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의 두 얼굴(1)
요즘 자신의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평범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성공체험을 한 사람들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내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펴내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 번 책을 써봐야겠다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백만 원씩 하는 책 쓰기 강좌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몰려들고, 책 쓰기에 관한 책이나 온라인에서의 글도 많아지고 있다.
책 쓰기에 관한 강좌도 많고 책도 많아졌지만 대다수는 솔직하지 못하다. 모든 일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듯이, 책쓰기에도 명암의 양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강좌나 책들이 책 쓰기의 밝은 면만 강조할 뿐, 어두운 이면은 다루지 않고 있다. 대다수는 책을 쓰면 큰돈을 벌 수 있고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을 한다. 어떤 이는 책을 쓰면 벤츠를 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도 이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그러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정말 그럴 것 같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면 하루아침에 명예가 생기고 작가로서 대접받으며, 인생이 무지개 빛으로 달라질 것 같다. 정말 그럴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건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다. 밝은 면만 다루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면도 솔직히 얘기해 주어야 한다.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글을 아주 솔직한 얘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요즘 대중들에게 인기 있고 잘 팔리는 책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보다는 사실과 다르더라도 꿈과 용기, 희망을 심어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다독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이라고 해서 있는 그대로 지나치게 솔직하게 쓰는 글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가 어렵다. 나도 안다. 나도 돈을 벌고 싶고 이왕 쓰는 거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싶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 내 책이 진열된 모습을 볼 때의 짜릿한 쾌감을 다시 맛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해야겠다. 밝은 면만 부각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보다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읽기 거북하더라도 꾹 참고 인내심을 발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어쩌면 내가 이래서 돈을 못 버는지도 모르겠다.
난 책 쓰기를 로또와 비교해 보려고 한다. 책 쓰기는 로또와 비슷한 점도 있고 완전히 다른 점도 있다.
책 쓰기와 로또의 공통점
1. ‘인생 그까짓 거…’, 한 방에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다
책 쓰기와 로또의 첫 번째 공통점은 잘 풀리면 한 번에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하루아침에 몇 십억의 돈을 벌고 신세를 고칠 수 있듯이, 책 쓰기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하루아침은 아니지만 큰돈을 벌 수 있고 신세를 고칠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받을 수 있는 돈이 로또보다 적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아침에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 유명인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강의 의뢰가 줄을 서고 TV나 라디오 등 방송에서도 출연 요청이 이어질 수 있다.
만일 나처럼 강의를 하는 사람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대우가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몸값이 올라간다. 예를 들어 시간당 30만 원의 강사료를 받는다고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수 십에서 수백만 원까지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 강의를 잘한다면 몸값은 더욱 올라간다. 무명일 때는 누구도 찾지 않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너도나도 모셔가려고 줄을 선다.
좀 오래된 얘기이긴 하지만 『세종처럼』이라는 책을 쓴 박현모 씨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에는 생활이 곤란한 정도로 강의도 적고 강의로 벌어들이는 돈도 얼마 안 됐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난 이후에는 강의가 끊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강의료도 큰 폭으로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강사로써의 대우도 달라졌다. 전에는 강의에 필요한 온갖 짐과 무거운 자료를 손수 챙겨 먼 길을 이동해야 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난 이후에는 회사에서 보내 준 기사 딸린 차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모로 인생역전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렇듯 책 하나로 인해 인생이 바뀐 사람들은 많다. ‘한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 역시도 일곱 권의 책을 쓰는 동안 점점 더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작가로 대접받고 있고, TV를 비롯하여 방송 출연 섭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는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정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제일의 경제경영 전문지에 객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 메이저 신문 중 하나에 기고하는 것은 물론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사보에 글을 싣는 기회도 많아졌다.
이 모든 변화가 책을 썼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늘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했는데 내가 방송에 출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보통사람들이 무슨 재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 인생역전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내가 책을 쓰지 않았다면 그러한 기회조차 절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2. 진입 문턱이 없다
로또와 책 쓰기의 두 번째 공통점은 누구나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는 대한민국의 성인으로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학력을 따지지도 않고 직업을 묻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로또를 팔고 어떤 사람에게는 팔지 않는 것도 없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1등에 당첨될 기회가 만인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길이 열려 있다. 역시 학력을 따지지도 않고 직업을 묻지도 않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일자 무식자라도 글만 쓸 수 있다면 책을 낼 수 있다. 직업이 없는 무직자도 책을 낼 수 있다. 배운 사람, 돈 있는 사람만 책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 못한 사람, 돈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책을 낼 수 있다. 세상에 이렇게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게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물론 그때도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 배울만큼 배우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만이 책을 쓰는 것이라 믿었다. 그만큼 문이 좁았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주제도 무척 다양해졌다. 절미 언니를 아는가? 우연히 입양한 강아지 인절미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라는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단순히 강아지 사진을 위주로 한 포토에세이지만 당당히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에까지 올랐다. 아마도 인절미의 인기에 편승하여 출판사에서 기획 출판한 것이 아닐까 여겨지지만 이렇게 강아지 사진만으로도 책을 낼 수 있다. 강아지 사진을 위주로 한 포토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독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니 누구나 좋은 아이템 하나만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다.
3. 기대감을 심어주고 삶에 활력소를 공급해준다
“어떻게 고구려 역사와 경영을 접목할 생각을 하게 되셨습니까?”
앵커가 묻는다. 호기심 어린 표정의 청중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린다.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난 전혀 긴장하지 않고 당당하게 내 의견을 밝힌다.
“고구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역사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역사이기도 하죠. 그 이유는 고구려가 단순히 우리 역사를 스쳐갔던 그저 그런 나라가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를 주름잡던 중국의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주체성을 지킨 나라였기 때문이죠. 지금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의견 한 번 펼쳐보지 못한 채 눈치만 보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생각할 때 더욱 안타까움이 큰 것 같습니다. 만일 그때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지금 우리나라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의 기업환경을 살펴보면 당시 고구려가 처해 있던 상황과 비슷합니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앞을 내다볼 수 없이 급변하고 있고 수명도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100년 전만 해도 기업의 수명이 100년이었다면 요즘 기업의 수명은 채 20년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고 또 그것을 넘어 힘 있는 기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인가가 기업경영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구려는 중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강대국이었으면서도 무려 700년 이상을 존속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고구려가 존재할 당시 주변 환경은 마치 지금 기업의 경영환경처럼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지금의 기업환경과 고구려의 주변 정세가 비슷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고구려 역사를 살펴보면 분명 기업경영에 미치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내 말에 청중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눈빛을 보낸다.
“그래서 책 제목이 주식회사 고구려가 된 거군요?”
“맞습니다. 고구려처럼 강하면서도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제목이죠.”
내 말에 방청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 고구려』를 쓰면서 내가 상상했던 장면을 그대로 옮겨봤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와 기업경영을 접목한 국내 최초의 책이고 더군다나 고구려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잘하면 방송에도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됐고 만약 방송에 나가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본 것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은 기대와는 달리 재쇄를 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책으로 인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
로또와 책 쓰기의 세 번째 공통점은 꿈을 꿀 수 있으며 그것이 삶에 활력소를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로또는 매주 당첨자 발표가 이루어지지만 로또를 구입하고 당첨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이번에는 꼭 될 것 같아’라는 희망 또는 ‘이번에는 꼭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부푼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만약 당첨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상상하는 것도 가슴 벅차다. 비록 꿈이 깨지기까지의 시간이 짧긴 하지만 가슴속에 무언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고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책을 쓸 때면 결과에 대해 온갖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내 책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전철 안에서 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상상해본다.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방송에 출연 요청이 오고, 강의가 이어지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주위에서 나의 책을 읽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책을 한 권 쓰는 과정은 꽤나 지루하고 힘들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요즘이야 컴퓨터를 이용하여 원고를 작성하니 예전처럼 원고지에 손으로 썼다 지웠다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원고를 썼다 지웠다 하는 일은 ‘노가다’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자료조사도 해야 하고 사례도 수집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고, 글이 막힐 때마다 좌절감을 느끼며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되지만, 내 이름이 박혀 있는 따끈한 신간을 받아 들 때의 벅찬 감동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 겨우 로또만 사도 일주일이 즐거운데 하물며 책 쓰기야 말해 무엇하랴. 비록 시간이 지나면 그 상상이 사정없이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도 하겠지만, 내 심장 안에 꺼지지 않는 에너지를 간직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책 쓰기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4. 투자가 필요하다
로또와 책 쓰기의 네 번째 공통점은,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규모는 사뭇 다르지만 말이다. 한 장에 천 원짜리 로또 다섯 장을 사려면 오천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한 번에 꽤 많은 돈을 들이기도 하는데 구입하기도 쉽고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투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책 쓰기는 로또보다는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 돈, 에너지 등 모든 면에서 로또보다 압도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 책을 한 권 쓰려면 자료조사 등 준비기간을 포함하여 최소한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쓰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게 정해져도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막연하게 책을 써야겠다고만 생각하고 있다면 그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만약 별도의 생업이 있어 일을 하는 동안에는 글을 쓰기 어렵다면, 책을 완성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첫 책을 출판하는데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고 이후에는 탄력이 붙어 점차 빨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떤 책은 1년을 넘기는 것도 있다.
돈도 든다. 책을 쓰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한다. 책값이 비싸다 보니 참고서적을 구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책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도 해야 하고 자료도 수집해야 하는데 이에 들어가는 돈돈 적지 않다. 난 짧은 인터뷰를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간 경험도 있다. 책이 출판되고 나서도 들어가는 돈이 있다. 초기에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기증하는 책은 몇 부 되지 않는데 이것을 다 소진하면 그다음부터는 개인 비용으로 구입하여야 한다. 홍보를 위해 나누어 주기도 해야 하고 여기저기 손 벌리는 사람들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 모든 것이 돈이다.
책 쓰는 데 들어가는 노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힘들다. 무척 힘들다.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따르고 그걸 참아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주제가 명확하게 잡히면 책 쓰기가 술술 넘어갈 것 같지만 내가 뻔히 아는 주제일지라도 아는 것을 글로 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책을 쓰는 과정 곳곳에 지뢰처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그걸 하나씩 깨뜨리며 넘어가야 비로소 완성된 원고를 손에 쥘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는 고통스럽다. 때로는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어깨 통증이 올 때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책을 쓰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것들이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5. ‘더럽게’ 안 맞는다
그렇다. 문제는 이것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누구나 대박을 꿈꾸지만 누구나 대박을 거머쥘 수 없는 것이 로또와 책 쓰기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두 번 정도는 복권이나 로또를 구입해 보았을 것이다. 복권이나 로또를 구입할 때의 심정은 자신이 당첨되길 바라는 것이지만 잘 알다시피 당첨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대부분 ‘꽝’ 아니면 당첨된다고 해도 원금만 건지는 수준이다. EBS 지식채널에서 방송된 내용에 따르면 로또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라고 한다.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은 80만 1,923분의 1인데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이 수치보다 열 배나 희박하고, 428만 9,651분의 1인 벼락 맞을 확률보다 두 배나 어렵다고 한다.
나도 살면서 몇 번 복권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지만 1등에 당첨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다. 하긴, 로또에 당첨되었다면 지금 이렇게 힘들게 책을 쓰지 않고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구매한 복권이 25불에 당첨된 것이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다. 매주 로또 당첨자가 탄생하지만 내 주위에서는 단 한 명도 로또에 당첨된 사람을 본 적은 없다. 혹시 있는데 모르는 건가?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길 기대하고 기원한다. 베스트셀러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초판 정도는 팔리길 희망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거리가 멀다. 난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썼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은 『관찰의 기술』과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뿐이다. 『주식회사 고구려』는 세종 도서로 선정되어 재쇄에 들어갔지만 그것으로 끝.
대한민국에서 일 년에 출판되는 신간 서적의 수는 약 80,000종 정도 된다고 한다. 그중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은 겨우 몇십 권 또는 몇 백 권 정도이다. 나머지 책들은 모두 출간된 지 일주일쯤 지나 창고에서 또는 서가에서 먼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소리 없이 사라진다. 어떤 책은 몇십 권 팔리고 끝나는 책도 있다고 한다. ‘내가 책을 내면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나의 책을 사주겠지? 그러면 얼추 초판은 팔 수 있겠네’라고 순진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꿈 깨시라. 사는 사람만 살뿐,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책을 냈다고 해도 안 산다. 그런 사람일수록 술 사라는 말은 잘한다. 그동안 인간관계를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는데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팔린 책 말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대형 베스트셀러를 인심 좋게 한 해 80권이라고 쳐보자. 그래 봤자 0.1%도 안된다. 800권이라고 쳐도 1% 수준이다.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그보다 훨씬 높으니 책 쓰기로 성공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다니는 회사에 열심히 다니는 것이 더욱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원한다. 기원을 넘어 학수고대한다. 그리고 책을 쓸 때는 자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풍선에 바람 들어가듯 잔뜩 기대를 한다. 앞서 내 사례처럼 말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출간하고 나면 현실은, 오메, 생각보다 징하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깨어지고 인세라도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되는 상황이 허다하다. 정말 안 맞아도 ‘더럽게’ 안 맞는다.
6. 중독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한 번 내 본 사람은 또 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책 쓰기가 로또와 공통되는 점 중 하나이다. 복권이나 로또는 사행성 아이템이다. 사행성 아이템의 대다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 번 도박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들듯, 로또도 도박만큼은 아니지만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 번 사면 멈추기 힘들다. 특히나 조금이라도 재미를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매번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것이 더욱 미련을 갖게 만든다.
내가 볼 때 책을 쓰는 것도 일종의 중독이다. 지금 내가 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유도 어쩌면 중독 때문인지 모른다. 로또가 이번 주에 안 되면 다음 주에 다시 도전하면 되듯이, 책 쓰기도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모든 기회가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왕이면 책을 내서 잘 되는 것이 좋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잘되는 책이 될 확률은 아주 낮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음번에는 잘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근거는 없다. 로또가 이번에는 꼭 당첨될 것 같은 미련이 남는 것처럼 책 쓰기도 하다 보면 이번에는 잘 될 것 같은 미련이 남는다. 특히나 처음에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더욱 그렇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 아주 큰 성공이 아닌, 작은 성공을 이루고 나면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보게 마련이다. 내가 쓴 『관찰의 기술』은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50위권까지 올라갔었다. 가문의 영광으로 삼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처음으로 쓴 책은 아니었지만 처음이나 다를 바 없는 책이 50위권까지 오르자 만족스러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했다. 조금 더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또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벌써 아홉 권이 넘어 아직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난 지금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