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뚜루 Aug 18. 2021

회사에서 내 책상이 사라졌다

벌근의 진실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일단 심각하거나 발끈할 얘기는 아니니 안심하시길(•_♡)



지난달 육아휴직이 끝나고 보도국으로 복직했더니 내부가 완전 딴판이 되어 있었다. 그 우중충하고 그로테스크했던 80년대 분위기 어디 갔음?


여느 기자들 같으면 출입처 기자실로 출근하거나, 재택근무 하느라 회사에 나오지 않았겠지만, (무려 2년 4개월만에) 막 복직한 나는 업무 적응 차원에서 보도국 내근을 하게 됐다.


밝고 화사하고 뭐 나쁘지 않네^^ 그래서 제 자리는 어디죠? 라는 질문에 선배 왈.


"자리가 없어."


응?^^ 내가 잘못 들었나?


"리모델링하면서 자리를 싹 없앴어. 기자들 어차피 현장으로 가니까." 


응?^^ 맞는 말씀이긴 한데... 보도국 내부를 쭉 둘러보니 각 부별로 딸려 있던 평기자 자리가 몽땅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내가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한바탕 드러누워도 넉넉할 만큼 커다란 원테이블 3개가 뙇! 뙇!  뙇! 놓여 있었다. 그것도 출입문 바로 앞에!!


"저기 아무 데나 앉으면 돼. 당직하러 오는 기자들도 다 저기 아무 데나 앉아." (당신이 직접 리모델링 설계한 게 아니라서 스스로도 멋쩍어 하심ㅋㅋ)


원테이블 1호엔 신문들이 널려 있었고, 원테이블 2호는 큐시트 테이블이었고, 원테이블 3호는... 어랏, 비었네? 저기다!  돌겨어억!!!  


장비 가방을 순식간에 해체하고 노트북과 수첩을 꺼내 디지털 노마드 책상 세팅 완료^^ 완료였는데... 다음날.


앜ㅋㅋ 누가 신문 위치 바꿔놨어!!! (T^T) 내가 점찍었던 테이블 3호에 신문더미가 촤르륵 펼쳐져 있었다. (신문더미 책상을 피해야 하는 이유: 부장들이 수시로 신문 보려고 모여듦) 나는 다시 테이블 1호로 자리를 옮겨 장비 가방을 순식간에 해체하고 노트북과 수첩을 꺼내 디지털 노마드 책상 세팅 완료^^ 완료였는데... 다음날.


앜ㅋㅋ 누가 신문 위치 또 바꿔놨어!!! (T^T) 이번엔 테이블 1호신문더미가... 내가 곤조가 있지, 또 바꾸나 봐라!! 흥!!! 그리하여 나는 주 5일 하루 7시간(점심시간 제외^^)을 테이블 1호에서 끄떡 않고 보내게 되는데.. 그때는 몰랐다. 그게 사람들의 눈을 테러하고 있을 줄은ㅋㅋㅋ


A선배가 말했다. 문 앞에서 벌근 서니?

B후배가 말했다. 선배 안 불편하세요?

C선배가 말했다. 자기책상 없는 사무실은 상상이 안 돼.


오며 가며 나를 걱정하는 시선들, 말들. 난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날 너무 걱정하고들 있었다.


후배 왈 "아, 저만 불편했군요. 선배만 괜찮으시다면야." 선배 왈 "그게 곤조야ㅋㅋ자리를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그게 곤조라고ㅋㅋ"


듣고 보니 맞는 말 대잔치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자리를...!!

.

.

.

그래도 안 바꾸기로ㅋㅋㅋ 계속 여기 눌러 앉기로ㅋㅋ(곤조가 장난이 아님^^) 내 고정석 만들 거야ㅋㅋㅋ 저긴 김뚜루 자리다! 이렇게 고정관념 생길 때가지 안 바꿀 거야ㅋㅋㅋ



여튼 나의 쓸데없는 집착과 곤조는 김뚜루의 새로운 부캐를 창출하는데, 바로 보도국 인포메이션 데스크 되시겠다.


신문배달원님 왈. 석간 어디 둘까요?

네. 여기 앞에 두시면 됩니다^^


설치작업자님 왈. 팻말 어디다 달까요?

네. 담당 부장 불러드리겠습니다^^ 선배애~~~


기타 작업자님 왈. 여기 커피 좀 마셔도 돼요?

그럼요^^


졸지에 얼굴이 되어 버렸다ㅋㅋㅋㅋ사람들이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대면하는 얼굴.


보도국 출입문 바로 앞 내 자리. 난 안 불편한데 사람들이 자꾸 불편해한다ㅋㅋㅋㅋ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