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에게 등급이 있을까? 가수, 배우, 교수나 강연가…, 모두에게 등급이 있듯 글 쓰는 사람에게도 등급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난 어떤 등급일까?
지금까지 내가 쓴 책이 모두 일곱 권이다. 그 중에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책도 있지만 ‘관찰의 기술' 이나 ‘처음 만나는 뇌 과학 이야기’처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스테디셀러가 된 책들도 있다. 언제 책이 나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수 많은 작가들 틈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방송에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YTN 생방송에도 출연했고 KBS와 MBC 라디오를 비롯하여 교통방송에서 3개월간 고정 코너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방송 출연이건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편이다.
책을 쓰고 방송출연을 하는 등 나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작가로서의 나에 대한 명성은 그리 높은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인지도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글을 쓴다. 한 동안은 글 쓰는 것에 회의를 느껴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글쓰기를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가끔 내가 쓴 책들을 보면서 낯뜨거워질 때가 있다.
‘왜 이 정도 밖에 안 되지?’
컨텐츠에 대한 불만족, 글에 대한 불만족, 깊이에 대한 불만족 등 돌아보면 불만족 투성이다. 그래서 난 작가로 불리는 걸 싫어한다. 작가란 적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글은 아직도 내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여겨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종종 사람들이 나를 ‘C급 작가’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를 낮추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만일 사람들이 날 C급 작가로 평가한다면, 난 불행한 걸까? 아니면 불행해야 하는 걸까? 또는 불행하다고 여겨야 하는 걸까? 난 오히려 C급 작가라 행복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다르고 싶은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지금 C급 작가가 아니라 A급 작가라면 난 무엇을 해야 하지? 어쩌면 목표를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A급 작가라는 명성에 취해 교만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A급 작가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심한 스트레스에 빠져 방황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C급 작가이기 때문에 A급 작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C급 작가이기에 언젠가는 A급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 즐겁다. 내가 C급 작가라면 언젠가는 A급 작가가 될 기회가 올 것이다. 물론 그 순간이 KTX 노선처럼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반드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올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이렇게 삼류작가처럼 오랜 시간을 버티더라도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잃지 않고, 언젠가는 나도 잘 나가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마치 아궁이 속에 달디 단 군고구마를 숨겨 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목표도, 기회도, 희망도 아직은 내 주머니 속에 남아 있다. 그것들이 내 주머니에서 마치 손난로처럼 내 가슴을 덥혀주고 있기에 난 C급 작가라 여겨져도 즐겁기만 하다.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글 쓰는 일이 버겁기도 하고, 때론 지겹기도 하고 앞이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라보고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기에.
그나저나, 내가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도 아닌데, 내일은 분명 서쪽에서 해가 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