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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원고 집필하기(3)

집필과 수정

by 양은우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일단 시작하라. 그리고 꾸준히 써라


주변에 책을 쓰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책을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지난번에 책 쓴다더니 어떻게 돼 가고 있어요?’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아직 못 쓰고 있어요. 틈날 때 쓰려고요’ 혹은 ‘아직 자료 준비가 부족해서 조금 더 자료를 모은 다음에 쓰려고요’라고 대답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 드는 생각은 ‘이 사람 책 못쓰겠군’이다.

책을 쓸 때 참고자료가 필요한 건 맞다. 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고자료가 모두 준비되어야만 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참고자료가 없어서 책을 못 쓴다면 왜 책을 쓰려고 하는가? 내 얘기는 없이 참고자료로만 책을 쓰겠다는 것인가? 그건 나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가? 나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나 사례 등이 필요하지만 그래서 꼭 모든 자료들이 준비된 상태에서 글쓰기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을 한다. 그 핑계를 자료에서 찾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준비를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게 되면 계속 글쓰기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부족함 없이 준비하는 것인가? 자료라는 것은 밑도 끝도 없는데 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이걸 찾으면 저게 필요하고, 저걸 찾으면 또 다른 게 좋아 보이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 자신의 생각이지 자료가 아니다. 따라서 자료가 없다고 해도 책은 쓸 수 있다.

우선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한 줄을 쓰면 그다음부터는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앞서 만들어 둔 목차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써라.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모아둔 자료를 활용하거나, 자료가 미처 없다면 책을 쓰면서 찾아도 된다. 빠짐없이 꼼꼼히 준비한다고 하다가 버스 놓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일단 책을 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초고는 마쳐야 한다. 나도 그동안 책으로 나온 것을 비롯해서 수많은 원고를 써봤지만 한 번 손을 떼면 그다음엔 다시 들여다보기가 싫어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책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보니 한 번 손을 떼게 되면 다시 손을 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틈틈이 책을 쓰는 사람의 경우 바쁘다 보면 책 쓰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강의가 많아지면 책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책은 틈이 나서 쓰는 것이 아니라 틈을 내서 쓰는 것이기도 하다. 『1천 권 독서법』의 전안나 작가는 회사 일과 독서, 집안일을 하면서도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을 책 쓰기에 할애한다고 한다.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하니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일 때문에 정 어쩔 수 없다면 한 달 정도 여유를 낼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하여 시작하길 권한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1년 365일 내내 바쁘지 않다. 바쁜 시기가 있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바쁜 시기에는 책을 쓰다가도 중단될 경우가 많으므로 가급적이면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간을 택해 책 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중간에 끊기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

책을 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초고를 완성해야 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자주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했던 생각들이 달라질 수 있다. 옛날에 써 놓은 일기나 글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보시라.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책을 쓰다가 피치 못할 일 때문에 중간에 끊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 시간이 몇 개월이 되어 버리면 다시 돌아왔을 때 책을 쓰려고 할 때 가졌던 생각들이 달라져 있을 수 있다. 혹은 그때 했던 생각들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이건 도대체 왜 써놓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면 이야기의 흐름을 있어갈 수 없다.

상대적으로 여유시간을 낼 수 있는 시기를 택해서 책 쓰기를 시작하라.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적어도 초고를 완성할 때까지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여라. 초고가 완성되고 나면 그 원고가 아까워서라도 멈출 수 없게 된다. 만일 일 년 내내 바쁘다고 하면 하루에 1시간씩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써라. 1시간을 더 자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책을 쓰는 것이 훨씬 보람 있고 뒷날을 위해서도 남는 일이다.


수정, 수정, 수정, 인고의 시간들


초보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힘든 작업일 수 있다. 책을 많이 쓴 사람들은 ‘책 쓰기가 제일 쉬웠어요’ 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나도 이 책을 순식간에 쓸 줄 알고 쉽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무척 고생하고 있다. 생각보다 할 말도 많고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니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수위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줘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언젠가는 끝이 있는 법.

힘들게 초고를 끝내고 나면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출판사에 투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초고는 초고일 뿐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초고를 걸레라고 한다.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오탈자가 난무하는 것은 물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빠진 것은 물론 앞에서 한 얘기가 뒤에 반복되기도 하고 똑같은 사례가 중복되기도 한다. 논리가 엉성한 글도 부지기수다. 이런 것들은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수정 작업을 몇 번이나 해야 할까? 정해진 답은 없다. 나 같은 경우는 보통 5번 내외, 중간중간 수정하는 것까지 합하면 족히 20번은 넘어갈 듯하다. 최근에 출간된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는 수십 번의 수정과정을 거쳤고 그 기간만 만 2년에 달한다. 이 과정이 무척 지루하고 힘들다. 당장이라도 내 글을 책으로 내주겠다는 출판사를 찾고 싶은데 책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려니 죽을 맛이다. 하지만 수정 작업이 반복될수록 더욱 좋은 책이 될 수 있다. 깎고 다듬고 어루만지면서 원고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원고를 수정할 때는 컴퓨터보다는 인쇄물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초고는 한 번에 우르르 써내려 간 글이기 때문에 순서가 맞지 않거나 중복되는 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출력물을 이용해야 수정이 용이하다. 두툼한 원고 뭉치를 손에 들고 빨간펜으로 교정기호를 채워 넣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전에 삽입이나 삭제, 줄 바꿈, 대체 등 몇 가지 교정기호 정도는 알아 두는 것도 좋겠다.

수정 작업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잠시 시간적 공백을 두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온전히 자기 글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고를 완성하고 곧바로 수정 작업에 돌입하게 되면 생각의 흐름이 연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거나 색다른 생각을 떠올리기가 어려워진다. 잠시 틈을 두고 수정 작업을 하는 것이 낫다. 시간적 여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둔 후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면 글을 쓰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거나 떠올릴 수 있다. 시간이 없다면 하루, 이틀 정도라도 공백을 두길 권한다.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수정 작업도 끝났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라도 당장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려고 할 것이다. 잠깐! 그전에 또 해야 할 일이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고 평가를 들어보는 것이다. 초고는 그야말로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작가만의 생각을 정리한 것일 뿐이다. 독자의 입장이나 생각은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부터 그 책은 저자의 것이 아닌 독자의 것이 된다. 저자가 쓴 글은 독자의 머릿속을 파고 들어가 기존에 있던 사고와 신념과 줄다리기를 한다. 그 줄다리기에서 이기면 독자로부터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싸움에서 지면 형편없는 책이라는 악평을 받을 수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저자가 있다. 자기가 글을 쓴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니는 사람과 쥐도 새도 모르게 간첩처럼 음지에 숨어 조용히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책을 쓰라고 권한 덕분에 주위에서 책을 쓰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지고 있다. 그중 한 분께서 투고할 만한 출판사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책을 쓰세요?’하고 물으니 ‘부끄럽게 뭘 그런 걸 물어봐’하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무슨 내용인데요? 좀 알려주세요’라고 재차 물어봤지만 다 되면 알려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마도 책 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분과 같은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처음 책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책이라고는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책을 쓴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갑자기 주눅이 들어 자신이 없어지고 부족한 실력이 드러날 것 같아 창피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얼버무리고 만다.

이러지 마시라. 우리말에 병은 소문을 내야 낫는다는 말이 있다.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자신들의 경험이나 풍문으로 들은 치료법 등을 나누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치료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책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기가 쓰려고 하는 책의 내용을 주위에 알려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조언한다. 주위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다. 더불어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비밀공작원처럼 남몰래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러한 혜택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개 비밀스럽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창피해하는 사람들이다. 글쓰기가 나쁜 짓이라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글을 쓴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우습게 여길까 봐 숨기고 싶은 것이다. 책을 다 쓴 후에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그것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누차 강조했듯이 글쓰기는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내 사례나 경험을 담아야 하고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아야 한다. 내 책만 읽으면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이 책 쓰기인데 굳이 자신이 책을 쓴다는 것을 숨길 이유가 없다.

자신이 없다는 것도 책을 쓰는 것을 숨기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자기 글에 자신 없는 작가가 쓴 책을 누가 읽어보겠는가? 행여 읽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자신 없게 쓴 글을 읽는 사람은 또 무슨 불행이란 말인가? 그러니 드러내라. 스스로 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위에 말하고 다녀라. 비밀유지? 걱정 마시라. 주제가 노출된다고 해도 그 주제로 동일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지구 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책을 쓰는 동안에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생각 외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는 숨기고 글을 쓸 때는 ‘저 사람에게 뭔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만 하고 말을 꺼내지 못해 끙끙 앓던 것도 드러내고 나면 보다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책 쓰기 과정에서도 자신이 책을 쓴다는 것을 드러내야 하듯, 초고가 완성되면 그것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읽어보도록 하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게 좋다. 피드백은 냉정할수록 좋다.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무 친한 친구,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은 적합한 대상자가 아니다. 가족처럼 솔직히 피드백을 해도 상처 받지 않을 만한 사람들, 서평을 다루는 블로그 이웃, 친하지만 가끔은 쓴소리도 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먼저 원고 내용 중 오류가 있다면 이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쓴 글에 몰입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최근에 쓴 책에서 '군주론'을 '국부론'이라 적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책이고 국부론은 아담 스미스의 책이니 두 책이 다름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처음부터 국부론이라 적고 나니 교정 과정에서도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면 이러한 실수는 잡아낼 수 있다. 요즘은 지식이 넘치는 사회이다 보니 저자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저자가 보지 못하는 오류를 그들은 잡아낼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는 것의 두 번째 이점은 독자들의 반응을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반응을 보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수 있는데 그 반응을 보면 책이 출판되었을 때 독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반응도 예상할 수 있다. 만일 기대했던 것보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그 평가내용을 반영하여 원고를 수정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평가가 좋다면 자신 있게 투고를 해도 된다. 좋은 평가도 있고 나쁜 평가도 있다면, 좋은 평가는 더욱 살리고 나쁜 평가는 보완하면 될 것이다. 그런 것을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투고하고 보자고 하면 원고가 출판사에 넘어갔을 때 나쁜 평가 때문에 거절을 당할 수도 있다.

나는 2017년 겨울에 이미 앞서 다루었던 조바심을 주제로 한 글을 썼다. 평소 같으면 초고가 완성되자마자 출판사에 투고부터 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했다. 먼저 블로그를 이용해서 원고의 내용을 평가해줄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주로 오랜 시간 블로그에서 교류했던 이웃들이었는데 서평을 다루는 분도 있었고 그냥 주제 자체에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초고를 보내 놓고 평가를 부탁하자 긍정과 부정의 피드백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긍정의 피드백은 나쁘지 않았지만 부정의 피드백은 그대로 출판사에 투고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였다. 시간을 좀 더 가지기로 했다. 이왕 힘들게 쓴 원고이니 무리하게 투고했다가 기회를 날리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손을 봐서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나을 듯했다. 결과적으로 출판사 투고는 뒤로 미루어졌다. 이후 어깨 수술과 강의 등으로 인해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늦어지기는 했지만 이웃들의 평가로 질이 높아질 수 있었고 다시 출판사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되었다.

만일 한 번의 평가로 부족하다 싶으면 두어 차례 반복할 수도 있다. 단 반복을 할 때는 원고를 읽고 평가해주는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 동일인에게 수정된 원고를 보여주고 재평가를 부탁하기보다는 초고를 보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평가를 부탁하면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줄 수 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초고의 평가를 받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처럼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의 이웃을 통해 리뷰를 받아보는 방법도 있고 오프라인의 지인들을 통해 리뷰를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 네이버 등 포털의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포털 사이트에는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카페가 제법 있다. 주로 서평을 올리거나 책을 추천하거나 책 쓰기 강의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런 카페에서도 완성된 책이 아닌, 초고 상태의 원고를 읽고 리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공고를 하고 희망자를 모아 진행한다. 서평의 경우 리뷰의 대가로 저자의 책을 나누어 주지만 초고의 경우에는 책이 나온 것이 아니고 책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이므로 별도의 수고비를 들이면 평가를 받아볼 수 있다. 수고비라고 해봐야 책 한 권 값 정도지만.

내가 쓴 초고를 리뷰해줄 사람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므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질 수 있다. 이것들을 다 수용하려고 하면 저자만의 독특한 색깔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숫자가 적어서도 안된다. 나름 의미 있는 피드백을 해줄 만한 숫자여야 한다. 내 생각에는 10명 이내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머리말과 맺음말 쓰기


이제 본문 내용을 다 썼다면 마지막으로 머리말과 맺음말을 써야 한다. 머리말은 서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저자의 말이라고 하기도 한다. 맺음말은 꼬리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혹은 들어가는 글, 나가는 글로 표현하기도 하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표현하기도 한다. 표현이 어찌 되었든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쓰는 글이고 본문을 마무리하면서 쓰는 글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목을 본 후 저자 서문을 읽어보고 책을 산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본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머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맺음말은 책 쓰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머리말은 언제 써야 할까? 본문을 쓰기 전에? 아니면 본문을 다 쓴 후에? 내 경험에 의하면 머리말은 본문을 다 쓴 후 투고 직전에 쓰는 것이 맞다. 서문부터 쓰라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글을 써보면 왜 마지막 단계에서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머리말에서 써야 하는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게 된 배경 또는 저자의 집필 동기이다. 조바심을 주제로 한 글을 쓰게 되었다면 왜 조바심에 대해 실체를 알아야 하는지, 왜 저자는 조바심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저자가 조바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나 조바심과 저자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있다. 책에 따라서는 본문을 읽기 전에 알아야 할 배경 내용 혹은 상식 등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 다른 책이 가지고 있지 못한 차별화 포인트 등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체적으로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파트별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등을 간략하게 포함시킨다. 책을 읽기 전에, 혹은 책을 구매하기 전에 이 책은 어떤 책이며 어떤 차별화 포인트가 있고, 어떤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독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으려면 본문을 쓰기 전보다는 본문이 완성된 후에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서 머리말을 쓰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인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료를 제공해준 사람,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준 사람, 갖가지 조언을 해준 사람, 그리고 편집 단계에서 수고해준 사람들. 머리말에는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글도 포함된다. 책을 쓰면서 나는 누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것인 것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즐겁다.

맺음말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머리말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글이지만 맺음말은 없는 경우도 많다. 내가 쓴 책 중에도 맺음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맺음말을 쓰는 이유는 본문에서 하지 못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주로 책을 읽은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 등이 여기 포함될 수 있다. 맺음말이 들어가면 저자가 독자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름이 나타내듯 책을 마무리 지으면서 덧붙이는 글이므로 중요한 내용이나 본문에 넣어야 할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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