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으로 시작해 상위 1% 매출을 만든 어느 치과의사 원장님의 이야기.
오늘, 내 주변 지인인 A 치과의사 원장님과 수다를 떨다가 감동을 받게 되었다. 무일푼으로 빚내고 시작한 병원이 어느새 상위 1% 매출을 기록하는 병원으로 성장한 것. 오늘 나눈 이야기와 감동을 잊기 전에 글로 남겨두려고 한다.
나는 스타트업 신에 있으면서 실리콘벨리 관련 아티클과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해당 내용들이 국내 스타트업 현실에서 100% 구현되는 경우는 사실상 매우 드물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병원은 내가 보기에 거의 100%에 가깝게 구현되고 있고, 그에 따른 high performance도 분명히 내고 있다. A 원장님은 실리콘벨리, 경영 관련 책은 단 하나도 읽지 않으셨지만 지혜로, 본능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원칙들을 적절하게 적용하고 계셨다.
"대표는 업무를 위임하는 사람이지, 실무를 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치과원장님들은 본인이 많은 부분의 실무를 다 챙기고, 직접 해야만 직성이 풀려 직원들에게 잘 안 맡기는 경우도 왕왕 본다고 한다. 그런데 A원장님은 이와 다르게 대표 혹은 원장이 해야 하는 건 업무를 위임하고 매일, 매주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는 일이라고 명확히 인지하고 계셨다. 대표들이 실무를 다 챙기고 직접 일부라도 하는 순간 그 회사는 대표 없이 아무것도 단 하나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삼국지를 즐겨 읽었다는 A 원장님. 사람이 만사라는 사실과 경영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buying) 일이라는 걸 알고 계셨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마음만 산다면 그 사람이 목숨을 내어놓고 충성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계신 것. 조조가 부하 장수들의 마음을 사니, 그들이 목숨을 내어놓고 최전선에서 싸워 삼국통일을 이뤄냈지 않은가? 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신 것.
이를 위해 A 원장님은 직원 개개인과 1:1로 식사를 하며 문제는 없는지, 개인사부터 업무적 어려움 등에 대해 챙기고, 혹여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으면 따로 돈을 챙겨줄 정도였다고 한다. 결과는? 직원들이 나서서 자기 주변 지인들 대상 영업을 하며 자연스레 고객이 더 많아졌고, 매출은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한편 어떤 원장님은 직원을 채용하고 나면 본인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고,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A 원장님은 직원들 개개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챙기더라는 것. 예를 들면 직원들 개개인의 업무 퍼포먼스를 보고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면박을 주지 않고 따로 불러 교육을 시키거나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하게 해 준다고. 그러면 그 직원이 자기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감동해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훈훈한 이야기.
그렇다 보니 하다못해 바닥에 휴지가 떨어지고, 하수관에 찌꺼기가 쌓여 막혀도, 어떤 병원은 아무도 안 치워서 원장 본인이 직접 치우는가 하면, 이 병원은 원장이 직접 하려고 하면 직원들이 손사래를 치며 말리고 자신들이 일을 대신한다고 한다. 이 자발성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 A 원장님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사람이 본인부터 모본(example)을 보여줄 때 직원들이 이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가령, 아침 오픈 시간보다 40분 먼저 도착하고, 매사에 행동으로 모본을 보여주니 (example by action) 직원들이 대충 일하기가 힘들다는 것.
게다가 병원 청소를 직원들이 직접 하게 하는 곳이 있는 반면, A 원장님은 직원들 대신 별도의 청소 아주머니를 고용해 청소를 시킨다. 대신, 직원들에게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이니, 각자의 업무에 더욱 열심을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직원들도 이에 대해 '인지'를 하니, A원장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스타벅스 CEO 슐츠가 말한 것처럼 내부 직원이 첫 번째 고객이라는 원칙을 본능적으로 실행하고 계셨던 것! 머리로 아는 것과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기 정말 어려운데,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2번 항목이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과 덕목은 바로 "공감" 능력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과연 조직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부하 직원들의 마음을 모르는데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목표를 달성시키도록 할 수 있을까? 이 덕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A 원장님은 "직원들에게 열심히 하세요, 잘 되면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어요"라는 말은 가장 최악의 발언이라고 했다. "줄 수도 있다(May)"는 말은 사실상 안 줄 확률이 거의 9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이라는 것.
매달 구체적인 마일스톤이 있고 열심히 했을 때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 (achievable) 목표를 세팅해서, 매달 목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주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사실 매달 인센티브를 준다는 말에 많이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스타트업이 정말 있을까? 있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 바이럴 엄청 될 텐데.)
직원들 개개인의 목표와 업무 권한, 위임을 명확히 설정해 주고, 직원들이 이를 달성할 시 매월 모니터링하여 성과급을 주지 않고 말로만 열심히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냐는 것이다.
또한 업무 특성에 따라 인센티브보다 월급 인상이 더 효과적인 경우에는 성과가 날 시 월급 자체를 올려준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인센 보다 기본급 상승이 더욱 큰 동기 부여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해외 워크숍을 감으로써 직원들 사기를 끌어올린다고 한다.
얼굴, 나이를 보지 않는다는 채용 원칙. 실장, 팀장의 경우 얼굴 나이를 보지 않고 실력만 보고 채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실장, 팀장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인선을 넉넉히 매달 챙겨주니 이들이 알아서 팀원들과 아르바이트 생을 관리하면서 원장이 일일이 직원들 터치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와우! 너무 지혜롭다고 생각했다)
대표가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병원을 만든다. 이게 A 원장님의 목표였다. 개인적으로 자영업과 비즈니스의 차이는, 1인 기업처럼 대표가 모든 일과 실무를 처리하느냐 아니면 대표가 없어도 알아서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했느냐에 있다고 본다.
A 원장님은 본인이 없더라도 모든 병원 내 이슈가 알아서 진행되도록 만들었다. 세세한 업무들에 대해선 아예 보고조차 받지 않고 잘 알지도 않는다고 한다. 중요하고 알아야만 하는 이슈에 대해서만 본인이 직접 챙긴다고. 결과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고 목표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하니, 직원들이 알아서 일을 하고 하이 퍼포먼스를 낸다는 것.
이 말을 들으며 구글 OKR이 생각났다. OKR에 대해 알지도 못하시지만, A 원장님은 본능적으로 OKR을 사용해 직원들을 관리하고 계셨던 것. 스타트업에서 때로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기본적인 전제와 원칙은 좋은 인재들 대상으로는 그것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지키기 어려운 부분인데, A 원장님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전문직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흐름이 늦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습 속도가 다소 느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A 원장님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학회, 세미나 참석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새로 나오는 기술들이 마찬가지로 굉장히 빠르다는 것. 그런 기술들을 연습해 보고 도입해 보는 연습을 게을리 하면 고객들이 먼저 알아챈다는 것이다. 그래서 A 원장님은 늘 새로운 논문을 보며 공부하고 또 공부하신다고 했다. 겸허해진 순간이었다.
마케팅, 그로스, 스타트업 신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하물며 전문직도 저렇게 미친 듯이 공부하면서 노력하는데 더욱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공부를 게을리 한다는 건 정말 그냥 도태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느 분이 책에 쓰길 하루 30분 이상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직장인은 그냥 직장인이길 포기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30분도 자기계발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