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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울한 로보트 Sep 20. 2023

2. 내가 왜 불행한지 알아내는데 1000만원을 썼다

내 마음 속이 뒤틀어진 이유

내가 왜 불행한 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사회 생활 초반 나는 내가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돈만 있었다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이런 회사에 다니지 않았을텐데,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을텐데 하며 내가 바꿀 수 없는 사실로 많이 힘들어했다. 역설적이게도 회사 생활을 하며 평생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부유한 사람들을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도 행복하진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더 자유 없이 그 돈이 주는 의무에 얽매여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낫다고 참 하찮은 정신승리까지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의 일상 속에서 불행의 끝을 달리며 자살까지 생각하던 시절, 나를 정신과로 이끈 것은 역설적이게도 내 스트레스의 중심축, 나의 회사였다. 당시 몸이 아주 아팠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일할 만큼 회사에 대한 집착이 컸다. 내가 일하던 분야는 스트레스로 사람을 극단까지 몰고 가기로 유명한 직종이라 몸이 아픈 것은 예사였고 괜히 생색을 내거나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동료가 자살을 하였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회사 건물에 남아 세상과 조용히 이별한 그는 2-3일 후에야 발견됐다고 한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회사에서는 대대적인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동료의 자살 소식에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근거 없는 동지애와 함께 내가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리던 일이 눈앞에 일어났다는 기시감에 휩싸였다. 얼마나 회사가 미우면 회사 안에서 자살할까? 나 또한 회사가 미웠다.



내가 그토록 미워하던 나의 회사는 이 일대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의사를 나에게 연결해 주었다. 흰색과 회색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대리석, 그리스 건물에서 볼법한 유려한 곡선의 원형 계단은 그의 권위를 대신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그 멋진 건물의 4층에 선생님의 상담실이 있었다. 그가 청구하는 금액은 30분에 원화로 50만원, 1분당 15000원이 넘는 놀라운 가격이었다. 그가 과연 그만큼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러웠다. 사실 병원에 가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병원을 가는 조건으로 일을 쉬게 되어 꾸준히 그를 보아야만 했다. (병원비는 모두 보험으로 커버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나는 얼마나 내 상태가 지속될지 또 언제쯤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나에게 인내심을 가지라 했다. 전형적인 상술이 아닌가? 나는 원래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 답을 빨리 듣고 싶었다. 이렇게나 많은 돈을 내는데 그럼 더 빨리 답을 알려줘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 생각했다. 어찌하든 그의 상술 아닌 상술과 회사에 내는 휴직계의 조화 속에 나는 20번도 넘게 그를 방문했다.


나의 첫 의심과 달리 그는 정말 좋은 의사였다. 내가 불행에 빠진 원인을 나름 치료하(고 있는 과정에 놓이)게 됐다. 지나고 보니 그가 왜 내게 시간이 걸린다 했는지 인내심을 가지라 했는지도 이해가 된다. 대학교 시절 인지부조화를 교양으로 배운 이후 심리학의 힘에 대해 깨닫고 나름 책도 많이 읽고 이론 공부도 꽤 했는데 실제 써먹을 만한 꿀팁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라 나와 대화해라 등
껍데기 같은 말

그가 알려준 내용들을 혹시 나만 모르는 것인가 싶어 네이버와 구글 등 검색엔진에 열심히 검색해 보았지만 놀랍게도 한글로 번역되어 이 내용을 설명한 이가 거의 없었다. (사실 나는 전혀 못 찾았지만, 내가 놓쳤을 것을 대비해 "거의"를 붙였다.)


영어로 검색하면 이렇게나 많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단 한 명도 이에 대해 언급한 이가 없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그를 통해 배우고 또 따로 영어 논문등을 찾아보며 공부한 내용들을 앞으로 15개 정도의 글을 통해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가 나에게 가르쳐준 순서대로 시작해 보겠다.  (원문은 폴 길버트 박사의 글과 또 그에서 파생된 많은 자료들을 참고로 한 것이고 내가 이해한 버전으로 써보았다.)


일단 꼭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모든 심리학 책에 쓰여있듯 말이다.


우습게도 나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는
그 어떤 책도 알려주지 않았다.


나를 아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3명의 선생님에 대해 아는 것이다. 1000만원을 쓰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내 불행의 원인이 바로 이 3명의 선생님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3명의 선생님이 계신다. 우리를 진심으로 아끼고 위하는 이 3명의 선생님은 각자 담담하는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 각자 담당한 영역에서 우리를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끄려고 노력한다.


각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점은 학창 시절 국영수를 고르게 다 배우듯 선생님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선생님을 고루고루 만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3명을 고르게 만나지 못한다면 (나처럼) 죽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1,2번 선생님만 보고 3번 선생님을 너무 오래 보지 않아 병에 걸렸다. 아니 3번 선생님을 보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1번 선생님 : 위협 (threat)

이 선생님은 태초에 우리가 원시인 때부터 계셨던 가장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이다. 저 멀리서 사자가 나의 선조에게 향해 달려올 때 그에게 "당장 뛰어"를 외쳐주던 것이 바로 이 선생님이다. 나를 보호하고 나의 안전을 지키는 게 1번 선생님의 존재 목적이다.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우리의 뇌는 위협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뇌는 정신적 건강 즉,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안전을 확보하는데 집중해 진화했다. 행복은 진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먼저 위협을 위협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불안, 걱정, 화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뿐만 아니라 싸우든 도망가든 바로 반응을 하도록 코티졸부터 온갖 다양한 물질들이 뿜어져 나온다. 생각 또한 굉장히 좁아진다. 위협에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위협에"만" 집중하고 또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벌판의 사자는 사라졌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형태의 사자의 포효에 위협받고 있다.

먼 과거 우리를 위협하던 야생의 사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위협은 사자의 얼굴이 아닌 나의 상사, 동료, 배우자, 가족, 친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위협이 단순히 외부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협 모드의 스위치는 결국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켜진다. 어쩌면 우리 자신을 가장 위협으로 몰고가는 것은 나 자신일 수 있다.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부정적 반응 또한 우리의 뇌는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중요한 인터뷰를 떨어졌을 때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기비판, 사랑하는 이와의 싸움 이후 자괴감, 누군가와의 언쟁 이후 불안감 등 부정적인 일의 일체가 모두 위협이다. 내가 상상하는 불길한 미래와 걱정은 단순히 떠다니는 유령이 아니다. 1번 선생님의 형태가 되어 내 머릿속 부정적 호르몬들을 뿜어내는 실존하는 존재다. (내가 걱정을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2번 선생님 : 성장 (drive)

2번 선생님은 나를 성장시키려는 마음이 가득한 젊고 에너지 넘치는 분이다.  “성장 (drive)”은 나의 목표와 동기를 성취하기 위하여 나를 개발하고 목적에 맞춰 일을 추진하는 모든 마음을 지배한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내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 모두 성장 모드에 속한다. 이 선생님은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고 또 그 동기를 달성할 때마다 우리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도와준다. (행복 호르몬 도파민도 여기서 나온다.)


이 선생님에게 과유불급이란 없다. 내가 가진 여력의 100%를 넘어 200%, 300%의 노력을 담아 성장한다면 뒤에서 박수를 치며 나를 응원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우리가 계속 더 잘해야 하고 나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우리를 몰아가는 이 세상에서 2번 선생님의 목소리는 점점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성장만 하는 것은 나를 죽이는 지름길이다.

재밌는 건 고령인 1번 선생님(위협)과 젊은 2번 선생님(성장)이 나이를 초월한 돈독한 우정으로 엮여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 빠르게 위협모드로 들어간다.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나의 소망("목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실패") 우리는 걱정에 휩싸인다. 내 고과가 영향을 받거나 성과급에 영향을 주면 어쩌지 하는 걱정("내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위협")들. 그 위협으로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다.


1번 선생님과 2번 선생님은 소울메이트가 아닌 가 싶을 정도로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다. 2번 선생님 말대로 계속 잘 해낸다면 황홀한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지만 못해내면 1번 선생님이 출동하여 나에게 불안감과 고통을 선사한다. 마약이 멀리 있지 않다. 나 스스로 만든 마약이다.


3번 선생님 : 안정 (soothing)

마지막 3번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분이다. 인자하고 포근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괜찮다고 내 등을 토닥여준다. 또 1번과 2번 선생님이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할 때 당장 진정하라고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3번 선생님은 좀처럼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3명의 선생님 중 불러내기가 가장 어려운 사람이다.


이 선생님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받았던 친절, 돌봄 등 따뜻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존재이다. 이 선생님이야 말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분이다. 2번 선생님이 내가 열심히 할 의지를 준다면 그 의지를 정말 행동으로 옮길 힘은 3번 선생님만이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위협에서 우리가 달려 나가고 벗어날 힘, 에너지를 주는 것도 3번 선생님뿐이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3번 선생님이 필요하다.


걸어갈 힘도 없이 아픈 강아지가
억지로 주인에게 이끌려 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게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주인도 강아지도 나일뿐

슬프지만 3번 선생님, 즉,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안정을 주는 법을 아는 지의 여부는 우리의 성장과정에서 달려있다. 우리의 마음이 휴식을 취하고 나아갈 힘을 얻는지 여부는 우리가 어떻게 자라났는지에 따로 결정되는 것이다. 처음 발걸음을 떼기 전부터 자라나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받았던 보살핌과 배려에 따라 3번 선생님의 모습이 좌우된다. 그 누군가에게 이 3번 선생님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또렷하게 1번과 2번 선생님 옆에 대등한 모습으로 서있을 수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마치 투명인간과 같이 흐릿한 연기처럼 없는 사람처럼 존재할 수도 있다.

 



나의 마음이 얼마나 건강한 지를 알고 싶다면 내 마음속에 1,2,3번 선생님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협적인 상황에 대처한 내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1번 위협 선생님이 출동했다. 부정적 감정이 몰려오고 생각이 좁아진다. 당신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마음속 자아가 약하고 자신을 조건부로 사랑하는 경우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경향이 높다.


내가 원하던 인터뷰에서 떨어졌을 때를 생각해 본다. 인터뷰에서 물어본 질문을 답하지 못한 것은 철저히 내 능력의 문제이고 더 노력했다면 더 열심히 했다면 알 수도 있는 것을 놓친 것이라며 나를 원망한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 내가 더 잘했다면 애초에 나를 질책할 거리조차 줄 수 없게 완벽하게 일을 해냈다면 이런 일이 없었다고 나를 비판한다.

내 아이가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다. 내가 일을 쉬고 애를 더 잘 돌봤더라면 우리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라며 내 과거 행동을 탓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2번 선생님 “성장”이 출동한다. 다음 위협이 올 경우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더 열심히 살도록 채찍질하는 것이다. 때때로 3번 선생님이 와서 괜찮아를 외칠 수도 있지만 이는 채 10%를 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위협의 씨앗이 도사린다. 상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는데 혹시 나의 능력을 의심하는  아닐까? 내가 열심히   음식인데 저번보다 조금 먹는  보면 내가 실력이  떨어졌나 봐. 내가 저번에 그렇게 잘 챙겨줬는데 왜 답이 없지?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내가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수많은 모든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를 위협하고  발전시킨다. 


내가 만든 “위협”-“성장”의 쳇바퀴라는 감옥을
끝도 없이 무한정 오간다.

나의 경우 이 무한 사이클에서 지쳐 떨어져 번아웃, 즉 나의 모든 힘과 에너지를 소진시키는데 약 40년이 걸렸다. 중간중간 힘을 얻기 위해 떠났던 여행과 행복한 기억들이 나를 잠시나마 “안정”시켜준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잠시 고통을 잊은 것일 뿐. 칼로 깊게 베인 상처를 2-3일 안 본다고 사라지지 않듯, 내 상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만 몰랐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다시 상처 냈다.


20년이 넘는 공부, 멋들어진 경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장 열렬히 일해야 할 나이에 나는 병자로 전락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마음 소진을 겪는 포인트가 더 빨리 또는 더 늦게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러한 위협과 성장의 쳇바퀴를 오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번아웃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단순히 사회생활뿐만이 아니다. 가정 내에서 갈등에 고통받거나 내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자신을 더 열심히 몰아붙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겪을 수 있다.


안정이 없다면 언젠가 지치는 게 자연의 순리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아는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까? 건강한 대응기제 (coping mechanism)을 가진 사람은 위협에 닥쳤을 때 일단 자기 자신을 재정비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안정모드로 들어간다고 한다. 안정 모드를 통해 얻은 힘과 에너지로 다시 성장 모드에 진입해 다음 언젠가 찾아올 위협을 준비하며 나를 밸런스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이는 위협과 안정, 성장이 균형 있는 1:1:1의 비율로 자신의 하루를 꾸려나간다.


우리 인생에
위협도 성장도 안정도
모두 필요하다

내가 다시 행복해지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균형 잡힌 세 개의 모드를 구축할 수 있을까? 3번 선생님을 불러올 수는 없을까? 그냥 말 그대로 안정을 취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3번 선생님은 단순히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쉰다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다

며칠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내 마음에 힘을 주는 3번 선생님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잠시 투명인간처럼 나타났다가 신기루처럼 이내 사라진다. 앞서 언급했듯 이 3번 선생님은 수많은 세월의 양육 과정 속에 구축해 온 대응기제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막연히 넘어짐이 무섭던 아이는 부모님에게 넘어질 때마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며 어느새 넘어져도 눈물이 아닌 씩씩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넘어짐에 대한 대응기제다. 우리가 보내는 유아기, 청소년기는 물론 오늘까지 있었던 사건 사고들에 대한 해석들이 모이고 모여 대응 기제가 만들어진다. 내가 세상을 보는 안경인 셈이다. 이런 대응기제를 바꾼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나를 새롭게 다시 만들고 태어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상상해 보자. 내가 원한다고 하루 만에 네이티브 스피커가 될 수 없듯 나의 대응기제를 바꾸는 것은 오랜 기간의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를 알아가고 또 나라는 외국인과 말하는 새로운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지만
결국엔 된다.

정신과 의사에게 얼마나 오래 걸리냐고 매일 닦달을 하며 보챘지만 결국 시간과 함께 나의 마음은 달라졌다.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달라질 수 있다. 함께 여정을 떠나보자.

 나를 위한 남겨두는 주석들 : Adapted from Gilbert, P. (ed) (2005). Compassion: Conceptualizations, Research and Use in Psychotherapy. Routledge


Understanding & learning how to be self-compassionate A workbook & guide

(firstpsychology.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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