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용히, 밀짚모자 하나 없이 마을길 걷는데.
점점 매서워지는 뙤약볕에 눈이 부실 지경.
눈을 찡그린 채 걷다가.
용히 - 쩐다. 남쪽이라 그런가.
2p
커넥트팜 앞을 지나치는데 멈칫.
당산나무 평상 아래, 세상 느긋하게 누운 서진을 발견한다.
서진을 가릴 만큼 풍족하고 넉넉한 그늘.
뭐가 그리 신나는지, 짝다리 괴고 발가락을 까딱까딱.
용히 속마음 - 쩐다. 개부러워.
3p
서진, 용히의 인기척을 느끼고 눈 맞추면.
용히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가만 서 있기만.
4p
누우라는 말 한마디 일절 없이.
그저 몸뚱이를 꿈틀꿈틀 옆으로 움직일 뿐인 서진.
옆자리를 내어주면.
5p
용히와 서진, 평상에 나란히 눕는다.
눈 감은 서진.
하늘 보는 용히.
서진 - 당산나무예요.
6p
용히, 서진을 보면
서진, 그제야 눈 뜨며, 하늘 바라보며, 마을 수호신 같은 거예요.
7p
서진 - 여기 이렇게 누워 있으면요. 큰 걱정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아무 조건 없이 나무가 날 품어주니까.
용히 - !
8p
서진 - 아늑하고 포근해.
9p
용히, 그 말에 근육에 바짝 들어가 있던 긴장을 풀어본다. 스르르. 사지가 녹아내리는 느낌. 평온한 상태.
용히 속마음 - 무슨 일해요? 몇 살이에요? 이런 언어 없이도 사람과 연결될 수 있구나.
10p
용히와 서진.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 하나가 생겨난다.
- 느슨한 끈 하나가 생겨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