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토요타가 창의적 문제해결 운동을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창의적 궁리=발명’이라는 고정관념이었는데, 발명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 고정관념이 생겨났는가 하면, 토요타 창립자는 자동직기를 발명해 일본 방직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기여를 한 발명왕 토요다[1] 사키치인데, 이 때문에 ‘창의적 궁리=발명’이라는 공식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후 생겨난 QC(품질 관리) 서클 활동 성격의 ‘모두가 함께![2]’ 캠페인의 영향이나,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큰 아이디어로 만든다는 의식 확산과 함께 창의적 문제해결 운동이 궤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창의적 궁리=발명’ 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지혜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의식 개혁이 향후 토요타의 개선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생활 용품 제조업체인 A사가 자랑으로 여기던 것이 타사에 앞선 우수 아이디어로 히트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 제품이나 타사는 생각하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런 아이디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만 있다면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A사 사장의 오랜 생각이었습니다.
분명 이런 생각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타사를 모방한 제품만 만들면 가격 경쟁에 휘말려서 경우에 따라 이익 없이 바쁜 상황에 빠질 수 있지만, 뛰어난 아이디어 제품을 계속 만든다면 가격 경쟁 없는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사가 어렵게 만들어 낸 제품의 유사품들이 과거보다 빨리, 그리고 계속적으로 투입되면 앞서 나가는 기간이 자연스레 짧아집니다. 경쟁이 심화되고 비슷한 제품이 마구 늘어나면 아무리 A사가 만들어 낸 제품이라도 언제까지나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런 대표적 제품 중 하나가 이익률이 낮아 고생했던 인기상품 B였습니다. 그 때 A사 경영진은 토요타 방식을 참고해 직원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B는 인기 제품인데 왜 이렇게 이익률이 낮습니까?
직원들의 대답은,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이 하락세에 있다, 경쟁이 심해서 계획대로 팔리지 않고 재고가 늘어난다, 판매를 시작한지 오래 되어 질린 감이 있다, 이제 차기 신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등이었습니다.
분명 모두 ‘왜’에 대한 답이기는 하지만, A사 경영진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제조 단계에서의 ‘높은 불량률’이었습니다. B제품의 용기는 가벼워서 라인을 지날 때 약간의 진동만 있어도 바닥에 떨어져 금이 가고 불량품으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날에는 수백 개나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내버려 두고 있었습니다.
제조 단계에서 이 정도의 불량품이나 폐기품을 낸다면 원가가 높아집니다. 그런데 A사 내부에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면 비싸도 팔린다’는 의식이 만연해 있었고, 불량품이나 폐기품을 진지하게 줄여야 한다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착실하게 원가 개선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제품만 만들면 비싸게 팔릴 것이니 그런 것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A사 경영진은 이러한 의식을 바꾸기 위해 ‘용기폐기 제로’를 내걸었습니다. 첫번째 질문은 ‘왜 용기가 라인에서 떨어지는가?’였습니다.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A사 직원들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용기가 가볍기 때문에 라인에서 낙하한다.” 틀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뭉뚱그리면 진짜 원인이 드러나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타 방식인 ‘현지현물’, ‘현행범 체포’의 자세로 용기 낙하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니 떨어지는 것에도 몇 가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① 작업 실수로 인한 낙하 ② 라인 진동에 의한 낙하 ③ 라인을 통과할 때 뭔가에 걸려 낙하...... 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원인 각각에 지속적으로 ‘왜’를 물은 결과, 개별적인 ‘진짜 원인’에 이르렀고, 그것들을 개선해 2개월 후에는 ‘용기폐기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비용도 극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대 개선, 작업 공정 개선, 운영 개선 등을 반복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성과가 회사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A사에서는 비용 개선보다는 멋진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시되었고, 불량품 감소나 비용절감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실제로 ‘낙하 제로’가 달성되고 그를 위한 작은 개선의 축적이 공유되어, ‘개선의 힘’을 다시 보게 된 겁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금방 모방자가 나타나는 시대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좋은 물건을, 더 빨리, 더 싸게’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다면 쉽게 경쟁에 뒤지지 않으며, 비용 경쟁으로 이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 후 A사에서는 ‘제로에 집착한다’가 표어가 되었습니다. 주제는 낙하 제로, 실수 제로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작은 문제에 대해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 ‘내버려둬’가 아니라, ‘제로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워 ‘왜’를 반복해 진짜 원인에 접근, 개선을 실행한다는 의식이 확산되었습니다.
[1] 가문 이름은 원래 ‘토요다’(豊田). 회사 이름도 처음에 ‘토요다’였지만 고객의 발음, 표기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토요타’(Toyota)로 변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