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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과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하자 (1)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안녕하세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박영석교수입니다.

오늘은 수술을 생각하고 있거나 고민 중인 분들, 그리고 수술과는 상관 없는 일반인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얼마 전 서울에서 개최한 ICOMES 라는 국제비만학회에 연자로 참가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신문사 기자, 소비자보호연맹 관계자 등이 참석한 세션에서 함께 토론을 했었습니다. 2019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이 되면서 고도비만수술(대사수술, 당뇨수술) 케이스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2018년 500-600건에 지나지 않았던 비만대사수술이 2019년에는 2000 케이스 이상 시행되었다고 잠정적으로 집계되고 있으니, 크게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까지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학회에 참여해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매일 병원에서 고도비만 또는 당뇨병 환자분들을 만나는데, 사실 제 외래에 오시는 분들은 약 80% 정도는 마음속으로 수술을 결정하고 오십니다. 약 20% 정도는 고민하고 있는 상태에서 오시고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이 수술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저는 고도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분들 외에 다른 일반인 분들의 생각도 고도비만수술(대사수술, 당뇨수술)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다는 것을 이번 학회를 통해 알게되었어요.

  그 학회에 참여하신 분들이 의학과 전혀 상관 없는 분들은 아니시고, 어느 정도 비만대사수술(고도비만수술)을 알고 계신 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과 당뇨병의 수술적 치료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계시는 지식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아직도 고도비만수술이 위험한 치료이고 안전성에 대해 증명된 바가 없지 않느냐.. 이런 20-30년 전에나 할 만한 질문을 계속하기도 하고, 고도비만수술을 너무 쉽게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느니.. 이런 말들을 하셔서 참.. 답답했습니다.


  제가 가만히 듣다가 마지막에 한 마디 하였지요. 고도비만수술(비만대사수술)을 쉽게 선택하는 것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수술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데 의료계와 정부 및 언론사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요. 고도비만환자들은 수술 치료를 first choice로 생각해도 좋다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수술을 결심하신 분들 대부분이 한약, 양약, 지방흡입 등 그 동안 안 해본 치료 없이, 의학적으로 근거도 없는 치료에 그것도 비보험이니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매달리다가 결국 모두 실패하고 수술을 선택하십니다. 이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고도비만수술(대사수술, 당뇨수술)이 상당히 흔히 시행되는 수술입니다. 건수 자체도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지요. 하지만 이런 미국에서조차도 비만대사수술을 받아도 되는 고도비만환자들의 1% 미만이 수술 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즉, 나머지 99% 이상의 환자들은 수술 치료의 적응증이 되나 수술을 받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미국의 비만대사수술 전문의들도 제가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답답한 감정을 많이 느끼나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마 수술 적응증이 되는 환자의 0.1% 정도만 수술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NY times 뉴욕 타임즈지에 제가 하고 싶은 말과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 내용을 오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영어가 편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셔서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https://www.nytimes.com/2020/09/28/well/live/the-underused-weight-loss-option-bariatric-surgery.html



기사의 몇 부분만 발췌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니,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먼저 제목부터 "The Underused Weight Loss Option: Bariatric Surgery" ("체중 감량 방법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옵션: 비만대사수술") 입니다. 그렇게 수술 건수가 많은 미국에서도 고도비만수술의 Underuse가 확실히 문제인가 봅니다.


Patients may be reluctant to pursue surgical treatment because they may be judged by others for taking the easy way out and not having the willpower to diet and exercise.

"쉬운 길을 택하고 다이어트와 운동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고도비만환자들이 외과적(수술적) 치료를 받기를 꺼릴 수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수술을 한다고 하면 의지가 박약한 비만 환자라고 일반인들이 치부해버리기 쉽상이죠. 고도비만환자에 대한 선입견도 여기에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부족해 고도비만까지 이르렀고 결국 쉽게 살을 빼기 위해 몸에 칼을 댄다고 수근거리지요. 아.. 이런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요? 고도비만은 질병이고, 고도비만환자들이 체중을 감량해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금까지 천번은 넘게 말한 것 같습니다만.. 만번은 더 말해야 될 듯 합니다.



Although willpower is clearly an inadequate tool for millions now struggling with obesity, “many may feel like failures if they opt for surgery,” Dr. Ehlers said in an interview.

Yet this stigma, real or imagined, may be keeping many people from a treatment that not only can result in long-term weight loss but can also significantly improve physical and emotional health and even longevity.

의지는 현재 비만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수백만 명의 (고도비만)환자들에게는 분명히 부적절한 도구이지만 "수술을 선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Ehlers 박사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낙인은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고 육체적, 정서적 건강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수명도 길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또 말하고 있지요? 의지는 적절한 체중 감량의 도구가 아니라고요. 제가 오늘부터 2달동안 3kg 뺀다고 결심하고 그걸 못 빼면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도비만환자가 오늘부터 1년동안 30kg 뺀다고 결심하고 그걸 못 한다고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할 수 있나요? 의지로 10kg 이상, 15kg 이상 뺄 수 있는 사람이 전세계에 몇 명이나 될 것 같습니까? 그리고 그 체중을 10년 이상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또 그 중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제발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환자의 가족들이요.

그리고 수술을 한다고 절대 실패자로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수술을 하는 것은 아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지 내가 의지 박약에 인생 실패자라서 벌을 받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In a study reported by the University of Pittsburgh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that followed 2,221 patients, within three years of bariatric surgery, most experienced less pain and improved ability to walk. But as with any weight-loss program, such benefits as well as lasting weight management depend on whether patients stick to a healthful diet and exercise regimen after the surgery.

2,221 명의 환자를 추적 관찰한 피츠버그 대학교의 연구에서 비만 수술 후 3 년 이내에 대부분의 환자는 통증이 줄어들고 보행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체중 감량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이점과 지속적인 체중 관리는 환자가 수술 후 건강한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을 고수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요한 두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고도비만환자들은 관절통을 비롯해 여기저기 잔잔한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수술 후에는 이런 통증이 사라지고 관절통 역시 호전되니 잘 걸을 수 있고 운동 능력도 향상되어 수술 전에 하지 못했던 운동도 가능해지고요. 결국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한 가지. 이 모든 것은 결국 환자가 올바른 식이와 운동을 수술 후 지속할 때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수술만 했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수술 후에도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고 수술은 그 노력이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In a major report involving 33,560 patients treated at 10 national medical centers and followed for five or more years, sleeve gastrectomy resulted in significantly fewer post-operative interventions than Roux-en-Y gastric bypass. The study was published in January in JAMA Surgery.

At most centers today, Dr. Ehlers said, “sleeve gastrectomy accounts for at least 80 percent of the procedures done.”

10 개의 국립 의료 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5년 이상 외래에서 관찰한 33,560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 위소매절제술은 위우회술보다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인한) 시술 또는 재수술이 훨씬 적었습니다. 이 연구는 JAMA Surgery에서 1 월에 발표되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센터에서 위소매절제술이 비만대사수술의 최소 80%를 차지합니다.


이제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가 위소매절제술로 바뀌고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이 널리 읽혀서 비만대사수술(고도비만수술, 당뇨수술, 대사수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조금 더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비만대사센터 박영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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