으로 일하는사람만이 가지는 특성이다. 전략적 미루기는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을 벌어주기도 한다. 


네 번째, 마감 능력, 어찌되었든, 마감 시간에 맞춰 과제를 완성해내는 힘이다. 마감시간을앞에 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과제에 집중해서 완결을 짓는 것이다.  


위의 네 가지 미루기 특징을 발휘하려면 두 가지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두 군데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루기는 강점이 되기도 하고, 답없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첫번째 고비이다.  해야 하는 일정이 다가 오면서 심리적 압박과 불안, 그냥 하고 싶지 않음 등등의 마음에 밀려 그냥 미루기를 선택하면, 그 이후의 시간마져 꼬이고 엉키기 마련이다. 미루고 있는  상황 자체가 주는 불안 때문에 마음 놓고 다른 일도 할 수가 없을뿐더러, 그 불안감을 잊기 위해 오히려 중독적 행동에 빠지곤 했다. (게임, TV, 영상, 인터넷, 쇼핑, 잡일 등). 이런 중독적 행동은 오히려 심리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더 과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의도적인 선택으로 미루기를 하는 경우, 나 만의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머릿속에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 미루기로 인한 죄책감과 불안함이 없기에, 그 사이에 얼마든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일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도 서서히 갖춰져 간다. 

 

능동적 미루기 때는 미루면서도 마지막엔 불을 태우면서 한다. 남이야 뭐라고 하던 말던, 내가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움직였다. 미루는 습관이 괴로워지는 것은 그 데드라인이 무너지면서 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최후의 시간에는 몸을 움직여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압박 상황에서 느껴지는 고통이나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루다가 마감 시간을 앞에 둔 상황은 같지만, 능동적인 미루기는 압박 상황에서 느껴지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힘을 잃지 않는다. 


반면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어쩔 수 없이 마감시간을 코 앞에 둔 경우, 끝까지 해내지 못할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 그동안 미뤄왔던 행동에 대한 후회 등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여 결국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거나 수준 이하의 결과물에 낙담하게 된다. 이런 미루기가 되풀이되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쌓이면서 우울증과 죄의식에 사로잡혀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미루기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똑똑하게 미루면, 미루기도 훌륭한 강점이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의 고비만 잘 넘기면 말이다. 고비에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미룰 것인가. 마음과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끝까지 버틸 것인가.  프로 미룸러, 경험자로서 이야기한다. 


미루는 습관, 잘 관리하면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 능동적인 미루기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연구에서 밝힌  ‘능동 지연행동’의 내용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Chu, A. H. C., & Choi, J. N. (2005). RethinkingProcrastination: Positive Effects of “Active” Procrastination Behavior on Attitudesand Performance. 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45, 245-264.  

Choi, J. N., & Moran, S. V. (2009). Why notProcrastinate?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new active procrastination scale. The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49, 195-212. 

Steel, P., Brothen, T., & Wambach, C. (2001).Procrastination and personality, performance, and mood. Personality andIndividual Differences, 30(1), 95–106.

* photo fromhttps://hisense.co.uk/laundry/all-laundry/dhga80/start-delay-feature-bloc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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