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6.5
눈을 떠보니 밤과 새벽의 중간쯤인 것 같다.
지나간 것이 어제인지, 며칠인지 모르겠다.
허기가 밀려들었다.
목구멍의 그것이 아닌 숨구멍의 그것이었다.
내가 내놓은 아이, 들인 아비 순으로 생각이 났다.
앞으로 이 순서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삶의 섭리인가? 아니면 나의 운명인가?
앞으로 펼쳐질 동토의 궁벽함과, 나에게 닥칠 낱낱한 서러움들이 적지 않겠다.
큰 아이 때와는 다른, 부드러운 미명이 아닌 단호한 어스름이 나를 조였다.
한 번 열린 동공은 제 처소를 찾지 못하고 사방을 노려 보느라 바빴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는 잘 있을까? 이 더뎌질리 없는 희뿌연 세상을 만났는데 어땠을까?'
다시 열린 눈동자는 간절한 그리움과 선연한 사무침으로 나의 빈 품을 사정없이 조롱했다.
의사가 왔다.
"산모님, 기분이 좀 어떠세요?"
"기분이랄게 있나요. 아이는 어떤가요?"
잠시 정적을 돋운 의사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이는 인큐베이터 안에 잘 있습니다. 호흡은 기계에 의존하고 있고, 체온 유지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조금 움직이고 있으니 기다려보시자구요."
숨을 삼켰다. 반 숨도 사치였다.
"조금이요? 무엇을 기다리자는 건가요? 예쁜 죽음인가요? 더 완벽한 죽음인가요?
옆에 있는지도 몰랐던 작은 손이 나를 토닥인다. 익숙한 그리움이 들린다.
"아가, 애썼다. 십자가 앞에 우리는 다 죄인이다. 그저 온 마음 다해 기다리자. 엄마가 기도할게"
날은 밝았는데, 시간은 볼품 있게 흘렀는데, 나는 불안의 제자리만 어둡게 맴돌았다.
눈을 감으면 둔탁한 기계음과 사각의 천장이 나를 비웃었고,
눈을 뜨면 아기의 시뻘건 피부와 파리한 입술이 나를 찔렀다.
"아이를 보고 싶어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보지 않는게 나으실 거에요."
"하나님이 봐도 된다고 하셨어요. 제 아들이 예수는 아니잖아요?"
어안이 털린 의사는 나를 헛헛함으로 천천히 휠체어에 옮겨 준다.
드디어 너를 만난다.
너무 조그마한 게 부서질 것 같다. 팔과 이마에 털이 많다.
눈, 코, 입은 분명하다.
'그 털들이 너를 지켜줄거야. 작은 외투가 될거야'
나는 차갑고 두꺼운 인큐베이터 위에 손을 올렸다.
닿을 수 없지만 나의 얇은 온기와 혈관, 두꺼운 숨과 심장의 처절함을 너에게 이어주고 싶었다.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이제 왔어. 살아만 다오. 나에게 와다오'
아이가 들썩였다. 나는 보았다. 숨을 삼켰다.
'이것이 엄마인가?'
그 작은 움직임이 나를 깨운다.
나는 이제 버틸 이유를 얻었다.
쉽게 울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