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습관의 힘을 믿고 다시 한 번 도전을...

by 양은우

새해가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새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한 두 가지쯤 새해 목표를 세우곤 하지만 상당수의 결심들은 그리 오래 지속되질 못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해 계획의 유효기간은 불과 3 달이라고 한다.

새해 계획을 실천하기 힘든 이유는 두뇌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뇌는 평균적으로 1.4kg으로 전체 몸무게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몸 전체에서 소모하는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그러다 보니 늘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는 방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익숙한 방식대로만 행동하는 것이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은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이 경우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에너지 소모를 동반한다.

큰 쟁반에 파라핀을 가득 채우고 단단하게 굳힌 다음에 그 위로 뜨겁게 달군 구슬을 흘려보내면, 구슬이 지난 자리를 따라 골이 파이게 될 것이다. 골이 파인 자리는 뇌 안에 형성되어 있는 기존의 신경회로라고 보면 된다. 이제 여기에 물을 흘려보내면 물은 골을 따라서만 흐르게 된다. 이것이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습관이 된 일은 이미 신경세포들 간에 아주 강력한 연결 회로가 형성되어 벗어나기 어렵다.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회로를 벗어나 새로운 신경회로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혹자는 의지 부족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패트릭 해거드라는 신경과학자는 사람들의 두피에 뇌파 측정장치를 연결한 후, 언제든지 누르고 싶은 마음이 들면 버튼을 누르는 실험을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의지가 먼저 나타나고, 그것이 운동피질에 명령을 내려 손가락 근육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운동피질이 활성화되고 난 후 거의 1초 정도 지난 후에야 의식에서 버튼을 누르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실험의 결과는 내가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나의 뇌가 나를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낸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들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잠재된 습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폭음, 폭식, 게으름 등의 나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나의 뇌가 나를 가로막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두뇌에는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뇌를 자극해서 특정 방향으로 훈련하게 되면, 그것이 뇌 안에 새로운 연결 회로를 형성하여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다. 경험과 훈련을 통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주로 왼손으로 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활을 켜서 소리를 낸다. 이들은 피나는 연습을 반복하는데 이로 인해 왼쪽 손가락에 해당하는 두뇌피질의 두께가 일반 사람들에 비해 훨씬 두꺼워지고 넓이도 넓어지게 된다. 노력하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뇌는 21일에서 30일 정도만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새로운 신경회로를 형성하여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과제가 쉬워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목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고, 담배나 술과 같은 것들은 이미 뇌 안에서 강력한 연결 회로를 형성하고 있어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큰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 한 번에 이루기 어려운 목표보다는 쉽게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쉽게 성공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일 7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던 사람이 새벽 6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하루에 만 보씩 걷겠다고 결심하거나, 담배를 완전히 끊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하루에 5개비만 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통제와 성공경험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렇게 21일만 하게 되면 그것이 뇌 안에서 연결 회로를 형성하여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고, 습관이 되어 연결 회로가 강화되면 그다음 단계로 보다 높은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표 수립 시에도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식의 부정적인 목표보다는 '무엇을 하겠다'는 식의 긍정적인 목표가 바람직하다. 게임을 안 하기보다는 책 한 권 읽기, 늦잠 안 자기보다는 10분 일찍 일어나기, 야식을 안 먹기보다는 물 마시기나 껌 씹기, 커피 안 마시기보다는 녹차 한 잔 마시기 등, 무엇을 안 한다는 것보다는 그 행동을 대체해서 다른 행동을 한다고 긍정적인 표현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행동은 거부감이 들지만 긍정적인 행동은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 해서 실천으로 옮기기에도 유리하다. 이미 작심삼일의 시한이 지났지만 지나간 날들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더 많으니 다시 한번 목표를 가다듬고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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