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울렁일 때가 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하고 어깨를 토닥이고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땐 애써 일어서려 하지 않고 푹 주저 앉는다. 앉아 있다 보면 키높이에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걸린다.
5호선 지하철 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시계를 보는 사람.
흔들리는 객차의 관성을 이겨보려 두 다리 꾹 버티고 선 사람.
등을 수그린 사람, 폰만 보는 사람, 사람들을 관찰하는 사람 등등. 오만 사람이 오만 몸짓으로 흔들리는 객차에 몸을 태웠다.
나는 이 사람들을 하나 하나 뜯어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내 앞에 온 우주가 있구나. 우주와 우주와 우주가 모여 있구나. 저마다의 이야기로, 저마다의 굴곡으로 채워진 우주의 총합이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것만 같았다.
오늘 하루를 그대로 흘려보낸 것 같은 사람에게, 오늘 나는 너무 보잘 것 없이 초라했어, 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당신의 별은 빛나고 있어요! 곁을 내줘서, 볕을 쬐어줘서 고마워요.
<이태원 클라쓰>라는 웹툰 원작 드라마가 있다. 나에게 볕이 된 사람은 극중 박서준도, 김다미도 아닌 권나라였다.
"나는 내가 제일 애틋해."
그 솔직한 고백에 내 마음이 덜컹거렸다. 다시 꺼내봐도 또 울컥할 정도로, 이 문장에는 힘이 있다. 어떤 작가가 그랬다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는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고.
그러니 오늘 보잘 것 없던 나에게, 초라했던 나에게 힘껏 말해주기를. 내가 제일 애틋하다고..
* 커버사진 출처: JTBC 이태원 클라쓰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