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미생에서 완생으로
우리 인생은 미생으로 끝날 것인가? 완생으로 끝날 것인가?.
TVN에서 방영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아마도 보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직장 생활과 오버랩되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는 리얼하고 마치 사무실의 한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이 날카롭고 현실적이다.
주인공으로 나온 장그래도, 정의감과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무장한 오상식 차장도, 시류에 따라 여기저기 붙어 딸랑 거리는 사람도, 성별로 일에 대한 차별과 모멸감을 주는 상사도 있다.
당연하지. 직장도 사람 사는 곳이니 이 세상에 있는 일들이 옮겨진 소 우주이니까.
다만, 참고 견디는 자에게 매달 금융 치료가 있다는 사실만 다르다. 버티는 자는 어쨌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승진도 하고 매일 아침 일하러 나갈 곳도 있고, 어디나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는 명함, 성과가 좋으면 받을 수 있는 보너스도 있고. 여러 가지 기업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받는다.
반면, 치고 올라오는 후배, 동료들의 견제, 어느 정도 직급을 달고 나면 실력 이상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살 얼음판이다. 버텨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돌아보면 나의 직장 생활도 전쟁터였다. 창립 멤버로 외국에서 갖고 온 브랜드를 우리나라에 잘 안착시키고 성공시켜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부서의 개념 없이 일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모두 함께 했다. 매일 야근에 주위에 있는 식당이라곤 짜장면 집과 돼지 족발집 밖에 없어, 지금도 그때 먹었던 족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매장이 늘어날수록, 집에 못 가는 일이 비일 비재했다.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할 때는 폐점 후 새벽까지 모든 매장 진열과 인테리어가 끝나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밤 도깨비같이 밤을 꼴딱 새우며 일하는 일이 많았다. 오로지 제시간에 고객들이 우리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멋진 매장의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해야 하는 게 미션이다.
남들이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 명절들이 우리에게는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밀려 들어오는 물량과 고객을 맞기 위해 매장으로 물류로 뿔뿔이 흩어져 그 일들을 쳐냈다. 마치 돌진하는 무소같이.
회사도 안정화되고 인원이 늘면서 부서들이 각자의 역할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별동대원 같이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해결해야 하는 돌격대 역할을 맡았다.
해결하고 한숨 돌릴라 치면, 사장님이 불러서 다른 문제 있는 곳으로 보내졌다. 몇 번은 정말 화가 나서 "왜, 그 부서의 일을 제가 합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 하시던 말씀이 "그러면 부서 합쳐서 네가 맡아서 할래?".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사장님" 이러는 설전도 잠깐, 여지없이 그 일을 맡아하고 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니, 계절이 가는지 나이가 먹는지 모른 채 오로지 회사일에 헉헉 거리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일을 통한 성취감, 성장 그런 것보다 성질 사나운 워커홀릭으로 변해갔다고 해야 할까?
미생의 오상식 차장같이 늘 일에 찌든 얼굴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 이제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그런 시점이 자연스럽게 왔다. 그건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다.
어느 누구도 나가라는 사람은 없었고, 여전히 회사에서는 필요한 존재였지만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숨이 막혔다. 어떤 대책을 마련한 것도 아닌 채, 나는 10년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미생의 대사에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이런 말이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면서, 이 말이 얼마나 공감되는지. 그래도 회사는 면접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을 뽑는다. 뒤통수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준이라고 해 봤자 했던 성과를 가로채는 정도,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정도의 애교다.
밖은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나이만 먹고 일만 했던 순진했던 나는 전쟁터에서 총탄에 맞고 쓰러지고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비로소 인생에 눈뜨게 됐다.
아이러니는, 직장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사로 보내져했던 일들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미생으로 나와 우여곡절을 겪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발가 벗겨진 나를 바라보는 기분은, 이렇게 연약한 인간이었나? 이것밖에 안 되는 실력이었나? 나라는 사람을 정확하게 보게 된다. 오만하고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없어지고 겸손함과 현실 앞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명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은 아프지만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직장에서 버틴다고 미생이 완생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겪는 일들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느냐의 삶의 태도를 통해 여전히 미생이 될 수도 있고,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배운다.
미생의 대사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완생의 과정이다.
한 회사에서 30년을 근무하고 퇴직 후, 인생 2막에 다시 창업 한 분.
이번 주 인터뷰는 나와 다른 직장 생활을 통해, 긴 샐러리맨의 기간을 "완생"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드신 분의 스토리입니다.
오늘날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30년 직장 커리어. 그 안에 숨겨진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
요? 이 놀라운 경험이 그의 인생 2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번 뉴스테러를 통해 완생으로 나아가는 그분의 스토리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셀피시노마드 뉴스레터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