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이란 무엇인가?
‘조를 타작하는 일’
현대인들은 꽤나 자주 조바심을 느끼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심할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조바심이라는 것과 완전히 떨어져서 살 수는 없다. 겉으로는 느긋해 보이고 조바심 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여유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조바심의 포로가 될 수 있다. 그 정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해본 것이 아니어서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현대인치고 조바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조바심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다.
조바심이란 무엇일까? 우선 그 개념부터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조바심은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원하는 대로 잘하고 싶지만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사전적 정의는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 정의만으로는 개념이 불명확하다.
다시 ‘조마조마’의 뜻을 찾아보면 ‘닥쳐올 일에 대하여 염려가 되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 모양’이라고 되어 있다. 이 둘을 합쳐보면 조바심이란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하여 뜻대로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지나치게 서둘러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바심이라는 말은 그 유래가 뜻밖에 곡식을 터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전에서 정의하는 의미와는 상당히 다르다. ‘조바심’은 ‘조’와 ‘바심’의 결합어이다. ‘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곡식을 말한다. ‘바심’은 요즘 잘 쓰이지 않아 낯설지만 ‘타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조의 이삭을 떨어뜨려 낟알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바심’이다. 그러므로 ‘조바심’은 ‘조를 타작하여 낟알을 거두어들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조를 타작하는 일이 조마조마한 마음을 일컫는 말로 변형되었을까? 조는 꼬투리가 질겨서 이삭을 털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깨알보다 작은 이삭이 달아날까 지나치게 조심하여 힘을 주지 않으면 이삭이 떨어지지 않고, 반면에 힘을 지나치게 주면 깨알보다 작은 이삭이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 수확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농작물과는 달리 조를 타작할 때는 힘이 갑절로 들뿐 아니라 이삭도 잘 떨어지지 않아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의도한 대로 알곡이 수확되지 않으면 어쩌나 우려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인다’는 의미로 조바심이 탄생한 것이다.
언제 생기는가?
우리는 주로 어떤 경우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질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 조바심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시험은 다가오는데 아직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을 때. 특히나 친구들과 비교하여 그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 때. 어서 빨리 취업을 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할 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어 경제활동이 중단된 경우. 그리하여 먹고사는 일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친구 혹은 같이 입사한 동료들이 나보다 빨리 승진하거나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을 볼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데 상대방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때.
몸담고 있던 직장을 떠나 조금 더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아 옮기려고 하는데 혹시나 일이 틀어질까 염려스러울 때.
어렵사리 여윳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했는데 생각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 또는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까 걱정스러울 때.
홈쇼핑에서 마음에 꼭 드는 상품을 광고하고 있는데 매진이 임박해서 바로 전화하지 않으면 품절이 될지도 모른다고 압력을 가할 때.
백화점에서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발견했는데 사정이 있어 사지 못하고 돌아섰을 때. 며칠 내로 다시 와서 사겠다고 생각하지만 경쟁이 심해 혹시나 다른 사람이 사갈 수도 있다고 여겨질 때.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이가 집에 오지 않을 때.
교통편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 바람에 강의 시작 시간까지 강의실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을 때.
사업상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막히는 도로 때문에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을 때. 거래가 틀어질까 우려될 때.
올해가 가기 전에 책을 마무리해서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체결하고 싶은데 글이 더디게 쓰일 때.
월말이나 연말이 다가오는데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을 때.
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조바심을 느끼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모든 경우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이제 공통점을 찾아보자. 우선은 무언가 해야 할 것 혹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든, 내부적인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든 해결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으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질 이유가 없다.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일이 잘못될 것을 우려하는 마음이다. 대학입시, 승진, 전직, 결혼, 투자, 아이의 귀가, 마음에 드는 물건의 구매, 약속시간, 실적 등 목표와 의도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 때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하려고 했던 일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세 번째 공통점은 시간적 제약이나 압박을 느끼는 것이다. 일을 끝내야 할 시간 혹은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을 때 초조한 마음이 생긴다. 데드라인이나 시작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이라면 언제라도 끝내고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으니 굳이 초조해질 이유가 없다.
정리하면 공통요인은 다음과 같다.
해야 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일이 잘못될까 우려하는 마음이 든다.
시간적 제약이나 압박을 느낀다.
종합해 본다면 조바심은 무언가 해야 할 일 또는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나 시간의 제약 혹은 압박으로 인해서 결과가 잘못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단순히 성격이 급해서 또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니다.
조바심과 조급함은 같은 의미일까?
조바심과 조급함의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두 단어는 언뜻 생각하면 같은 의미라고 여길 수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 의미가 다르다. 조급함은 ‘참을성 없이 몹시 급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impatient (인내심 없는)’또는 ‘impetuous(성급한)’ 등으로 쓸 수 있다. 무언가 일을 마치는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것보다 빠르게 결과를 얻고 싶어 초조해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한 마디로 ‘참을성 없이 지나치게 서두르는 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조바심은 영어로 표현하자면 ‘anxiety’나 ‘nervousness’, ‘worry’등에 가깝다. 영어 단어의 뉘앙스를 보면 서두르는 것보다는 걱정이나 근심, 불안 등에 더 가깝다. ‘참을성 없이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근심’에 더욱 방점이 찍혀 있다. 비교하자면 조바심은 ‘결과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인한 부정적인 마음’이고 조급함은 ‘결과를 얻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니 조바심과 조급함은 엄밀히 말하면 같은 것이 아니다. 조급함의 반대는 인내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바심의 반대는 인내심이 아니다. 여유로운 마음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특질 중 하나인 ‘빨리빨리’는 조바심일까, 아니면 조급함일까? ‘빨리빨리’의 기본적인 목적은 원하는 것을 손안에 쥐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므로 조급함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 자판기의 버튼을 누르고 종이컵이 채워지는 15초~20초의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해 배출구에 손을 넣고 기다리는 것이나, 전자레인지 앞에서 음식이 가열되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안을 들여다보는 것, 막히는 길에서 서둘러 가고 싶어 안달을 내는 행위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이긴 하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우려는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은 조급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대학입시나 공무원 시험 등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합격하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동료들보다 승진이 늦어질까 봐 안달을 내는 일, 또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여 일을 다 끝내지 못할까 싶어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마음 등은 조바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두 단어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듯하다. 조급함을 나타내는 자리에 조바심을 쓰기도 하고 조바심이 쓰여야 할 자리에 조급함을 쓰기도 한다. 이 글에서도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조바심이다.
순간적인 조바심과 만성적인 조바심
조바심은 순간적인 것과 만성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입사면접과 같이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정해진 시간에 늦을까 봐 마음을 졸이거나 신제품 발표회와 같은 대형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잘할 수 있을까 안달하는 상황은 순간적인 것이다. 이러한 조바심은 이벤트성으로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원인이 사라지면 조바심도 사라진다. 면접이 끝나면 긴장이 풀어지며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순간적인 조바심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극도의 긴장상태로 인해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자주 경험하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만성적인 조바심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어도 평상시에 자주 초조함이나 불안을 느끼는 증상이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초조하고 불안해 하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백수생활로 인해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경우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직장에서 진급이 안 되거나 이직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질 때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적인 조바심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되며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초조와 불안을 느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는 등 그 증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등의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을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체의 반응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데이트를 위해 약속장소로 나가는 길에 교통정체를 만났다고 해보자. 아무래도 정해진 약속시간보다 30분쯤 늦을 것만 같다. 상대 이성이 평소 그리던 이상형이라 놓치고 싶지 않은데 약속 시간에 늦으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만 같다. 어쩌면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서 갈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마치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제 슬슬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 순간 우리 신체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신체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부위는 감정의 뇌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편도체이다. 편도체는 두려움이나 공포,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부위이다. 조바심은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이므로 편도체가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편도체는 주어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학창시절에 배운 것처럼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호흡이 빨라지고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상승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져서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고 혈액이 심장으로 몰려들어 심장이 무언가 무거운 것으로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근육이 굳어져 몸이 뻐근하게 느껴지고 식은땀도 난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솔 등이 분비되어 긴장상태가 더욱 강화된다.
이 상태에서는 두뇌의 에너지가 감정의 뇌라고 하는 변연계로 쏠리게 되고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전두엽의 에너지는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마치 혼이 빠져 나간 것처럼 정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여유 있게 진작 서둘러 나오지 않는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자책하는 마음도 생긴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짜증이 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짜증일 수도 있고 막히는 길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육체적인 반응
-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진다.
- 심장이 졸아드는 것 같고 통증이 느껴진다.
- 손에 땀이 난다.
- 혈압이 상승한다.
- 몸이 뻐근해진다.
정신적인 반응
- 집중이 되지 않는다.
-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