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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울한 로보트 Jan 16. 2024

12. 자꾸 상처받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

남의 행동에 감정이 상하지 않는 묘수 

지난 3달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간을 보내느라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하였다. 휴직했던 회사에 잘 복귀했고 또 연휴기간 동안 봉사활동도 다녀오며 마음의 수양시간을 보냈다. 


모두 회복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마음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복직 후 많이 깨달았다. 불편했던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상처받는 나의 모습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느꼈다. 여러 조언을 받았고 그중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을 여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1. 동전의 양면 생각하기 

이 조언은 말 그대로 동전의 양면을 생각하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에 반대되는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해당 말들을 나에게 적용해 보는 것이다. 


앞면: 나 때문이 아니야

누군가 나를 기분 나쁘게 했을 때 머릿속에서 자동반사처럼 내가 ㅇㅇ해서 인가?라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행동 중 상당수는 사실 나로 인해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복잡한 일이 있어 생각에 사로잡혀본 적이 있는가? 그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무관심하게 또는 어쩌면 무례하게 대해본 경험이 있는가? 내 상황을 다 설명하기 어려워서 때로는 의아한 행동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들도 마찬가지다. 


복직 후 병가동안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떤 분들은 바로 답이 오기도 했지만 의외로 당연히 답을 주실 줄 알았던 분에게 답을 못 받은 경우도 상당수였다. 나도 모르게 혹시 내가 했던 과거의 행동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사람들 모두에게 각각의 상황이 있어서 답이 지연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사를 준비하느라 답이 늦어지신 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을 앞두신 분까지 가지각색의 이유를 들었다. 이런 오만가지이유를 모두 다 나에게 돌리느라 얼마나 나 스스로가 피곤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나 때문이 아니다. 


뒷면 : 그래 나 때문이야


이걸 처음 들었을 땐 무슨 소리야? 나는 질문이 바로 나왔다. 그래 바로 나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목적은 인정이 아니라 자기 위로다.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이다. 잘 와닿지 않을 테니 나의 사례를 하나 빌려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내가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나의 팀원이었다. 내가 팀원이던 시절 나는 팀장들로 인해 고통받던 적이 많았었다. 절대 악으로 그들을 치부하며 늘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팀장이 된 이후 팀원이 팀장에게 줄 수 있는 고통은 과거 내가 받던 고통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팀원들끼리는 서로 욕하며 스트레스를 하소연이라도 하지만 팀장은 팀원 욕도 못한다. 마음이 썩어 문드러진다. 나를 힘들게 하는 다수의 팀원들을 만났지만 그중의 단연 최고끝판왕을 만나게 됐고 그녀로 인해 나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 


다시 복직 후 그녀와 비슷한 사람을 봐도 간담이 서늘했다. 단순히 회사 안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던 중 지하철역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그녀와 뒤통수가 비슷한 누군가를 보았다. (절대 그녀가 거기에 없을 시간임에도)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저 사람이 절대 그녀가 아닐 거라는 걸 알지만 그녀와 엮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같은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는 사실조차 말이다. 나는 뒤돌아서서 굳이 다른 입구로 돌아 나갔다.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에스컬레이터 사건 이후 그녀에 대한 나의 두려움 및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한국과 달리 내가 지금 사는 이곳에서는 철천지 원수더라도 눈빛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다. 그녀와 5초나 눈이 마주쳤다. 인사를 하려고 손을 들지 고민했지만 그녀 또한 눈만 쳐다볼 뿐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인사 없이 지나갔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더욱 기분이 상했다. 


그녀가 혹시 나에게 인사를 못한 피치 못할 심적인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닐까?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주 신나게 웃으면서 점심 식사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빠 보이지도 기분이 나 빠보이지도 않았다. 혹시 손가락을 까딱 들지 못할 불의의 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해 보이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해 봤을 때 이 또한 가능성은 제로다. 


그렇다 이것은 나 때문이다. 그녀는 나라서 인사를 안 한 것이다. --> 나 때문임을 인정

저렇게 인사도 안 하고 기본적 예의도 모르는 사람을 팀원이라고 몇 달 동안 어르고 달래면서 일하느라 내가 참고생이 많았다. --> 나를 스스로 위로


나의 상사가 저 팀원을 유난히 편애해서 무례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도 못하고 그녀에게 끌려다녔던 적이 너무도 많다. 그런 상황에 있는 걸 다 알면서 내 비려둔 상사도, 또 저 싹수없는 팀원도 다 견디느라 내가 너무 수고했다고 내 등을 토닥여줬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도 하나 사 먹었다.


저런 행동까지 견디느라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


2. 신기하다 의 묘수


영어 표현 중 Isn't that interesting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하면 저거 신기하지 않아?라는 말이지만 사실상은 특이하네?라는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신기하네?라고말하고 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가버릴 때 많이 쓴다. 굳이 신기한 이유를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경우에 많이 쓴다. 


이상한 행동을 접할 때는 얼굴에 썩소를 띄우면서 "특이하네?"라고 한마디만 마음속에 던지고 넘어가려고 연습해 보자. 이유를 분석하지도 말자. 저런 이상한 사람에게 1초를 쓰는 것조차 내 인생의 낭비다. 화를 내는 것조차 감정의 낭비다. 우아함과 존엄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이하네?라고 마음속으로 한마디만 하고 지나가보자. 별거 아닌 방법이지만 나는 꽤 도움이 됐다. 동시에 이걸 말함과 동시에 저 사람과 나는 아예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라는 생각도 들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쟤는 외계인 나는 지구인)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그가 왜 미친놈이 됐는지 왜 미친놈처럼 행동하는지는 나의 직업도 의무도 아니다. 


가령 당신에게 2억 9200만 원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누군가가 나의 30원을 훔쳐갔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떻게 내 30원을 가져갔냐고 하루종일 불평할 것인가? 이 30원을 찾기 위해 만원이 넘게 쓴다면 어떨까?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산간을 태우는 속담이 떠오를 것이다. 


80살까지 사는 것을 가정해 보았을 때 우리가 지구에서 보내는 날은 총 29200이다. 하루를 만원으로 쳤을 때 우리에게 2억 9200만 원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상상해 보자. 5분 동안 나에게 화를 쏟아냈다. 하루가 만원이라고 쳤을 때 5분은 나에게 30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누군가로 인해 5분간 상처를 받았을 때 하루 종일 그 일을 생각하며 속상해하는 것은 마치 도둑맞은 30원을 찾겠다고 만원 넘는 금액을 허비하는 것과 같다. 돈보다 더 소중한 나의 시간. 내 시간을 그런 이상한 사람들에게 낭비하지 말자. 그럴 땐 외계인으로 그를 바라보며 참 신기하네?라고 마음속 줄을 한 마디 남기자. 30원도 아깝다!


오늘도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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