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글쓰기의 노하우
최대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 글은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문학작품을 쓰고 싶은 사람보다는 실용서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은 작가의 창작능력이 중요한 반면 실용서는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니 창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단히 큰 오해다. 문학작품만큼은 안 되더라도 실용서 역시 작가의 창작활동이 필요하다.
책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중 하나가 차별화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잠시 책에 대해 잊어버리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시중에는 비슷비슷한 물건들이 너무 많다. 기능도, 형태도, 가격도 대동소이한 물건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비슷한 물건들이 많을 때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하나가 다른 물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눈에 두드러지는 외형을 가지고 있거나, 무언가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해 발간되는 책이 80,000종이 넘는다면 하루에 270여 종 씩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많은 책들 중에 내가 쓴 책이 눈에 띄도록 하려면 무언가 다른 것이 있지 않고서는 안 된다. 제목이 눈에 띄거나, 표지가 눈에 띄거나, 디자인이 남다르거나, 내용이 다르거나, 마케팅 방법이 차별화되어야 한다. 무엇이 되었든 다른 책들과는 달라야만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무엇이든 다른 도서들과 차별화된 요소가 필요한데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내용이 차별화되는 것이다.
최근 출판계의 트렌드는 제목을 그럴듯하게 지어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참 책이 어지간히 안 팔리는 모양이다. 최근 출간된 책 쓰기에 관한 책도 상당 부분 제목 붙이기에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을 그럴듯하게 붙여서 독자들의 눈을 끌어봐야 잠깐 뒤통수치는 꼴일 뿐이다. 제목에 끌려 책을 샀는데 내용이 그리 좋지 않다면, 독자들은 그 사람의 책은 다시는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저자가 신경 써야 할 제 일의 관심사는 좋은 내용을 책에 담는 것이다.
내용이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창출해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짜깁기해서는 차별화된 내용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 가지지 않은 생각,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던 생각을 담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은 자신만의 생각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자신만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경험, 노하우를 담아내야 한다.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관점 만들기
첫 번째는 자신만의 고유한 주장을 담아내야 한다. 기존에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 다른 사람들이 한 번도 주장하지 않았던 내용, 다른 사람들이 간과했던 내용, 다른 사람들과 반대되는 내용, 이러한 것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한 내용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통해 축적된 것일 필요가 있다. 경험이나 노하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저자의 사고 메커니즘을 통해 저자만의 생각으로 압축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의 자기 계발서는 천편일률적으로 '너 잘 못 살고 있어. 그렇게 살면 안 돼. 바뀌지 않으면 안 돼!'라며 독자들을 질책하고 변화를 강요했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 속에서 누군가 '됐고, 그냥 있는 대로 살아. 사람은 절대 안 바뀌어. 다만 관점만 조금 바꿔봐'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나 『신경 끄기의 기술』, 『미움받을 용기』 같은 것들이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책들이다. 그러한 것들이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던 시대의 흐름에 피로를 느끼던 사람들에게 어필함으로써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저자 자신만의 고유한 주장을 주제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자면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을 갖추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저자의 고유한 주장은 조심스럽기도 하다. 만약 그 주장이 다수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이라면 독자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아주 좋은 예가 내가 쓴 책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이다.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은 다소 다르다. 회사를 떠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떠나되 전문가가 되어 자신 있게 홀로 설 수 있을 때 떠나라는 것이다. 대상도 젊은 사람들이 아니라 40대를 전후한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한다. 과거처럼 회사에 목숨 걸고 남아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워라벨이니 소확행이니 하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직장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중시한다. 그러한 트렌드에서 회사를 떠나지 말라는 제목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관심은커녕 어쩌면 비웃음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 실제로 강의실에서 얘기를 하면 반응이 상당히 좋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을 하지만 책은 팔리지 않는다.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 그러니 저자만의 독창적인 주장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유의 개념 만들어 내기
두 번째는 자신만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이론적인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관찰의 기술』은 꽤 좋은 반응을 얻었던 베스트셀러였는데 이 책에서 관찰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관찰이라는 것이 단순히 무언가를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목적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며, 그 속에서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고 원리를 깨달아 보다 나은 것으로 개선해 나가는 일련의 연속적인 프로세스이다'라고.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관찰에 대해 그런 설명을 하는 책은 없었다. 관찰이라는 흔한 주제에 대해 그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주장한 적 없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세히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지만 관찰이라는 단순한 행위에 대해 저자가 얼마나 고민하고 독자적인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것도 하나의 개념이 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과 맞지 않는 직장을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고 싶은 일뿐 아니라 그 일을 잘해야 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잘한다고 인정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생각을 압축한 것이 개념이다. 이 개념이 독특하고 저자만의 생각이 담겨 있을수록 차별화될 수 있다. 물론 그 개념에 대해 독자의 입장에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구조화하기
세 번째는 구조화이다. 구조화는 저자의 생각이 독자의 뇌리에 콕 틀어 박힐 수 있도록 논리적인 틀을 만들어 내용을 압축하여 정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지성이라는 작가는 이미 그 전에도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꿈꾸는 다락방』을 내면서부터였다. 그 책에서 이지성 씨가 주장했던 내용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R=VD
여기에서 R은 실현(Realization), V는 생생한(Vivid), D는 꿈(Dream)을 나타낸다. 즉 R=VD는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Realization = Vivid X Dream)라는 의미이다. 이건 개념이기도 하지만 구조화이기도 하다. 이 공식 하나로 인해 이지성 씨는 대박을 터뜨렸다.
구조화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기억됨으로써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지 않고 기억 속에서 인출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 해야 할 일이 다음과 같다고 해보자.
자동차 세차, 고등학교 동창 모임, 장보기, 수영하기, 강아지 산책시키기, 집안 청소, 목욕하기, 낮잠 자기, 외식하기,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기, 화분 물 주기, 형광등 교체, 구두 닦기, 브런치 글 올리기, OO사 사보 원고 작성하기, 책 쓰기에 관한 글 쓰기
참 할 일 많다. 하지만 모두 내가 이번 주말에 실제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나라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런데 이것들을 그냥 위에 있는 대로 쭈욱 나열하면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기억 한계는 7개, 최근에는 4개라고 하는 이론도 있는데, 아무튼 작업기억의 용량이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무작정 이것을 기억하려고 하면 잘 안된다. 여기에 서로 간의 관계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프레임을 만들어 정리하면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워질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주말에 할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일과 관련된 것들, 가사와 관련된 것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한 것들, 재충전을 위한 것들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가사는 다시 의식주나 동식물, 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관계는 친구나 부모, 가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충전은 단순한 휴식, 운동, 출근 준비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러면 이러한 것들을 모아 다음과 같이 구조화할 수 있다.
여전히 이것을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분류를 떠올리게 되면 하위 내용들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 16개의 할 일 중 어쩌면 빼먹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앞서 쭈욱 나열한 것보다는 훨씬 기억하기가 쉽다. 저자의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정리된 글을 보는 것이 나열된 글을 보는 것보다 읽고 기억하기에 편하다. 따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렇게 구조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찰의 기술』에서 나는 관찰의 힘을 기르기 위해 (1)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져라 (2)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가져라 (3) 사소한 것을 놓치지 말아라 (4) 실수나 실패를 그냥 지나치지 말아라 (5) 오감을 활용하라 (6) 생활 속 불편을 기회로 삼아라 (7) 새로운 경험을 하라 (8) 호기심을 키워라 등 8가지 동인(motive)을 제시했다. 무려 8가지나 된다. 게다가 내용도 길어서 기억하기도 힘들다. 책을 덮고 나면 생각나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구조화였다. 관찰력을 높여줄 수 있는 8가지의 동인들을 조금 더 기억하기 편하도록 앞 머리를 따서 왓칭(WATCH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WATCHING은, 당연한 것에 의문(Wonder)을 가져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가져라(Assignment), 사소한 것(Trivial)을 유심히 보아라, 실수나 실패를 그냥 지나치지 말아라(Count Mistake/Failure), 오감(High Sense)을 충분히 활용하라, 생활 속의 작은 불편(Inconvenience)을 놓치지 말아라,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기회(New Experience)를 만들어라, 호기심을 키워라(Grow Curiosity) 등 8가지 동인에 대한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8가지 동인을 그냥 있는 그대로 나열하면 책을 덮고도 생각나는 것이 없겠지만 왓칭(WATCHING)이란 단어 하나만 떠올리면 알파벳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바를 상기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이 구조화이다.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법칙,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10가지 법칙 등은 모두 독자들에게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구조화의 틀이다. 이렇게 구조화를 이용하면 저자의 생각을 독자의 머릿속에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나열식으로 된 내용을 읽는 것보다는 구조화된 내용을 접하는 것이 이해와 논리, 그리고 설득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유의 도표나, 그래프, 그림, 테이블 만들기
네 번째는 저자의 생각을 조금 더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유의 도표나 그래프, 그림, 테이블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말로만 설명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을 뿐 아니라 오해의 소지도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그림이나 그래프를 이용하여 설명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더욱이 그러한 그림이나 그래프, 테이블 등은 저자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므로 훌륭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음 그림은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에서 사용한 그림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삶에서의 자유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돈으로부터의 자유, 관계로부터의 자유 등 억압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에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삶의 자유란 내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흔히 통칭하는 갑을이라고 하는 관계의 측면에서 당당해지지 않으면 얻어질 수 없다. 돈이 없거나 경제적 수입이 넉넉지 않으면 불편해도 누군가의 밑에서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싫어서 회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지만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돈이 없으면 행복감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삶에서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삶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커질 수 있는데 그러자면 자신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 즉 무언가 전문가 수준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그리고 관계적으로 구속받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삶의 자유도가 높아져도 삶에서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그 개념을 나타낸 것이 아래 그림이다. 이 그림 하나만 보면 구구절절 말로 풀어내야 하는 내용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다음의 그림은 칙센트 미하이 교수가 주장한 ‘몰입(flow)’의 개념을 나타낸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skill)에 비해 과제 수준이 너무 높으면 화가 나거나 좌절할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역량에 비해 과제 수준이 지나치게 낮으면 지루함을 느끼거나 편안함을 느껴 그곳에만 머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이 안전지대(comfort zone)가 된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역량에 비해 약간 버거운 수준의 과제가 주어져야만 몰입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몰입 경로(flow channel)이다.
이 개념을 위와 같은 그림으로 나타내면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해도 쉽고 설득력도 높아질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도구 중 하나가 그림이나 그래프, 도표, 테이블 등이다. 단순히 말로만 전달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러한 도구들을 활용하면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공감을 끌어내기에 용이하다.
덧붙이자면, 사람들은 시각적인 정보를 접할 때 글로만 쓰인 정보를 접할 때보다 더 이해가 쉽게 된다. 글로 된 정보를 접할 때는 그것을 뇌 뒤쪽에 있는 시각피질에서 시각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림으로 된 정보를 접할 때는 자연스럽게 시각피질이 활성화하고 그로 인해 보다 짧은 시간에 이해가 이루어진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사람들의 뇌리에 콕콕 들어박힐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노력이 거듭되면 될수록 어렵게 느껴졌던 것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여겨질 수 있다.
자신만의 용어 만들기
마지막으로 저자만의 독특한 용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계발'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을 때 '자기 전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조금 더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워라벨'이라는 용어가 없을 때 처음으로 그러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만든 말 중 ‘쌀독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조바심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그 내용은 이런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독에 쌀을 부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다. 독이 비어 가고 바닥이 드러날 때쯤이면 새로운 쌀을 사다 붓는다. 완전히 독을 비운 다음에 새 쌀을 붓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닥이 완전히 비워지기도 전에 쌀을 채워 넣는다. 그러면 맨바닥에 있는 쌀은 처음 그곳에 들어간 이후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묵은쌀이 되는 것이다.
커피 통에 그라운드 커피를 부어 넣고 먹는 것이나 이슬이의 사료통에 사료를 부어 넣고 먹일 때도 마찬가지다. 맨바닥에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밖으로 나올 기회가 적다. 독이나 통에 들어갈 때는 제일 먼저 들어간 것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히고 묵은 것이 되고 만다. 이것이 ‘쌀독의 법칙’이다.
이 용어를 만든 이유는, 살면서 한 때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성공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고, 다른 사람보다 늦게 간다고 해서 좌절하고 비관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내용을 인생에서 뒤늦게 꽃을 피운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할 수도 있고 이처럼 쌀독이나 커피 통, 사료 통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할 수도 있는데 단순히 그 개념만 전달하는 것보다는 ‘쌀독의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여 설명하면 보다 그럴듯해 보인다. 처음에는 낯선 용어 때문에 ‘쌀독의 법칙이 뭐지?’라고 생각했던 독자들도 저자의 설명을 듣고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저자의 생각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저자만의 고유한 용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바람직하다.
저자만의 용어는 콘텐츠에 대한 장악력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분명한 철학과 확신이 없으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남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그대로 옮기거나 있는 사실을 그대로 가져다 인용만 해서는 저자만의 철학을 나타낼 수 있는 용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 들은 얘기, 사실 등을 통해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통찰력 있게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찰력이 있어야 새로운 용어도 만들어낼 수 있다.
차별화된 전달방법 찾기
이 글은 ‘책 쓰기와 로또의 공통점과 다른 점’으로 시작했다. 내가 책 쓰기를 로또와 비교한 이유는, 책 쓰기에는 밝고 화려한 면도 있지만 어둡고 우울한 면도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을 평범하게 생각하면 ‘책 쓰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라고 하고 밝은 면은 밝은 면끼리, 어두운 면은 어두운 면끼리 모아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반면에 책 쓰기가 로또와 닮은 점도 있고 차이나는 점도 있다고 하면 어떨까? 여러분은 처음 그 꼭지를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궁금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책 쓰기를 로또와 비교한 글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니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볼 가능성이 높다. ‘책 쓰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나 ‘책 쓰기와 로또의 공통점과 다른 점’ 사이에 내용 차이는 전혀 없다. 다만 전달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작은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다.
책을 쓰면서 저자가 제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자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이다. 저자가 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쓴 글을 사람들이 읽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읽어 주길 바라지 않는다면 굳이 힘들여서 책을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저자는 독자 입장에서 어떻게 쓴 글이 읽고 싶은 글인지, 어떻게 쓰면 독자들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호기심을 가지고,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똑같은 내용일지라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러자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저자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글을 쓰려고 하는 주제에 대해 저자만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을 확고한 자신만의 철학이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그것을 글로 풀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자신만의 차별화된 개념, 자신만의 차별화된 용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창작활동의 가장 기본은 창의력이다. 창의적이지 않은 작품은 모방품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다. 책의 경우에는 표절이라 부른다. 혹은 아류라고 불릴 수도 있다. 저자가 공들여 쓴 책이 표절이나 아류라는 오명을 쓰면 출판사도 독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자는 철저하게 창의적인 관점에서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창의적으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쓴 책이 창의적이면 창의적일수록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다. 어떻게 하면 저자의 생각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 제목부터 목차, 그리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이론, 자신만의 독특한 개념,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자신만의 독특한 용어를 만들어내면 좋다. 물론 꼭 그런 책들만 팔리는 건 아니지만 창의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을수록 출판사나 독자의 관심을 끌기 쉽다. 창의적인 생각은 몰입할 때 얻어질 수 있다. ‘나는 창의적이지 못한데’라며 창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포기하기보다는 같은 내용이라도 보다 효과적으로,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참 기특한 존재여서 치열하게 고민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뇌를 믿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 그러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