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못 버는 이유

생각과 실행 사이의 머뭇거림

by 양은우

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간의 드라마 같은 만남 이후 남북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파주 땅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은퇴하면 지금 살고 있는 일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주에 터를 잡고 살 생각이었건만 땅값이 오르면 그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파주의 땅값은 싼 편이 아닌데 더욱 값이 오른다니 언감생심 바라볼 수도 없게 되고 말 것이다. 진작에 단 몇 평이라도 사 두었다면 좋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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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즘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하는 광고 중 하나가 이미지로 사물을 검색하는 이미지 검색 기법이다. 꽃이나 식물, 동물, 기타 사물 등 무엇이든 이름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 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카메라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장 근사한 답을 찾아준다. 세상 참 편리 해졌다. 그런데 이미지 검색은 내가 거의 15년 전쯤 생각했던 아이디어였다. 식물을 좋아해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길가의 야생화를 찍곤 하였는데 늘 이름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식물도감을 뒤져봐도 비슷한 꽃을 찾을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 때 떠오른 생각이 사진을 찍어 올리면 자동으로 검색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네이버에서 한창 광고하는 이미지 검색과 완전히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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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학원에 재학중일 때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벌써 35년도 더 된 이야기다. 점심을 먹고 나면 친구들이 늘 칫솔을 컵에 담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늘어놓곤 했다. 이유는 살균 때문이었다. 양치 후에는 칫솔이 축축하게 물기에 젖어 있다 보니 세균이 번식하기도 쉽고 다음에 사용하기에도 찝찝하니 햇빛을 이용하여 물기를 말림과 함께 소독도 할 목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휴대용 칫솔 살균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젓가락통 만한 크기의 기구에 건전지를 이용하여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방출하게 함으로써 칫솔을 살균하는 기구였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칫솔 살균기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하찮은 제품이 만들어질 리도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는 늘 머릿속에만 있고 세상에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에 입사한 후 10년쯤 지나자 내가 생각했던 칫솔살균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휴대용 제품이 세상에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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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0년 여름. 연수를 위해 일본에 간 일이 있다. 그곳에서 본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식당 입구에 놓여 있는 티켓 자판기였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돈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서 주방에 건네 주기만 하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시스템을 보면서 이것을 약간 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음식을 주문하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식당에 가면 보통 주인이나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다. 하지만 처음 가는 음식점에서 메뉴를 선정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 때로는 일행끼리 비밀스럽게 상의할 일도 필요하다(주로 생각보다 음식 값이 비쌀 때 그렇다). 그럴 때면 옆에서 주문을 받기 위해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좀 더 여유 있게 상의한 후 주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주문 시스템이었다. 먹고 싶은 메뉴를 선정한 후 테이블 위에 있는 터치스크린을 이용하여 주문을 하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 도중 반찬이 떨어졌거나 추가적인 요청 사항이 있을 때도 그것을 이용하면 큰 소리로 부르는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유사한 시스템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 식당은 국내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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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기획력 강의를 할 때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아무리 보고서를 잘 만들어 승인을 받아도 실행하지 않고 책상 속에 넣어 두기만 하면 그것은 기획을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반드시 실행을 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학습자들은 실행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막상 내 스스로를 돌아보면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모순을 발견하곤 한다.

난 늘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한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겠거니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늘 생각뿐이다. 그 동안 떠올렸던 좋은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긴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행히도 좋은 글감을 떠올리면 글로 옮기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는 아주 취약하다. 만일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망설이지 않고 특허로 내거나 사업화 했다면 지금쯤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사람의 일은 어찌 풀릴 지 알 수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어쩌면 글을 쓰는 작가나 강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공한 기업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검색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평생 노후 걱정 없이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실행하지 않은 탓이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실행에 있지 않을까 싶다. 천지를 개벽할 만큼 아무리 대단한 아이디어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그건 그림 속의 금은보화나 다를 바 없다. 생각은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 그것을 재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실행이 필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머리 속에만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와 사람들 손에 쥐여주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날마다 하느님께 기도를 했다. 딱 한 번만 복권에 당첨되게 하면 더욱 열심히 하나님을 믿고 평생 주인으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복권에 당첨된 적이 없었고 늘 가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화가 나서 하느님께 소리쳤다.

“하나님, 저는 이제 지쳤습니다. 딱 한 번만 복권에 당첨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빌었건만 제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전 이제 하나님을 떠나가겠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아, 복권에 당첨되고 싶거든 복권부터 사야 되는 거 아니니?”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복권을 사지도 않으면서 복권에 당첨되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면 당연히 복권부터 사야만 한다. 무언가 뜻대로 안 되고 있다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지는 못하는 것 아닌지….

난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난 지금도 공상만 한다. 내가 부자가 되는 일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