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아, 너 얌전히 있지 마! 나대. 막 나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는데 훅 들어온 대사.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라는 지영부의 말에 지영모가 발끈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당시 나는 영화관 좌석에서 벌떡 일어나 조커처럼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 나댔어요. 잘했죠? 막 나댈 거야, 아주 그냥!
영화의 숱한 어록 중에 유독 그 대사에 끌렸던 이유는 내가 나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나대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ㅋㅋㅋ(부끄러움이 뭐죠?)
꽤 오래 전, 국회 정당팀 기자로 출입하던 때였다. 새로운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 나는 점점 리액션 장인으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가끔은 직업병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ㅋㅋ)
대박! 진짜요? (취재중)
대박! 완전 맛있어! (식사중)
대박! 그래서요? (청취중)
기승전대애애애바아아아악!
하루는 타사 기자 선배가 날 부르더니 은밀히 속삭였다.
선배: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나: 네.
선배: 진짜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나: (아 뭔데) 네.
선배: 너.. 너무 나댄대.
나: 네?! 누가 그래요?
선배: 누가 그랬는지는 말할 수 없고. 네가 알고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나: (롸??? 아니 그럴 거면 왜 말했..?)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날 욕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국회엔 299명의 의원들이 있고 각 의원들에겐 최대 9명의 보좌진이 있으니 그들 중 한 명이겠지. 일단 기자는 아니라고 했으니 보자보자 역추적 들어가자..!
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직후 외려 단호히 결심했다.
그래? (어쩌라고ㅗ^^ㅗ) 난 계속 나댈 거야.
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왜? 이게 나인걸 어쩌라고. 타인의 눈에 거슬린다고 해서 나를 바꿔? 내가 유통기한 지난 우유는 바꿔도 나 자신은 절대 안 바꾸지! 누구 좋으라고?!
그 후로도 난 계속 나댔지만, 김뚜루는 너무 나댄다는 웅얼거림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만약 그때 김뚜루 쟨 너무 크게 웃어서 상대방 고막이 터졌어, 라거나 김뚜루 쟨 제스처를 너무 크게 해서 상대방이 얼굴을 맞았어,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면 오케이 인정! 피해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했을 것이다.
근데 성격이 너무 나댄다?아 어쩌라고ㅋㅋㅋㅋㅋ그쪽 취향 때문에 제가 제 성격 개조해요? 싫은데요?!
쿵푸팬더3에서 포가 그랬다. 적을 이기려면 마을 사람 모두가 자기를 따라해선 안 되고, 나답게 너답게 자기 자신답게 맞서야 한다고. 아기 판다는 아기답게 작은 짱돌을 던졌고 춤추는 판다는 춤을 추듯 쌍절곤을 돌려서 결국 적을 쓰러뜨렸다.
출처: 쿵푸팬더3 공식 포스터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선다는 건 어렵지만 고귀한 일이다. 그러니 부디 나대시라. 그냥 말고. 막 나대, 막!!! '나'대면 '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